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나 B.로 불린 에르퀼린 바르뱅
미셸 푸코 지음, 오트르망 외 옮김 / 앨피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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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성(性)이란 우리에게 꼭 필요한가? 성에 얽매이지 않았을 땐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던 바르뱅, 그의 생이 강요된 성의 진실에 무릎 꿇는 순간부터 어떻게 망가뜨려지는지 목도하노라면 푸코의 이 질문은 책을 읽는 내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푸코의 글 자체는 몹시 적지만 의미 있는 텍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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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6-03-23 10: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르뱅의 삶을 통해 푸코가 도달하는 결론은, 동성애 운동이나 퀴어운동이 기존의 정체성 정치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사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이 하나의 진실로 고정되는 순간 삶의 가능성이 어떻게 폐쇄되는지를 목격한 그는, 동성애를 억압된 본질, 해방해야 할 정체성으로 이해하는 관점과 분명한 거리를 둔다.
푸코에게 문제는 “누가 동성애자인가”가 아니라 성이 어떻게 삶을 조직하도록 강제하는가이다. (...) 푸코가 제안하는 것은 전혀 다른 질문이다. 그는 “동성애를 통해 어떤 관계를 만들 수 있는가, 어떤 관계를 발명하고 다양화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동성애는 밝혀야 할 정체성이 아니라, 관계의 형식을 실험할 수 있는 하나의 위치이다. (...)
푸코에게 동성애는 하나의 욕망 유형이나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다. 그것은 기존의 관계 질서 바깥에서 다른 양식의 삶을 사유하도록 만드는 계기이며, 무엇을 욕망하는가보다 어떤 관계를 욕망하게 되는가를 묻게 하는 위치다. 성은 내면의 진실로 해석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삶의 배치를 다르게 조직할 수 있는 가능성의 매개로 전환된다. (pp.5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