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순례자 - 개정판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0월
평점 :
내가 걷는 길 위에, 보편적인 삶 속에 모든 것의 의미와 가능성이 녹아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책. 죽기 전에 꼭 한번은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고 싶다. 꼭 그 길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신 역시 보편자였음을 알게 됨으로써 나도 적어도 내 자신에게 만큼은 위대하고 가치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말이 필요없다. 그냥 강추.
p23. 무슬림 전통에 의하면, 모든 신자는 적어도 생애에 한 번은 메카로 순례를 떠나야 한다. 마찬가지로 기독교 탄생 이후 첫 천 년 동안 세 개의 신성한 순례길이 존재했다. 누구나 그곳 중 하나를 따라 걷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축복과 관용이 베풀어졌다. 첫번째 길은 로마에 있는 성 베드로의 무덤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 상징은 십자가이고, 그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은 '로마의 방랑자'라고 불렸다. 두번째 길을 예루살레의 예수의 성묘로 향하는 길이었다. 그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은 '수상가(palmist)라고 불렸다. 예수가 예루살렘에 입성했을 때 그를 맞아준 이들이 흔들었다는 종려나무 가지가 그 길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세번째 길은 이베리아 반도에 묻힌 사도 야고보의 성 유골에 이르는 길이었다. 그곳은 어느 날 밤 양치지가 들판 위에서 빛나는 별을 봤다는 장소이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죽은 후 성 야고보와 성모마리아가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 복음서의 말씀을 가지고 그곳을 지나갔다고 한다. 그곳에는 콤포스텔라(별들의 들판)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오래지 않아 모든 기독교도 국가의 여행객들이 몰려드는 도시 세워지게 되었다. 이 신성한 세번째 길을 따라 걷는 사람들에게는 '순례자'라는 이름이 주어졌고, 그들은 가리비껍데기를 상징으로 선택했다.
p77. 인간은 결코 꿈꾸기를 멈출 수가 없습니다. 육체가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영혼은 꿈을 먹어야 살 수 있으니까요. 살아가는 동안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실망하고, 충족되지 못한 욕망 때문에 좌절하는 일이 종종 일어나지요. 하지만 그래도 꿈꾸기를 멈춰서는 안 됩니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의 영혼이 죽어버리고, 아가페가 들어갈 자리가 없게 되니까요. ...
선한 싸움은 우리가 간직한 꿈의 이름으로 행하는 것입니다. 젊은 시절, 우리 내면에 간직한 꿈들이 힘차게 꿈틀댈 때면 우린 용기 백배하지만, 그땐 아직 싸우는 법을 알지 못했지요.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그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을 때는, 전장에 뛰어들 용기가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적대시하게 되고, 결국엔 스스로 자신의 가장 큰 적이 되고 마는 것이지요. 자신의 꿈은 유치하다거나, 실행하기 힘들다거나, 인생에 대해 몰랐을 때나 꾸는 꿈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말이죠. 선한 싸움을 이끌어갈 용기가 없기 때문에 자신의 꿈을 죽여버리는 겁니다.
p322. 저는 저 자신과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것, 하지만 받아들이기가 너무도 어려운 것을 발견하기 위해 이 먼 길을 걸었습니다. 주님,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자신이 힘을 지닐 수 있음을 깨닫는 것입니다. 지금 제가 느끼는 가슴의 통증, 저를 흐느끼게 하고 어린양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이 고통... 이것들은 인간이 존재한 이래 늘 우리와 함께해왔습니다. 승리의 무거운 짐을 받아들이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 중 대부분은 마침내 실현되려는 꿈을 그냥 놓아버립니다. 그들은 자신의 행복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선한 싸움'을 거부합니다. 그들은 세상의 것들에 갇혀 있는 포로들입니다. 무엇을 할지도 모른 채 검을 찾기만을 바랐던 저 자신처럼..." ㅣ
"비범한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길 위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