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괴테를 좋아하지 않았는지(아니 그의 작품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지), 이 <이탈리아 기행>을 읽으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그는 문인이라고 하기엔 살아 생전 너무 많은 권력과 명성을 갖추고 있던 것이다! 살아있을 때 이미 많은
인정을 받고 너무나도 유명했기 때문에-심지어 오늘날로 치면 정치에도 몸을 담았기 때문에- 너무 많은 것을 이미 가진 자의 눈으로 본
것이다. 그런 그의 세계관에 그다지 공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듯하다.
물론 괴테 자신도 그런 유명세에 지쳐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자 이탈리아 행을 결심하고 실행으로 옮겼다. 그렇게 나온 책이 바로 이 책이다. 독일적인 것과는 정 반대되는 이탈리아에서
그는 제2의 탄생,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며 <이피게니에>를 고쳐 쓰거나 <에그몬트>를 탈고하고
<파우스트>를 다시 쓰게 된다. 괴테의 눈으로 본 그즈음 이탈리아 풍경과 유명한 예술가, 화가들의 작품을 보는 일,
괴테가 그린 스케치 등을 보는 일은 흥미로웠다. 이탈리아에 그처럼 오래 머물면서 생활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괴테에 대한 호감이나 그의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 이상한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