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비가 내린다. 닫힌 말문에 덧문을 달고,
먼곳과 가까운 곳을 바라본다.
호흡을 한껏 낮추고 내가 너에게 내리는 오후
네가 나에게 내리는 오후......보고싶다

 

 

 

 

 

 

 

그렇게 흘러내린, 그렇게 견디어낸. 그런 하루....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dove 2007-09-21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오는 창밖을 바라보는데 문득 떠오르더라.
마음이 어린 후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흩뿌리는 빗속에서 그 싯구가 그날 그렇게 맴돌더라.
마음이 어린 후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누구더라 누구더라 했었지.

그렇구나
그또한 愚..
어리석지, 그렇지..
그런 내 자조섞인 혼잣말이었을까...


교집합, 합집합, 여집합...
마음의 宇.
이젠 놀랄 일도 아니지...
 

 

 

마지막 편지 쓰다,
香煙 그으름이 얹히는 사연.
쓰고 지우고 되풀이,
지우고 다시 쓰는 어리석음.
못다 한 말들이 긴 띠가 되어
목에도 가슴에도 감기어
차라리 눈감고 드러눕는 편지.

―김남조, 傷心手帖

 

 

 

 


흰새벽.
밤으로 여는 아침.
낮고 고요한, 흐린...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로그인 2007-09-1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 영혼의 무게는 21그람 이라던 영화가 생각나네요...
 

 

몇 가지 사건을 거치면서 울지 않는 법을 배웠습니다
목구멍 너머로 울움이 나올 낌새가 보이면,
꽉 눌러버리는 거지요
실제로 울음은 꽉 눌러버리면 멈춰집니다

언젠가 출근길에 시청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라디오에서 노래가 흘러나왔지요.
이미자가 부르는 [친정어머니 오래 사세요.]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동안,
딱 그 시간만큼 흘러나왔습니다
잠시 방심했던 모양입니다
울음이 나오는 순간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거지요
진작 꽉 눌러버렸어야 했는데
미처 내가 눈치 채기도 전에
먼저 울음이 터져버렸습니다
한번 터진 봇물은 줄줄 흘러나옵디다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운전대를 잡고 있는 사내가
마구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지도 못하고
망연해 있었던 거지요


주로 몇 개의 회억이 나를 자극합니다
그러니까 눈물을 막으려면
그 몇 가지의 회억만 튀어나오지 않게 잘 챙기면 됩니다

오늘 <월디>라는 친구가 쓴 책
[보통남자 삼심대]를 읽습니다
<월디>의 <민석이 이야기>를 들을 때는
그야말로 짐짓 냉담자로 있으려고 노렸했습니다
눈물이 나올 낌새를 알아차릴 수 있었기 때문에
꾹 눌러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위로의 말도,
관심어린 언급도 하지 않고 잘 비켜갈 수 있었지요
냉담자야말로
자신이 언제 무너질지를 너무나 잘 아는,
또 몇몇 개의 회억에서는
자신이 대책 없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소심하고도 소심한 자
최소한 나의 <월디>에 대한 냉담은
이런 스스로의 방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러나 <월디>의 책을 보고 있는 동안
잠시 그 방어 장치를 가동하는 것을 잊었습니다
그냥 무심한 듯 <월디>의 글을 보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더러 힐끔힐끔 보고 있지만
한번 터진 눈물을 막을 수가 없군요

그 눈물이 지금까지 <월디>에게 했던
나의 냉담을 변명하는 것인 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월디>에게 보내는 위로의 말인 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배문성, 운다

 

 

 

 

 

기억의 회로..
 
공기처럼,
살갖처럼,
제어할 수 없는
속수무책인 울음의 경로

목구멍이 뻐근해질 때까지
여미고 또 눌러도
단단하지 못한 난,
그렇게 또
스스로를 데이고 말아요

무심하려 할수록 뜨겁게
저 혼자 물컹거리는 설움
변명도 없이..
위로도 없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

가끔 네 꿈을 꾼다.

전에는 꿈이라도 꿈인 줄 모르겠더니

이제는 너를 보면

아, 꿈이로구나

알아챈다.

 

황인숙, 꿈

 

   


 

 

 
2007. 7. 14


머리를 깎아주었다
가만가만
조심스레
그렇게 감싸안고
머리를 깎아주었다


나 만큼이나 많이 났네
속으로 나, 그리 생각하며
희끗한 머릿카락을 쓸어주며
천천히 이리저리
정성스레
조심스레
그 머리를 깎아주었다

 

단정하게
무릎을 꿇고
나 그 등에 기대
두 팔을 감고 있었는데
그 느낌이

따뜻했다
부드러웠다


이렇게 촉감이 생생할 수도 있나
오롯이 느껴질 수도 있나
얼핏 그런 생각이 스쳤던걸 보면
꿈인줄,
알았나보다


그런데,
금새 잊었다
꿈인걸 몰랐다
꿈인줄 몰랐다


고갤 묻고
나 그렇게 조용히 
오래오래 등을 빌렸었다
마음에,
두 팔에 전해지던
온기-.

 

깨어나보니 꿈이었다
그렇게, 꿈이었다
꿈...


그러나, 나 곧 안도하기를
이렇게 만나기도하는구나
참 오랫만이로구나

 

조금은 여윈듯한 볼도
보송하던 면티를 입은 등덜미도
어깨너머로 보이던
내 감고 있던 그 폭신함도 다 떠오르는데..


그런데 나, 뒤늦게 깨닫기를
뒷모습
정수리..
그렇구나, 얼굴은.


그래도 나, 좋았는데
그것만으로도 좋았는데
그 얼굴은,
보지 못했다


조심스러웠나, 나 
흩어져버림이
그렇게 깨어날까
그것이 두려웠나
그래서
마주하지 못했을까


그럼 난,
알고 있었나
그것이 꿈인걸 알고 있었을까
꿈에서도 내가 의식하지 못하는,
내 속의 깊은 무엇이
그렇게
알고 있었나...

 

 

 

비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가난하지 않은 사랑은 없다고 해도
슬프지 않은 이별은 없다고 해도
죽음처럼 쓸쓸한 고독을 밟고
파도로 일어나는 그리운 이여


만남보다 아름다워야 할 이별이
하나도 아름답지 못한 기억으로
억장으로 부셔진 내 앞에 서던 날
잠자는 시간이 가장 편안하던 날
눈감으면 몰라서 편안하던 날


하늘은 물빛으로 깊어져 가고
햇살은 따사롭게 느껴지던 날
눈물보다 아름답게 사랑한다고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한다고
너의 눈가에 이슬이 열리던 날


아프게 머문
사랑하나 묻던 날

 

김진학,사랑일기

 


  George Frideric Handel: Lascia ch'io pianga

Barbra Streisand

Orgol

 



사랑하십시오
마음껏,
그리고
진심으로 ...


머뭇거리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그리고
숨기지 말고. ......d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dove 2007-06-30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리산의
그가 가꾼 작은 텃밭 옆에선
그와 그녀를 닮은 작은 돌들이
웃고 있습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인상깊었던 그 장면.


밴프에서 또 상을 받았다는 이야기..
영화화 된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