외환시장에 달러 유동성 부족 현상이 심화된 것은 정부가 국제금융시장의 흐름에 역행하는 근시안적인 외환정책을 편데다 ‘대증요법’식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는 탓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외환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리면서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효과가 사실상 실종됐고, 외환시장에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외환시장 흐름 역행하는 정책 연발=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 외국환 거래 규정을 개정해 투자목적의 해외 부동산 취득 한도(300만달러)를 폐지키로 하고, 6월부터 적용하기 시작했다.

해외부동산 취득한도 완화는 만성적인 외화초과 공급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참여정부 시절부터 단계적으로 추진돼 왔던 것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장 흐름을 거스른 ‘달러 퍼내기’ 정책이 되고 말았다. 재정부 관계자는 “단계별로 나눠 해외부동산 투자한도를 풀었지만 최종적으로 풀 당시에는 이미 경제상황이 나빠졌고 경상수지에 문제가 생겼을 때였다”며 “실기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는 또 지난달 18일 ‘2단계 기업환경개선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내년 2월부터 외환자유화 조치를 앞당겨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이틀전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신청으로 국제금융시장 경색이 불보듯한 상황에서 외환 자유화 계획을 앞당긴 것은 명백한 정책 실패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재정부는 지난 7월 외국계 은행 한국 지점의 본점 차입에 대한 이자 비용 손비인정 한도를 기존 자본금의 3배에서 6배로 완화했다. 정부가 외국은행 국내지점이 해외 본점에서 달러를 차입할 때 이자의 손비 인정(과세대상 수익에서 제외되는 경비) 한도를 늘려주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1월에는 단기외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외은 지점의 본점 차입 손비인정 한도를 자본금의 6배에서 3배로 축소한 바 있다.

◇근시안적 대응으로 국고만 축내=정부는 지난 7월 환율 급등세를 막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동원해서라도 환율 방어에 나서겠다고 밝힌 뒤 ‘달러 폭탄’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지난달 26일 이후 달러 부족 현상이 실물경제에 파급되기 시작하자 달러 현물이 거래되는 외환시장에 대한 개입을 단행한 데 이어 달러 선물이 거래되는 외화자금시장(스와프시장)에까지 100억달러를 투입키로 했다.

 그럼에도 외환시장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정부는 지난 2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수출입은행을 통해 시중은행에 50억 달러를 대출하기로 했다. 당시 재정부 최종구 국제금융국장은 “스와프시장 참여는 거래 상대방을 특정하지 않고 하다 보니 아주 급한 곳과 덜 급한 곳에 상관없이 무차별적으로 지원하는 문제가 있었다”며 외화자금시장 개입의 문제점을 인정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일 한·중·일 재무장관 회의를 추진할 것을 지시한 사실이 공개된 것도 외교관행을 감안할 때 신중치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정책 대응이 혼선을 겪으면서 외환시장의 주도권을 상실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시계(視界)가 짧은 정책으로 외환시장에 대응하면서 투기세력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부)는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주도권을 잃고 있어 어떤 말을 해도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며 “외환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경제팀을 교체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해법이 돼가고 있다”고 밝혔다. 
2008-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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