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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여 잘 있거라 - 어니스트 헤밍웨이 장편소설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199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2월
평점 :
통합수업 준비하다가 인터넷에서 1차대전에 대한 글쓰기수업 자료를 찾았는데, 관련 도서들 중 읽지 않은 것이 많아서 적어 두었었다. 개선문, 서부 전선 이상 없다, 귀로, 동물농장, 생명의 불꽃, 리스본의 밤 등.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도 그 중 한권이다.
지난주 목요일, 시립도서관에서 하는 인문학강좌를 들으러 갔다가 처음 자료실 구경도 하고 대출증을 만들어 이 책을 대여했다.
소설의 배경은 전쟁이 한창 진행중이던 1915년, 이탈리아다. 주인공 헨리는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헝가리 전선에 참전한 미국인 중령이다. 엠블런스 후송 작업을 총 지휘하는 일을 맡고 있다. 전쟁 중 부상을 입어 밀라노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던 중 간호사 캐서린과 사랑에 빠졌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헤밍웨이가 1차대전 중 미국 적십자사의 자원병 장교로 뽑혀 구급차 운전사로 활약했던 실제의 경험담과 일치한다고 한다.
헨리는 부상에서 회복되자 다시 전투에 투입되었다. 오스트리아군의 공격에 밀려 부하들을 이끌고 후퇴하던 중 위장한 독일군으로 몰려 아군에 의해 총살당할 위기에 처한다. 극적으로 탈출에 성공해 캐서린과 재회했지만, 탈영병 처지였기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하지만 스위스로의 망명에 성공하게 되면서 그곳에서 행복한 생활을 만끽하며 지낸다. 책의 마지막 5부는 이 행복이 어느 순간 불행으로 돌변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계속 느끼게 했다. 전쟁 소설이 해피엔딩일 수는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 그리고 지금 누리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돌연 불행은 찾아오더라, 하는 어떤 경험들 때문에.
제왕절개 끝에 태어난 아기가 죽고 회복하던 중 캐서린 마저 죽음으로써 소설은 끝을 맺는다. "잠시 후 병실에서 나온 나는 병원을 벗어나 비를 맞으며 호텔을 향해 걸었다."하며 소설은 끝이 나는데, 이러한 결말은 주인공에 대해 어떤 연민도, 동정도 불가능하게 하는 것 같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기대나 희망 없이 연민, 동정도 있을 수 없을테니. <무기여 잘 있거라>라는 제목은 세파에 지친 헨리가 세상에 고하는 작별인사 처럼 느껴진다.
아, 제목을 떠올리게 하는 순간이 중간에 한번 더 있다. '나는 혼자가 되어 기뻤다. 신문을 가지고 있었지만 읽지 않았다. 전쟁 기사를 보고 싶지 않았다. 전쟁을 잊고 싶었다. 나는 혼자서 평화 조약을 맺은 것이다.'
실제 헤밍웨이는 부상 중에 병원에서 사귀었던 간호사와 결혼하지 않았고, 그 이후 네 명의 여성과 네 번의 결혼을 했다. 결혼한 세 명의 부인이 헤밍웨이를 떠난 이유는 그의 마초 기질을 견뎌내지 못해서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