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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발한다 - 해제ㅣ드레퓌스 사건과 지식인의 양심 ㅣ 책세상문고 고전의세계 47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책세상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세상문고에서 나온 <나는 고발한다>를 읽었다. 1894년부터 1906년까지 12년에 걸쳐 진행된 드레퓌스 사건과 관련해 에밀 졸라가 쓴 글들을 엮은 책이다.
드레퓌스 사건만을 상세하게 다룬 책은 본적이 없어서 그저 단순히 반유대주의에 의해 무고한 개인이 법정 희생물이 된 사건 정도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고 보니 책 표지에 적힌 말 그대로 "보수와 진보의 대결, 인종 차별 문제, 그리고 국가폭력, 언론을 통한 여론 조작에 문제를 제기한 최초의 현대적 사건"이라 할만 한 것 같다. 프랑스의 썩어가는 부분을 드러나게 해준 사건이 드레퓌스 사건이었고, 그것을 놓치지 않고 제거해야한다고 끊임없이 외친 사람이 에밀 졸라였다.
드레퓌스 사건을 만들어낸 것은 내셔널리즘과 반유대주의인데 역설적이게도 에밀 졸라는 누구보다 진심으로 그의 조국(이 단어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졸라가 한국인이었다면 분명 이 단어를 그의 책에서 여러번 사용했을 것 같다), 프랑스를 사랑했다. 인류의 진보를 이끌어왔던 프랑스가 드레퓌스 사건에 의해 주변 나라의 웃음거리, 역사의 조롱거리가 되는 것을 막고자 했다.
드레퓌스 사건이 터진 1894년은 보불전쟁 이후 반독일 감정이 팽배해져 있는데다 알자스로렌 지방을 회복하고자 하는 열기가 뜨거웠던 시기이다. 또 프랑스혁명 직후에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유대인이 살기 좋은 곳이었지만 그들이 종사하는 대금업, 금융, 증권투기 분야에 대한 불신과 불만으로 반유대감정이 커졌을 때였다.
유일한 증거였던 드레퓌스 필적의 명세서가 조작된 것이었다는 사실, 실제 첩보짓을 한 사람은 에스테라지라는 군부내 소령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군대의 위신이 하락될 것을 염려해 에스테라지를 석방했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에밀 졸라는 이 판결을 계기로 사건에 본격 뛰어들기 시작했다. <나는 고발한다>가 쓰여진 것도 이 시기였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에스테라지가 자백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심에서 다시 한번 드레퓌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국외, 국내의 비판을 우려해 드레퓌스를 사면시킨다. 드레퓌스가 이 사면을 받아들인 것 때문에 그의 지지자들이 실망하여 많이 떠났다고 한다. 에밀 졸라는 사면 조치에 불만을 갖고 "공화국 대통령 에밀 루베 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써서 프랑스가 품위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잃어버렸음을 한탄했다.
드레퓌스의 완벽한 복권은 1906년에 가서야 이뤄지게 된다. 에밀 졸라는 드레퓌스의 무죄를 밝히고자 용기있게 발언한 사람들이야말로 프랑스의 후손들에게 존경받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더 가차없이, 냉철하게 비판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오늘 동아일보 최영해란 작자가 쓴 쓰레기 같은 칼럼을 읽고 그런 글을 쓴 사람이나, 그 글을 위해 신문 한켠을 내어준 언론사나 참 저질스럽기 그지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 책을 읽으니 순수한 지식인, 진정한 애국자, 합리적인 보수주의자가 왜 없을까, 개탄스럽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