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꿈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안토니오 타부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예술가가 만일 꿈을 꾼다면 어떤 꿈을 꿀까? 타부키의 <꿈의 꿈>은 바로 그런 호기심에서 비롯되었다. 안톤 체호프나, 랭보, 페소아 등 개인적으로 관심 가는 이들의 꿈부터 타부키의 생각을 통해 만나본다. 어쩐지 정말 그들은 그런 꿈을 꾸었을 것 같다. 다른 이들의 꿈을 해석하는데 온 삶을 바친 프로이트의 꿈은 어떠했을까 상상해보는 일도 재미있으리라. 타부키의 이 글을 통해 더 알고 싶은 이들이 생겼는데, 예를 들면  마야코프스키,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 등이 그렇다. 마야코프스키가 결벽증이 있어 비누를 늘 소지하고 기회가 닿을 때마다 손을 씻었다는 점등은 흥미로웠다. 사는 게 무척 고달팠을 것 같다.

타부키의 <꿈의 꿈>은 랭보, 라블레, 로트렉, 스티븐슨 등의 꿈을 통해 알 수 있듯이(어차피 타부키의 상상으로 빚어진 이야기지만) 꿈이란 결국 현실에서는 좌절되거나 이루지 못할 욕망을 해소하는 개인만의 자유로운 영역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페르난두 페소아 덕후임을 인정한 그였기에 그런지 페소아의 꿈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그를 향한 애정이 고스란히 엿보인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 또한 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예술가의 꿈을 상상해보는 글을 써볼까 하는 욕심이 생기더라. 예를 들어 카프카...

'1922년 체코 프라하, 자신의 조그마한 방에서 카프카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꿈을 꿨다. 꿈 속에서 그는 한 마리 검은 까마귀였다.... 그 까마귀는 한 마리 벌레로 변한 아버지이지만 아버지가 아닌 듯한 존재의 머리 위를 쉼 없이 날아다녔다.... ' 이렇게 시작하는... 카프카의 꿈의 꿈.

우리는 때로 우리 자신의 꿈에 골몰하고는 한다. 그런데 타부키처럼 타인의 꿈은 어떠할지 상상해보는 일도 무척 재미있으리라. 그리고 그 상상은 문학의 외피를 입었을 때 더욱 아름답게 빛날 수 있을 것이다. 타부키의 <꿈의 꿈>처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