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그를 뽑은 사람들
스코트 새비지 엮음, 김연수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1년 12월
절판


지금 세상에 영리든 비영리 목적이든, 작은 존재로 머물러 있기 위해 스스로 정기구독자 수의 증가를 거부하는 잡지가 있을까? 있다. 바로 <플레인>이라는 잡지인데, 이것은 스스로를 러다이트(기계혐오자)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과 그의 가족이 미국의 궁벽한 시골에서 타자를 치고, 판형을 짜서, 손으로 찍어내는 잡지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 소개되는 것을 거부하면서, 정기구독자 5천 명으로 유지하고 있다. -7쪽

<플레인은>은 아미쉬와 퀘이커의 종료 이념과 러다이트 운동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위한 잡지다. -13쪽

산업혁명은 역사상 가장 멋진 전환이었지만, 제리와 저는 과거로 거슬러올라가 미래로 빠져나가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16쪽

<플레인>은 태양에너지를 동력으로 활자와 목판화를 사용하는 인쇄기에 손으로 일일이 종이를 공급하는 옛날 방식을 고수한다. 우리는 되도록 느리고 조용한 방식으로 일하려고 마음먹었기 때문에 컴퓨터 대신에 사람의 손을 이용한다. -20쪽

소박하게 살겠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우리와 깊은 관계를 맺는 사람이나 장소, 물건의 지극히 사소한 부분들까지 다시 배워야만 한다는 뜻이다. 다른 이들과 연결되지 않는 소박한 삶이란 우리가 원하는 삶이 아니다. -23쪽

아미쉬들은 공동체를 '형제애brotherhood'란 말로 표현한다. 아미쉬들은 개개인의 불완전함을 메우기 위한 한 방편으로 공동체라는 조직을 선택했다. -25쪽

전원 플로그를 뽑는 일만으로도 우리 삶을 억세게 구속하는 이 기계처럼 조직화된 문명의 손아귀에서 간단하게 벗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때, 희망의 근거가 생긴다. 우리와 기계화된 조직 사이의 연결고리를 끊음으로써 우리의 에너지가 기술 세계로 공급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27쪽

대개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지 않으려는 아미쉬들도 몇 번이나 내게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들을 그저 기술 문명의 희생자로 보는 일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 사람들 덕분에 기술 문명이 유지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28쪽

취직의 반대 개념이 실업이 아니라 필요한 물품을 스스로 생산하는 것이라면?-32쪽

돈을 벌기 위한 직업이 삶의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직장에 다니지 않았다면 스스로 만들어냈을 물건들을 구입하기 위해 다시 돈을 벌어야만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38쪽

죽음과 마찬가지로 출산 역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과정이다. 우리는 출산을 완전히 이해하고 싶지도, 통제하고 싶지도 않다. 우리는 그저 할 수 있는 한 출산 과정의 한 부분으로서 출산을 경험하고 책임을 가질 뿐이다. 어떤 측면에서 우리는 모든 과정이 그저 일어나도록 내버려둬야만 한다. 근거 없이 맹목적으로 믿는 일과 마찬가지로 결과를 예측하고 신뢰하는 일 역시 참된 믿음은 아니다.
많은 의사들이 산모에게 가능한 한 모든 검사를 다 받아 보라고 권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이 임신을 정상적이고 건강한 과정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불행한 일이지만, 의사들은 자기들이 맡은 산모들에게 이런 사실을 주입시켜 자연스럽게 출산을 경험할 수 있는 산모들의 능력을 없애 버린다. -64쪽

<성스러움의 부재>에 나오는 '테크놀로지를 대하는 열 가지 태도' -제리 멘더

첫째. 우리가 테크놀로지에 대해 듣는 대부분의 말은 테크놀로지를 ㅣ지하는 사람들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의심의 눈초리를 떼서는 안 된다.
둘째, 무해한 것으로 밝혀지기 전까지는 모든 테크놀로지를 '유해한 것'으로 여겨라.
다섯번 째. 자신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테크놀로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가져올 충격을 전쳊거인 관점에서 판단해야만 한다. 가장 올바른 질문은 자신에게 유익한가, 다른 사람에게 유익한가라는 질문이 아니라 누가 가장 큰 이익을 보느냐는 질문이다. 또한 그 테크놀로지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빠트릴 수 없다."-136쪽

