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겨울의 한복판에 / 자리잡은 까닭은 / 낡은 것들이 겨울을 건느지 / 못하기 때문인가 봅니다
낡은 것으로부터의 결별이 / 새로움의 한 ??이고 보면 / 칼날같은 추위가 낡은 것들을 / 가차없이 잘라버리는 / 겨울의 한복판에 / 정월 초하루가 자리잡고 있는 / 까닭을 알겠습니다
세모에 지난 한 해 동안의 고통을 / 잊어버리는 것은 삶의 지혜입니다 / 그러나 그것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것은 / 용기입니다 / 나는 이 겨울의 한복판에서 / 무엇을 자르고, 무엇을 / 잊으며, 무엇을 간직해야 / 할지 생각해 봅니다.
-신영복의 <엽서> -1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