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월
구판절판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에는
이쁘고 좋기만 한 고운 정과
귀찮지만 허물없는 미운 정이 있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언제나 고운 정으로 출발하지만
미운 정까지 들지 않으면 그 관계는 지속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고운 정보다 미운 정이 훨씬
너그러운 감정이기 때문이다.-*쪽

...내가 내 삶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나 자신을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로 분리시키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언제나 나를 본다.
"보여지는 나"에게 내 삶을 이끌어가게 하면서
"바라보는 나"가 그것을 보도록 만든다.
이렇게 내 내면 속에 있는 또다른 나로 하여금
나 자신의 일거일동을 낱낱이 지켜보게 하는 것은
20년도 훨씬 더 된 습관이다
그러므로 내 삶은 삶이 내게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거리를 유지하는 긴장으로써만 지탱해 왔다.
나는 언제나 내 삶의 거리밖에서 지켜보기를 원한다.... -*쪽

...어느 날 나는 지나간 일기장에서 '내가 믿을 수 없는 것들'이라는
제목의 긴 목록을 발견했다.
무엇을 믿고 무엇을 믿지 않는다 말인가.
이 세상 모든 것은 다면체로서 언제나 흘러가고 또 변하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사람의 삶 속에 불변의 의미가 있다고 믿을 것이며
또 그 믿음을 당연하고도 어이없게 배반당함으로써
스스로 상처를 입을 것인가.
무엇인가를 믿지 않기로 마음먹으며 그 일기를 쓸 때까지만 해도
나는 삶을 꽤 심각한 것이라고 여겼던 모양이다....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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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암 창비아동문고 19
정채봉 지음, 이현미 그림 / 창비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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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마등령 아래 오세암이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오세암의 옛이름은 관음암이랍니다.
이름이 바뀌게 된 데는 슬픈 전설이 있습니다.
동화작가 정채봉 님이 이 전설을 바탕으로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었지요. 

정채봉 님의 동화 오세암을 읽었습니다.
서점에 앉아 책을 읽고 난 뒤,
한동안을 멍한채로 앉았었습니다.
가슴이 참 많이 아렸습니다.
아이들 속에서 자꾸만 치대며 차오르는 눈물을
꾸욱 눌러 담아야 했습니다.

"저 연기 좀 붙들어줘요..
저 연기 좀 붙들어 줘요.."
길손이를 찾는 감이의 마지막 말은
그만 두 눈에 박혀앉고 말았습니다.

...책을 사들고 나오면서 문득,
김승희님의 그 시가 떠올랐습니다.

이젠
하늘의 흰구름만 보면
눈물이 날거 같습니다..



"...전생에서 오는 디딤돌 같은
흰구름과
내 생으로 가는 디딤돌 같은
흰구름이
잠시 만나
모두 나를 혈연인 듯 내려다보고 있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아,
구름의 숙박소
그 안에 깃들인 흰 여름의 성하 같은
나의 목숨을
일박이일쯤 되나,
아니, 어쩌면,
혹은, 삼박사일쯤 되는지도......?
모르겠다고......"

- 김승희, 흰 구름의 주소 中..

 

2004/03/20 06: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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