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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네 꿈을 꾼다.
전에는 꿈이라도 꿈인 줄 모르겠더니
이제는 너를 보면
아, 꿈이로구나
알아챈다.
황인숙, 꿈
2007. 7. 14
머리를 깎아주었다
가만가만
조심스레
그렇게 감싸안고
머리를 깎아주었다
나 만큼이나 많이 났네
속으로 나, 그리 생각하며
희끗한 머릿카락을 쓸어주며
천천히 이리저리
정성스레
조심스레
그 머리를 깎아주었다
단정하게
무릎을 꿇고
나 그 등에 기대
두 팔을 감고 있었는데
그 느낌이
참
따뜻했다
부드러웠다
이렇게 촉감이 생생할 수도 있나
오롯이 느껴질 수도 있나
얼핏 그런 생각이 스쳤던걸 보면
꿈인줄, 알았나보다
그런데,
금새 잊었다
꿈인걸 몰랐다
꿈인줄 몰랐다
고갤 묻고
나 그렇게 조용히
오래오래 등을 빌렸었다
마음에, 두 팔에 전해지던
온기-.
깨어나보니 꿈이었다
그렇게, 꿈이었다
꿈...
그러나, 나 곧 안도하기를
이렇게 만나기도하는구나
참 오랫만이로구나
조금은 여윈듯한 볼도
보송하던 면티를 입은 등덜미도
어깨너머로 보이던
내 감고 있던 그 폭신함도 다 떠오르는데..
그런데 나, 뒤늦게 깨닫기를
뒷모습
정수리..
그렇구나, 얼굴은.
그래도 나, 좋았는데
그것만으로도 좋았는데
그 얼굴은,
보지 못했다
조심스러웠나, 나
흩어져버림이
그렇게 깨어날까
그것이 두려웠나
그래서
마주하지 못했을까
그럼 난,
알고 있었나
그것이 꿈인걸 알고 있었을까
꿈에서도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내 속의 깊은 무엇이
그렇게
알고 있었나...
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