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여에서 5일 동안 기록문화재 연수를 받는 동안 저녁에 짬을 내어 읽었던 책이다. 인간이 느끼는 48가지의 감정들을 스피노자의 <에리카>와 문학 작품을 통해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일상적으로 느끼는 감정들이 어디로부터 비롯되는 것인지,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그 감정을 느꼈던 순간의 '나'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줬던 것 같다. 감정 하나 하나에 대한 설명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짧다는 것이 조금 아쉽기도 했다. 결론, 사람은 누구나 관심받기를 그리고 사랑받기를 욕망하는 존재라는 사실이다.  

 

발췌한 부분들이다.

 

- 이성은 감각들의 증거를 날조하도록 만드는 원인이다. 감각들이 생성, 소멸, 변화를 보여줄 때, 그것들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프리드리히 니체)

 

-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는 단순한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는 금방 자긍심을 회복할 수 있다. 내 자신이 충분히 소중하고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고서는 어떻게 타인이 나를 사랑하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겠는가.

 

- 항상 떠날 준비를 하라. 상대방에 대해 항상 자유러워라! 이것만큼 상대방이 나에게 무관심해지거나 심드렁해지지 않도록 만드는 확실한 방법도 없다. 떠날 수도 있고 머물 수도 있는 사람만이 누군가의 곁에 머물 수가 있다.

 

- 약자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발생하는, 강자가 되었다는 자부심 혹은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는 존재감, 이것이야말로 연만의 감정 뒤에 숨겨진 이면의 정체다. 그렇지만 강자의 자부심은 오직 약자가 약자로서 계속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까지만 유지되는 법. 이 점에서 연민의 주체는 연민의 대상 만큼이나 약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131) ... 애인과 친구의 가치를 알려면 사실 내가 고통에 빠져있을 때 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오히려 내가 가장 행복할 때에 진짜 애인인지 가짜 애인인지 혹은 진짜 친구와 가짜 친구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그가 당신의 행복을 함께 행복해하고 당신의 불행을 함께 불행해하는 사람이어야만이 자신에게 애인이나 친구가 있다고 말할 자격이 있는 것이다.(136)

 

- 비극은 우리의 나약함에 있다. 자신의 본질적인 욕망을 지킬 수도 없다는 비겁함과 나약함이 또한 인간의 특징 아닌가. 자연은 아무래도 사디스트인가 보다. 욕망을 주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한데, 동시에 비겁함도 아울러 인간에게 부여했으니까. 그렇게 인간은 자신의 욕망을 부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 우리는 주인이 아니라 노예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 충분히 집을 벗어나 어디론가 갈 수 있을 때, 동경은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은 감정이다. ... 과거를 동경하는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모독이기 때문이다. 과거의 절정에 사로잡힌다는 것은 현재의 삶을 살아내지 못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재의 삶과 직면할 때에만 우리는 새로운 삶의 절정에 이를 수 있다. ... 꽃은 한번만 피는 것이 아니다. 모든 꽃나무는 매년 기적처럼 새로운 꽃을, 작년과 유사해 보이지만 결코 같지 않은 신선한 꽃을 피우기 마련이다. (198)

 

- 사랑했던 사람이 어느날 객관적으로 보일때가 있다. 바로 이때부터 우리에게서 사랑은 슬프게도 점점 떠나가고 있는 것이다. (229)

 

- 에밀졸라는 '드레퓌스 사건'과 반유대 감정으로 프랑스 사회가 발칵 뒤집혔을 때 <나는 고발한다>를 통해 지식인들의 양심에 호소했으나, 매국노로 몰려 영국으로 도망을 갔다. 다시 몰래 파리로 돌어왔으나 집에서 두통과 호흡 곤란을 호소하다 죽었다. 작가를 매국노라고 여긴 한 굴똑 소제부가 그의 집 굴뚝을 틀어막았다고 한다.(287)

 

- 후회에는 모든 불운을 자기 탓으로 돌리는 정신적 태도, 다시 말해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는 의식을 전제한다. 그렇지만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선택을 했다고 믿는 것만큼 거대한 착각이 어디 있겠는가. 이보다 더 큰 오만이 또 있을까. 결국 후회는 강한 자의식을 가진 사람에게 자주 찾아오는 감정이다.(39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