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 E. M. 포스터 전집 5
E. M. 포스터 지음, 고정아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은 이야기의 흥미로움 정도로만 치자면 포스터의 작품 가운데 어쩌면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다.

200페이지 정도의 가벼운 분량이기도 했지만, 다음 장이 궁금해서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포스터가 막장 드라마를 쓴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20세기 초반 영국과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막장 드라마를 보고 있는 느낌이다. ‘막장 드라마’라는 표현을 쓰자니 이 작품이 막장인가(?)하고 오해할 수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은 포스터의 작품이 언제나 그렇듯, 아름답고, 위트 있고, 유머러스하면서 따뜻하다.  그런데 왜 ‘막장 드라마’냐고? 욕을 하면서도 볼 수밖에 없는 막장 드라마처럼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물론 포스터의 작품을 읽을 때 욕은 나오지 않는다). 예측 불가능한 빠른 전개와 인물 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관계와 영향 등등.

이 작품은 정말 스포일러를 조심해야 한다. 책을 다 읽고 뒤표지를 봤더니 줄거리가 줄줄 적혀있던데, 절대로 읽으면 안 된다! 재미가 완전 반감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나도 언젠가 이 책을 읽을 이들을 위해 스포일러 등 소설 내용을 최대한 언급하지 않고 리뷰를 남기려고 노력하고 있다(그러다 보니 ‘재미있다’는 말 외에 할 말이 없구나;). 이 작품을 읽음으로써 포스터 작품 중엔 <인도로 가는 길>과 단편 모음집인 <콜로노스의 숲>을 제외하고 다 읽게 되었는데, 앞서 이야기했듯이 재미로만 따지자면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이 단연 최고가 아닐까 싶다.

물론 이 작품은 재미에서는 최고지만 포스터의 초기작이니 만큼 후기작에 비해 깊이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은 있다. 그러나 그 반면 포스터 작품의 주요한 특징(계급간의 문제, 인습과 전통에 얽힌 삶과 자유로운 삶의 대비 등등)이 이미 이 작품에서부터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재미도 재미지만 유머러스함도 빛난다. 여러 구절에서 키득키득 웃음이 나오고 어떤 부분에서는 폭소가 터져 나온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구절- ‘그는 큰 키에 여윈 체격의 젊은이로, 옷 어깨에 패드를 넣는 사려 깊은 방법으로 안쓰러운 상태를 피해야 했다.(80쪽)’

포스터 작품을 거의 다 읽어가는 이즈음…. 좋아하는 작품 순으로 마음속에 새겨보았다. <인도로 가는 길>과 <콜로노스의 숲>이 아직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언젠가 읽게 되겠지만…. 왠지 나에게 이 두 작품이 포스터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될 가능성은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다(아직까지 안 읽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음;). 내가 포스터 작품 가운데 좋아하는 순서는.... <모리스>, <전망 좋은 방>, <하워즈 엔드>, <천사들도 발 딛기 두려워하는 곳>, <기나긴 여행> 순이다. <인도로 가는 길>과 <콜로노스의 숲>까지 다 읽으면 또 해봐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