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마 이야기
나카무라 후미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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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톰한 책한권을 참 오래도 손에서 놓칠 못했다. 마음만 먹는다면 이까짓 3~4일이면 끝낼수 있었을텐데, 더딘 그리고 게으른 책읽기의 결과가 아니였나 싶다. 작년말쯔음부터 시작된 나의 나태하고 게으른 책읽기는 새해가 되어서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여전히 느릿느릿 한 페이지, 한페이지 넘기기가 버겁고 무겁다고 느껴질만큼 힘든 책읽기의 연속이다. 그렇게 <염마 이야기> 또한 2주동안의 긴 시간을 할애 해야만 했던 또 한권의 책이 되고 말았다.

1866년 일본 막부시대 말기, 조슈번 출신의 사무라이 아마네는  신센구미 자객 밀정으로 잠입하고 그곳에서 함께 입대한 오카자키를 만난다. 그는 아마네에게 신의를 다해 대해주며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 하지만 아마네는 신분이 발각되면서 심한 부상을 입고 도망치다가 우연히 문신사 호쇼 바이코의 집앞에서 쓰러지며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살고싶다... 죽는건 싫어..."라는 한 마디로 인해 그의 인생은 크게 달라지게 된다. 자신이 죽기전 불사의 '신귀새김'을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바이코에게 아마네의 살고싶은 욕망은 좋은 기회였을지도 모른다. 심한 부상으로 혼절한 며칠후 깨어난 아마네의 손바닥에는 범어로 된 염마(閻魔)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바로 '불로불사'의 몸이 되어 버린 것. 결국 아마네는 자신이 원치 않았던 삶을 살아가야 한다.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는 몸을 지닌채. 아마네는 바이코에게서 문신 기술을 배우며 "효소 염마"라는 또다른 이름을 가지게 되었다. 바이코는  문신사에겐 금기였던  자신의 몸에 신귀새김을 하여 지독한 고통과 부작용을 이겨내려면 사람의 심장을 먹어야 하는 자신의 또다른 제자 "효소 야차"를 죽여 달라는 부탁을 하며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15여년이 지난 1883년 우연히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살던 오카자키를 만나게 되지만 오카자키는 부랑자로 몰려 경찰에게서 심한 고문으로 끝내 죽게되고 그의 딸이였던 나쓰를 보살펴 달라는 부탁을 받게된다. 15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염마는 스무살의 모습 그대로였다. 나이는 나쓰의 아빠 뻘이지만 스무살의 외모인 염마에게 어쩔수 없이 나쓰는 여동생으로 곁에서 머물게 되고,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흐르면서 나쓰는 여동생에서 누이, 어머니, 할머니로 세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염마에게 애틋한 감정을 지닌채 차마 표현하지 못하고 늘 곁에서 염마를 지켜주던 나쓰, 그리고 염마 또한 자신이 나쓰를 향한 마음이 단순한 감정이 아님을 알면서도 자신의 친구였던 오카자키의 부탁을 차마 배신할수 없었던 것.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이 늙어가는 모습을 보는 자체가 얼마나 괴로웠을까. 100여년이 넘는 세월을 불로불사로 살아가며 사람들의 이목을 속이고, 외로이 살아가야 한다. 목이 잘리거나 심장이 찔리지 않는한 죽지 않는 염마 . 그는 자신 이외에 세상의 모든 것들이 변함을 두려워 했다. 자신 곁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나쓰도, 그리고 또 한사람 ,염마가 불로불사임을 알고 그를 끝까지 늘 곁에서 지켜 주었던 무타 노부마사 역시 세월이 흘러 힘없고 병든 노인에 불과 했다. 그런 그들이 언젠가 세상을 등지게 된다는 사실이! 또한 이 세상을 홀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과 두려움이 염마에게는 큰 공포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가 학도병으로 끌려가던 어린 소년에게 불사의 신귀새김을 해주었던 것도 영원히 함께 불사로 살아가고 싶었던 한명의 동지이자 친구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내 생각만 했어, 이 세상에 외톨이로 남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너를..." 결국 엄청난 부상을 입고도 죽지 못하는 끔찍한 소년의 모습을 보며 염마는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뉘우치며 소년의 손바닥에서 귀신을 빼내주며 영원히 잠들수 있도록 해준다. 

소설은 초반의 지루함이 중반부, 후반부를 지나면서 나 스스로가 염마라는 캐릭터에 푹 빠져 있었던 듯함을 느낀다. 신귀의 강한 살인유혹에도 인간의 본성을 지키려 했던 그의 모습과, 자신이 사랑했던 나쓰를 자신과 같은 불로불사의 신귀새김으로 영원히 함께 할수 있음에도 끝까지 그녀를 '인간'으로 지켜주었던 모습들이 말이다. "나는 선인이 아니야. 약해빠진 괴물이지 쉽게 죽지도 못하고 나이도 먹지 않고, 그저 그뿐이야. 껍데기만 멀쩡하고 내 심성은 그걸 따라가지 못해" 왠지 책을 덮은후 염마가 측은해졌다. 그리고 불쌍하다.. 라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의 이름이 아마네였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염마라는 이름에 푹 빠져 있었을 정도로 염마의 한 세기의 삶에 집중해 있던 탓이였을지도 모른다. 사실 처음 이 책을 읽기전 판타지적인 느낌이 있다는 지인의 말에 책을 펴보기도 전에 거부감이 몰려왔다. 몇 권의 일본 판타지 소설을 접한 후, 하나 같이 모두 실망스럽기도 , 또한 읽기를 포기하기도 했던 적이 있던 터라, 스스로 결심했던 한가지는 절대 일본 판타지물은 읽지 말아야지! 라며 마음 먹었었기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땐 별 기대없이 뻔한 내용이겠거니 하며 읽기 시작한 책이다. 하지만 생각외로 몰입도, 재미도 , 그리고 은근 매력적인 한 권의 소설이였을 줄이야! 나의 섯부른 판단에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해야겠다!
 

가끔 나 또한 불로불사의 삶을 상상해 보곤 했었다. 막연히 "어떨까.....?"로 시작했던 나의 상상은 점점 두려움으로 나의 머릿속을 가득 메우기 시작한다. 평생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면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없을테고, 늘 지금처럼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수 있지 않을까... 하며 생각하다가도 점점 나의 친구들은? 가족들과 지인들은...? 모두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게 된다면 홀로 남는 공포감과 두려움이 극심할듯 함에 등골이 서늘해 짐을 느끼기도했다. 외로움이라는건 아마 인간이 느끼는 가장 지독한 고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세월의 흐름대로, 각자의 삶의 방식대로 공기의 흐름에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다 눈을 감는다 해도, 죽음과 삶의 경계는 인간이라면 누구도 피해갈수 없는 것이기에 나 또한 두려움보다는 받아들임으로 삶의 일부분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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