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9월 한달간 원·달러 환율은 10% 가량 뛰었고, 주식시장과 펀드에서 10조원 가까이 증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신용경색으로 은행·증권사 등 금융회사와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외환보유액을 풀어 달러 유동성 공급에 나섰으나 시장불안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미국 구제금융 법안의 의회 통과 이후에도 국내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환율 한달새 10%급등 = 5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가장 불안한 모습을 보인 곳은 외환시장이다. 지난 9월5일 1117.8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급등세를 보이며 10월2일에는 1223.5원까지 올라 한 달새 105.7원(9.5%) 급등했다. 추석 연휴 다음날인 지난달 16일에는 미국 투자은행(IB)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 신청의 충격으로 환율은 하루동안 무려 50.5원이나 폭등했다.

 올초부터 약세를 보이던 주식시장도 미국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요동쳤다. 국내외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주식형 펀드의 순자산총액이 한달새 6조원이 감소했고, 주식시장 시가총액 감소분을 합쳐 모두 10조원 가량이 사라졌다. 

◇달러·원화 동시 자금난=‘9월 위기설’로 불안감이 고조되자 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기금) 발행을 추진했으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병설, 국제 금융시장 신용경색 여파로 발행에 실패했다. 이 여파로 국책은행과 공기업들의 해외채권 발행을 통한 달러 조달이 무산되면서 금융시장의 달러 자금난이 가중됐다. 여기에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증권사들이 투자손실을 입으면서 단기 원화자금 시장까지 얼어붙기 시작했다. 증권사들은 현금확보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은행채 등을 처분했고, 이는 은행들의 자금난을 키우는 주요 요인이 됐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현재 국고채 대비 은행채 AAA등급의 스프레드(채권간 금리차)는 3년물을 기준으로 1.85%포인트를 기록해 지난달 5일에 비해 0.62%포인트 확대됐다. 스프레드가 확대된다는 것은 그만큼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시장 자금난이 심화되자 정부는 지난달 26일 외화자금시장(스와프시장)에 100억 달러를 공급키로 했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미국 하원의 구제금융법안 부결로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치솟자 외환시장에 외환보유액을 필요한 만큼 풀겠다고 밝혔다. 지난 2일 환율이 급등하고 시장불안이 지속되자 정부는 수출입은행을 통해 ‘달러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시중은행과 수출 중소기업에 50억 달러를 공급하기로 했다. 정부가 시중은행에 달러를 직접 공급하는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외환시장 불안 지속될 듯=외환당국이 외환시장 개입을 본격화하면서 9월 한달간 외환보유액은 35억3000만달러가 감소했지만 외화 유동성 부족현상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외환보유액 감소 추세가 오히려 외환시장 불안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부)는 “정부가 외환시장 움직임에 성급하게 반응할 경우 오히려 투기세력에게 기회를 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정부가 외환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 시장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최선의 해법”이라고 말했다.

2008-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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