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책을 만나는 건 어딘지 좀 연애 관계 같은 느낌이 든다. 책을 만나는 행위에는 분명 좀 연애 관계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

절대로 사귈 수 없는 타입이 있다

사람마다 절대로 사귈 수 없는 타입이 있는 것처럼 책도 그렇다. 나는 자기계발서나 말랑말랑, 희망적인 말만 늘어놓는 에세이류, 사진으로 도배된 여행서, 오그라드는 말장난으로 가득한 몇몇 한국 현대소설, 서점가를 휩쓸고 있는 베스트셀러라는 일본 현대 소설 등등은 절대로 읽고 싶지도 않을뿐더러 잘 읽지도 않는데 이런 책을 사람으로 묘사한다면 비슷한 느낌일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사람과는 절대로 연애할 수 없다. 저런 책을 사람으로 묘사한다면 딱 떠오르지 않나? 내가 너무나도 혐오하는! 역겨운 단어인 ‘스펙’ 쌓기에만 골몰하는 타입, 오그라들게 희망적인 생각만 하는 사람, 내용보다 비주얼에만 치중하는 사람 등등. 정말 짜증나는 타입이다. 생각만으로도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사람이나 책이나.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나한테는 별로인 사람이 있다
그런 경험 다들 있지 않나. 소개팅이나 미팅을 해주는 사람이 그 사람 굉장히 괜찮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칭찬을 해주는데, 막상 만나보면 ‘오마이갓’을 외치고 싶던 그런 경험- 사람들이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고 칭찬해도 내 눈에는 영 아닌 그런 사람이 있다. 책도 그렇다. 아니, 책은 더 그런 거 같다. 오랜 시간을 두고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락하는 책(고전이라 불리는 그런 책)을 제외하고 지금 이 시대에 자주 화자 되는 책(베스트셀러)은 이상한 책일 확률이 훨씬 많다. 모든 사람한테 무난한 책은 아무 매력이 없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연애도 많이 해 본 사람이 잘한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맛을 알고, 연애도 많이 해 본 사람이 잘한다고. 책도 그렇다.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책을 보는 눈이 생긴다. 사람들이 베스트셀러에 의존하면서 이상한 책을 집어 들어 읽는 이유는 책을 보는 자기만의 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눈이 없으니까 일단 사람들이 많이 읽었다는 책부터 시작을 한다. 하지만 그런 책은 이상하기 마련이어서, 그런 책을 오랜만에 집어 들어 읽고는 ‘역시 책은 별로 재미없어’라는 결론과 함께 책에서 점점 멀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연애를 많이 해 본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사람을 만날 가능성이 많아지나…. 물론 이건 알 수 없다. 안 그런 사람도 있는 거 같다…. 연애를 많이 해본 사람이 꼭 ‘좋은’ 사람을 만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적어도 ‘자기한테 맞는’ 사람이 누구인지, 자기와 맞는 사람이 어떤 타입인지는 알게 되는 듯하다. 보는 눈, 고르는 눈이 생긴다고나 할까. 책이야 두말할 것도 없고. 

자기 나름의 이상형이 있다
사람들마다 연애를 할 때, 혹은 연애를 하기 전에 자기 나름의 이상형이 있고 그 기준에 맞는 사람을 만나려고 애쓴다. 아쉬운 것은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사람을 만나는 일에서 무척 크다는 점이다. 연애처럼 책을 고를 때도 사람들은 자기만의 기준이 있다. 물론 이것도 연애를 많이 해봐야 기준이 생기는 것처럼 책도 그렇다. 연애를 해본 지 하도 오래된 사람이거나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상형이고 뭐고 일단 사람부터 만나고 싶은 것처럼. 책도 하도 안 읽은 사람은 일단 이상형이고 뭐고 책부터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책을 읽은 사람, 책을 정기적으로 꾸준히 대하다 보면 아, 내가 좋아하는 책이란 이런 책이구나, 이런 글쓰기,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을 내가 좋아하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있다. 나는 일단 남는 게 있는 책이 좋다. 시간 들여 읽었는데 허무한 느낌이 들면 좀 많이 억울하다. 깊이도 있고, 통찰력도 있고, 좀 삐딱해도 좋으니 그저 세상은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 책이 좋다. 거기에 재치도 있고 위트도 있으면 좋고. 왠지 울컥울컥 감동을 느끼게 하는 책도 좋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계속 알고 싶다
이 제목에 부연설명이 필요할까? 그래도 해보자면-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고 계속 파고들고 싶어지는 것처럼 책도 그렇다. 어떤 한 책을 읽었는데 너무 마음에 들면 그 작가의 모든 책을 다 읽고 싶어진다. 그래서 그 작가의 작품을 다 읽어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는 돈 쓰는 게 아깝지 않은 것처럼 마음에 드는 작가의 작품은 왠지 꼭 사서 소유하고 싶어진다. 좋아하는 사람을 꼭 붙들어서 내 사람으로 만들고 싶은 것처럼,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소유하고 싶어진다.