이 세계는 가속도가 붙은 채 내리막길로 쏜살같이 달음박질치는 기차와 같다. 사람들은 자신이 과연 그쪽으로 가야만 하는지 의심하면서도 안전하게 뛰어내릴 방법을 찾지 못해 할 수 없이 앉아 있는 셈이다. -185쪽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갈 수 있는 가장 급진적인 방법은 기술관료적 사회가 늘 주장하듯 익명의 존재로 머물기를 거부하는 일이다. -246쪽

"혹시 물건이 고장나면 망설이지 말고 제게 연락하세요. 얼른 달려올 테니까요." -시골 남자
"정말 멋진 일이군요. 전기제품 수리도 하시나 봐요?" -시골로 이사온 도시 남자
"아니에요. 제가 이 물건들 고치는 법을 어떻게 알겠어요? 제 말은 고장이 나면 그 물건들 없이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다는 말씀입니다." -시골 남자-18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의 프로방스
피터 메일 지음, 강주헌 옮김 / 효형출판 / 2004년 7월
구판절판


날씨가 잠시 딸꾹질한 것이었다. -49쪽

세상은 한 권의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사람은 단 한 쪽만을 읽은 사람이다.
-성 아우구스티누스-36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5년 4월
장바구니담기


오늘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것은 대부분의 인간이 죽어 있을 나이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첫걸음이었던 것이다.-11쪽

아주 어렸을 때, 사람이 죽으면 그의 머릿밑에다 알을 까고 살던 이들은 겁에 질려 베개 속으로 파고들어가 그 사람의 가족을 창피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말에 질겁을 한 나는 머리를 빡빡 깎아 버렸고, 아직까지도 애완견용 벼룩, 진드기 비누로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를 감는다. 그러니까 나는 일찍부터 죽음 그 자체보다는 사회적인 수치에 대한 감각을 먼저 익힌 것이다. -15쪽

이미 떠나간 슬픈 뱃고동 소리와 첼로의 탄식이 꿈결에서 뒤섞여 버렸다. -27쪽

거리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나는 아흔 살이란 나이의 무게를 느끼며 죽기 전까지 나에게 남은 밤의 시간을 하나하나 헤아리기 시작했다. -44쪽

당시의 편집장은... 세상은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고 점잖게 말했다.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발전하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태양 주위를 돌고 있지요. -54쪽

나는 동물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말을 배우기 전의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였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영혼이 없는 존재다.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들을 다루는 법을 배운 적이 없어서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70쪽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은 행복한 사랑이 아니라 버림받은 사랑임을 알게 되었다. -89쪽

육십 대는 이제 더 이상 실수할 시간이 남아 있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장 열심히 산 시기였다. 칠십 대는 그것이 내 인생의 마지막 기간일 수 있다는 생각에 끔찍했다. -14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느 게으름뱅이의 책읽기
이권우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1년 9월
품절


오랜 시간에 걸쳐 온축된 이론적 근거(점오점수)를 바탕으로, 단 한 번만 보고도, 빼어난 글(돈오돈수)을 쓸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26쪽

쉽게 "환멸에 젖거나 건방져지고 부정직해진" 우리-31쪽

"상징을 향하여 마음을 열어야 보편적인 우주를 향한 마음도 비로소 열릴 것"-58쪽

사르트르가 인간을 가리켜 '자유롭도록 저주받은 존재'라 이름짓고, "그대는 자유롭다, 그러므로 선택하라"는 행동강령을 내놓은 이유-73쪽

창조적 행위는 체제 바깥에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135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작주의자의 꿈 - 어느 헌책수집가의 세상 건너는 법
조희봉 지음 / 함께읽는책 / 2003년 1월
절판


보편적 진리를 말하는 것보다 나의 편견을 끝까지 당당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13쪽

누구에게나 변하지 않는 삶의 고갱이가 있다.-29쪽

새해가 겨울의 한복판에 / 자리잡은 까닭은 / 낡은 것들이 겨울을 건느지 / 못하기 때문인가 봅니다

낡은 것으로부터의 결별이 / 새로움의 한 ??이고 보면 / 칼날같은 추위가 낡은 것들을 / 가차없이 잘라버리는 / 겨울의 한복판에 / 정월 초하루가 자리잡고 있는 / 까닭을 알겠습니다

세모에 지난 한 해 동안의 고통을 / 잊어버리는 것은 삶의 지혜입니다 / 그러나 그것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것은 / 용기입니다 / 나는 이 겨울의 한복판에서 / 무엇을 자르고, 무엇을 / 잊으며, 무엇을 간직해야 / 할지 생각해 봅니다.

-신영복의 <엽서> -13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