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간실격 외 ㅣ 세계문학의 숲 5
다자이 오사무 지음, 양윤옥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늘 책을 읽고 그 책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적는다는건 매번 어렵게 느껴진다. 이번에도 그런 난해함과 고달픔은 찾아왔다. 잠시 미루고 생각을 정리한후 포스팅을 작성하려 했지만 왠지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정리는 커녕, 오히려 그때의 나의 생각과 감정들이 모두 안개처럼 흩어져 버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함이 생긴다. 그리고 결국 이 늦은 시간 새벽 1시가 되어서야 끄적끄적 컴퓨터 앞에 앉아있다. 나에게 고전이란 어떠한 것일까? 사실 그동안 아니 전혀 고전이란 분야에 관심을 두지도, 눈길 조차 주지도 않았다. 책 표지만으로도 거부감이 생겼고, 나와는 상관없는, 관심없는 분야일뿐! 이라며 치부해 버렸으니 말이다. 그러던 중 언젠가 우연히 고전 한권을 읽고 어렵다고 치부해 두었던 고전에 조금씩 긍정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우연히 집어들게 된 <인간실격> 제목에서 풀풀 풍기듯 가볍지 않을거라는건 분명하다!
이야기는 3번의 수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3장의 사진과 함께. 사진은 요조의 유년시절, 그리고 청년시절, 그리고 피폐해진 그의 타락한 모습의 사진이다. 그 사진의 요조 모습의 표정은 감정을 읽을수 없을 정도로 기괴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아마 그 이유는 요조가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자신을 숨긴 또다른 요조의 이중적인 모습을 말해주는게 아니였을까? 요조는 인간을 무서워한다. 가장 무서워했던 사람은 바로 아버지였고, 자신의 실체를 사람들이 알아채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늘 떨며 살아간다. 그러면서 그는 일명 광대짓이란 행동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와 실체를 숨기며 살아나간다. '인간에 대한 두려움에 항상 바들바들 떨면서, 또한 인간으로서의 나 자신의 말과 행동에 털끝만큼도 자신감을 갖지 못한채, 그리고 나만의 고뇌는 가슴속 작은 상자에 감춰두고서, 그 우울과 긴장을 꼭꼭 감추고 또 감추며 오로지 천진한 낙천성만 있는척 나는 장난꾸러기 별난 아이로 점차 완성되어 갔습니다 (19쪽)' 무엇이 이 요조라는 아이를 이렇게 만든것인지 모르겠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눈 밖에 나는것을 두려워했고, 자신의 원하지 않으면서도 떳떳하고 소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하며, 오로지 상대방의 기분을 맞춰주고 그 사람이 행복해 하면 그것으로 자신의광대짓이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요조. 그것이 지나치게 나약하고 섬세하고 예민한 자신을 지키는 일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인간을 두려워하고 도망치고 대충 속이며 사는 사람은 '건드리지 않으면 탈도 나지 않는다'는 영리하고 교활한 처세술을 신봉하는 자들과 똑같은게 되는 걸까요 . 아아, 인간이란 서로를 전혀 알지 못하고, 아예 완전히 잘못 보았으면서도 둘도 없는 친구라고 생각하고, 평생 그걸 깨닫지 못한 채 상대가 죽으면 울면서 조사 따위를 읽고 있는건 아닐까요 (92쪽) 이 문장을 나는 몇번이나 되풀이하며 읽은듯하다. 왠지 그냥 슥- 하고 한번 읽고 지나치기엔 너무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는듯해서... 이 문장 뿐 아니라 책을 읽는내내 자꾸 내 발목을 , 눈길을 , 시선을 빼앗는 문장들이 여럿 있었다. 공감하기 보다는 왠지 자꾸 나와 비교되는 느낌이랄까? '나는... 정말 제대로 생각하고 제대로 행동하고 있는걸까?' 라는 의문이 수없이 반복되고 또 반복되고, 자꾸만 책을 읽다 깊숙한 생각에 빠져 버리곤 했다.
사람을 두려워하고 인간의 삶을 두려워했던 요조, 그는 주변 사람들로 인해 점점 피폐해져 간다. 마약에 빠지고 알콜 중독자가 되며, 결국엔 친한 친구들에게 끌려 정신병원에입원하게 되는건 그에게 어쩌면 큰 충격이였을지도 모른다. '지금 나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갑니다. 내가 지금까지 아비규환으로 살아온 이른바 '인간'의 세계에서 단 한가지 진리라고 생각되는건 그것뿐입니다.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간다. 나는 올해 스물 일곱 살이 됩니다. 흰머리가 엄청 늘어서 사람들은 대개 마흔 넘은 나이로들 봅니다 (135쪽) 이 글에서 <해설> 에서는 그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1936년에 자신의 생애는 끝나버렸다.그 다음은 인간으로서 살지 않았다. 라는 다자이의 통절한 의식이 드러나 있다고 말이다. 나는 이 책을 다 읽을때까지 저자 '다자이 오사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책을 읽은후 마지막 해설 부분을 읽으며 다자이 오사무가 자살했다는 글을 볼수 있었다. 책의 문체가 독특하게 수기이면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듯 써내려가는 느낌이라 읽는내내 왠지 나에게 긴 장문의 편지를 누군가가 써서 보낸 듯한 느낌을 지울수도 없었지만, 그런 무거우면서도 자신의 비밀스런, 그리고 숨기고 싶은 이야기를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듯 써내려간듯한 문체 때문인지 읽는동안 거부감 없이 읽을수 있었던 것 같다. 다자이 오사무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인간실격>의 요조의 삶과 너무나 흡사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왠지 자서전 적인 면이 다분히 느껴지는 소설이다
다자이 요사무는 몇번이나 자살시도 후, 결국 비극적인 자살로 삶을 마감했지만, 스스로 인간의 삶에 융화되고 자신을 거짓으로 위장하지 않고, 인간의 진실과 사랑과 정의와 미를 추구하려 노력했던게 아닐까? 이런 점만 보아도 소설속 요조와 삶은 너무나 흡사함을 많이 가지고 있다. 책을 덮은후 가볍지많은 않은 무거움이 내리 짓누르는 오만가지 생각들로 머리가 지끈거린다. 내 스스로 깊이 생각해보지 못한 자신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가식들, 어쩌면 나도 주변인, 지인들에게 요조가 말하는 광대짓을 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왠지 그런 생각을 쉽게 떨쳐 버리지도 못함에 내 스스로 마음 깊숙히 억누르고 있던 그 무언가가 정답을 말해주듯 고개를 치켜드는 기분이다. 왠지 어렵다고만 생각되었고, 왠지 공감대를 많이 느끼지 못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이 책을 거부할수 없는건 아마 작은 불씨같은 생각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