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구성할 권리 - 혈연과 결혼뿐인 사회에서 새로운 유대를 상상하는 법
김순남 지음 / 오월의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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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좋은 삶’이라는 생애모델은 이성애규범적인 가족중심 생애모델을 통해서 작동해왔다. 그런데 그런 삶만 존재하는가? 그에 속하지 않거나 거부한 개개인의 삶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는 지금- 국가와 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지 날카롭게 지적한다. 구구절절 공감하지만.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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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5-10-31 1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국의 사회학자 토머스 켐플Thomas kemple은 매끄럽고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상상되는 이성애규범적인 시간, 즉 연애-결혼-출산-직장 등으로 미래를 일직선상의 경험으로 기대하게 하는 규범적 시간성은 허구라고 말했다. 삶은 고통도, 가난도, 트라우마적인 사건도 일탈도 없는 균질적인 생애정상성으로 상상될 수 없으며, 우연한 사건, 계기들을 통해서 생애전환을 맞이하기도 하는 등 이미 불확실성을 담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삶이라는 것이다. 그는 삶이란 이처럼 절대 매끄러울 수 없고, 미끄러지면서 오염되고 섞이기 마련이라며, 그러한 시간을 ‘퀴어시간queer time’이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가구넷 류민희 활동가는 혼인평등을 주제로 《펢》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동성결혼보다 혼인평등이라는 용어를 주요하게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동성결혼이라는 용어가 바이섹슈얼,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퀴어들을 보이지 않게 하는 측면이 있고, 또한 성별과 무관한 혼인제도의 평등을 가시화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퀴어가족정치의 핵심 의제는 근본적으로 발전주의, 성장주의 너머의 삶과 관계에 대한 모색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성장주의, 발전주의와 결합된 가족주의의 해체야말로 불평등한 사회를 재구성하는 중요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성애규범적인 가족중심 시민모델을 통해서 작동해온 나와 타자의 공고한 경계를 무너뜨리고 이상적인 시민/비시민의 경계를 비틀면서 ‘오염된 공동체’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오염된 공동체’란 가족상황, 인종, 장애, 성적 지향, 성별정체성 등으로 삶의 경계를 구분하는 권력에 개입함으로써 새로운 시민적 유대의 장을 확대하는 공동체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