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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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것은 대부분의 인간이 죽어 있을 나이에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첫걸음이었던 것이다.-11쪽

아주 어렸을 때, 사람이 죽으면 그의 머릿밑에다 알을 까고 살던 이들은 겁에 질려 베개 속으로 파고들어가 그 사람의 가족을 창피하게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말에 질겁을 한 나는 머리를 빡빡 깎아 버렸고, 아직까지도 애완견용 벼룩, 진드기 비누로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를 감는다. 그러니까 나는 일찍부터 죽음 그 자체보다는 사회적인 수치에 대한 감각을 먼저 익힌 것이다. -15쪽

이미 떠나간 슬픈 뱃고동 소리와 첼로의 탄식이 꿈결에서 뒤섞여 버렸다. -27쪽

거리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나는 아흔 살이란 나이의 무게를 느끼며 죽기 전까지 나에게 남은 밤의 시간을 하나하나 헤아리기 시작했다. -44쪽

당시의 편집장은... 세상은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고 점잖게 말했다. 그래서 나는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발전하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태양 주위를 돌고 있지요. -54쪽

나는 동물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말을 배우기 전의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였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영혼이 없는 존재다.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들을 다루는 법을 배운 적이 없어서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70쪽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은 행복한 사랑이 아니라 버림받은 사랑임을 알게 되었다. -89쪽

육십 대는 이제 더 이상 실수할 시간이 남아 있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가장 열심히 산 시기였다. 칠십 대는 그것이 내 인생의 마지막 기간일 수 있다는 생각에 끔찍했다. -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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