아무리 좋아도 권태기가 있다 & 때가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아도 책을 읽는 행위도 늘 한결같지는 않다. 어느 순간 책이 눈에 한자도 안 들어오는 때도 있고, 뭘 읽어도 감흥이 예전 같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다가 아예 책을 손에서 놓게 되기도 한다. 연애를 할 때도 사람이 지겨워질 때가 있다. 그 지겨움을 극복하지 못하거나 극복해야 할 이유를 전혀 모를 때, 극복하고 싶지 않을 때는 그 사람과 ‘안녕~’을 한다. 아예 책을 손에서 놓게 되는 것처럼.

어떤 사람을 만나고 연애를 시작할 때, 흔히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정말 공감한다.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만난 그 때가 별로 적절하지 않으면 그냥 스쳐지나가는 인연으로 끝나기도 한다. 반대로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만났더라면 전혀 사귀지 않았을 것 같은 사람을 순전히 타이밍이 잘 맞아서 사귀게 되는 경우도 많다. 책도 그렇다. 계절에 따라 확실히 잘 들어오는 종류의 책이 있다. 계절뿐만 아니라 읽는 이의 마음 상태나 처한 상황에 따라 같은 작가의 책이라도 더 잘 들어오는 때가 있다. 게다가 책은 나이를 타기도 한다. 10대에 읽었다면 절대로 좋지 않았을 책이 20대 30대 혹은 그 후에 만났기에 ‘인생의 책’이 되기도 한다. 물론 그 반대의 일도 빈번히 일어나고.

왜 저런 사람을 만났을까 후회할 때가 있다

이건 내가 종종 써먹는 비유인데, 세월이 지나고 보면 내가 대체 저런 책을 왜 읽었나, 저런 음악을 왜 들었나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사람도 그렇다. 아니 사람은 당연히 그렇다. 돌아보면 그런 사람을 만났던 자신이 부끄러워질 지경으로 이상한 사람을 좋아했거나 만났던 적, 다들 있을 것이다! 책도 그렇다.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을 보면 내가 대체 저런 책을 왜 내 돈 주고 샀지? 정말 내가 산 거 맞아?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저건 선물 받은 책일 거야! 절규하는 책들이 있다. 그런 걸 읽었던 내 자신을 믿을 수가 없어!

남는 게 전혀 없는 연애도 있다
사람들은 책은 다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책을 읽는 행위 자체를 대단히 좋은 행동으로 본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난 세상에 존재하는 절반 이상의 책은 쓸모없다고 생각한다. 종이 낭비라고 생각하는 책들이 서점에만 나가봐도 널리고 널렸다. 그런 책을 읽느니 차라리 다른 걸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드는 책들이 넘치고 넘친다. 연애도 그렇다. 꼭 연애를 뭔가 남기려고(애를 남기려고? 응?) 하는 건 아니지만 돌아보면 굉장히 소모적이었다는(감정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등등) 느낌만 강하게 드는 그런 연애가 분명 존재한다. 둘이 함께 한다고 항상 꼭 좋은 게 아니다. 소모적인 연애를 하느라 지치느니 그냥 혼자 조용히 생활하는 게 훨씬 낫다.

좋아하면 스킨십을 마구 하고 싶어진다??

좋아하는 사람하고는 계속 스킨십 하고 싶어지는 것처럼 좋아하는 책과 무한정 스킨십 하는 사람 있나?;; 궁금하다. 막 책을 쓰다듬어? 책을 껴안아? 책에다 막 뽀뽀를 한다? <-이런 분을 알고 있다면 제보 바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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