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즈 데케루 펭귄클래식 106
프랑수아 모리아크 지음, 조은경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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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라는 제도는 생각 할수록 참 이상하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영원성은 더더군다나 보장할 수 없는 인간의 사랑을 법적으로 구속해 둔다는 것부터가 모순인데다가 '가문과 가문'의 만남이라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가족으로 받아들이라고 강요한다. 그래, 그렇게 해두고 서로 간섭하지 않으면 그만일 텐데, 한국에서  결혼해 사는 사람들을 보면 참 기절할 정도다. 어떻게 그런 불합리한 요구들을 '가족도 아닌 가족'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강요할 수 있을까? 배우자야 내가 선택한 사람이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대체 왜 그 밖의 사람들까지, 그들의 요구까지 순응하면서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것일까?

<테레즈 데케루>의 '테레즈'는 바로 그러한 불합리한 결혼 생활에 반기를 들고 속박된 삶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는 여인이다. 어쩌다 보니 또 다른 '피난처'를 찾아 결혼하는 대다수의 여자들처럼 테레즈 역시 어떤 안정적인 자리, 자신의 최종적인 지위를 찾고자 서둘러 결혼한다. 테레즈는 그렇게 '뭔지 모를 위험에 대항해 안정을 찾고자 했고' 그리하여 '새로운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 뿌리를 박고, 자기 자리를 잡았으며 관습을 따르게 되었다.' '그렇게 그녀는 스스로를 구원했다'고 믿게 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테레즈는 점차 결혼과 가족이라는 굴레가 주는 속박감에서 숨막혀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그곳에서 개인의 자유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남편과의 의사소통도 점차 불가능해진다(어쩌면 애당초 불가능했는지도 모른다). 그녀는 임신을 하고 딸을 갖게 되어도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임신을 했을 때 남편의 지나친 관심이 역겹기만 하고 오히려 자신이 가문의 자손받이라는 생각에 비참해질 뿐이다.

'그는 내 걱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배속의 아이를 걱정하는 거야. 그 끔찍한 어조로 계속 말하지. 퓨레 좀 더 먹어.... 생선은 먹지마....당신 오늘은 충분히 걸었어....모유 때문에 고용한 외국인 유모야... 그런 말에 감동할지 모르지만 난 전혀 감동스럽지 않아. 라 트라브 가족은 내 안의 신성한 꽃병에 경외심을 품은 거지. 난 그들의 자손받이야. 필요하다면 그들은 이 태아를 위해 기꺼이 나를 희생할 테지. 나라는 개인감정은 뒷전이야. 가족들의 눈에는 나는 기껏해야 포도나무일 뿐이야. 오로지 내 옆구리에 주렁주렁 달려있는 열매만이 중요할 뿐….


테레즈는 한 침대에서 잠드는 남편을 '침대 밖으로 영원히 어둠속으로 그를 떨어뜨릴 수만 있다면!' 하는 소망을 품게 되고, 결국 그 소망을 현실로 이루고자 실행에 옮기게 된다. 남편을 서서히 독살할 음모를 꾸미게 되는 것이다. 테레즈의 이 계략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테레즈는 남편과 가족 없이 혼자 지내고 스스로 생활비를 벌고,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는 여자가 되는 삶을 꿈꾼다. 가족 없이 자유롭게 사는 것을 꿈꾼다. 그러나 그녀의 꿈은 쉽게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테레즈의 숨 막히는 결혼 생활을 보고 있노라면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만든 이 제도가 얼마나 인간을 억압하는 '폭력'적인 제도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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