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양장) - 유년의 기억 소설로 그린 자화상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박완서 작가님의 책을 이제야 접하게 되었다. 제목이 많이 익숙했지만 사실 제목의 뜻이 무엇인지 그녀가 말했던 '싱아'가 무엇인지 알지못했을뿐, 사실 내가 읽을 책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관심도 두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 우연히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선정도서, 권장도서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음에도 내게는 관심없는 한권의 책이였을뿐이다. 단순히 소설의 하나이겠거니 하고 가볍게 집어들었을뿐! 읽으면서도 책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지 궁금하던 찰나 책 앞부분에 고맙게도 '싱아'라는 것에 대한 설명이 되어있다. '싱아 : 마디풀과의 여러해살이 풀. 높이는 1미터 정도로 줄기가 곧으며 , 6~8월에 흰 꽃이 핀다. 산기슭에서 흔히 자라고 어린잎과 줄기를 생으로 먹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나서 예전에는 시골 아이들이 즐겨 먹었다' 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 왜 제목을 <그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라고 지었을까? ... 곰곰히 생각해 보았지만 내 생각에는 아마 그 시절 자신이 어린시절을 보낸 시골에서 자주 접하고 즐겨먹던 '싱아'라는 풀이 그리워서였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자신의 추억을 써내려 가야하는 이 책의 제목에 딱 어울리는 기억이 아니였을까...'가끔 나는 손을 놓고 우리 시골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하염없이 생각하곤 했다. 말수 적은 오빠도 내 향수를 알아 차리고는 여름방학이 며칠 안남았다는걸 손가락으로 헤아려 보여주곤 했다.(106쪽)에서 말하듯이 말이다!

 

<그 많던 싱아...> 이 소설은 박완서님의 자서전을 듬뿍 담은듯한 성장 소설이다. 그녀가 보낸 어린시절의 4~50년대의 일제강점기 시대를 살아온 박완서님의 길고 긴 일기같은 소설이라고 해야하나? 사실 초반의 책장을 넘기면서 익숙치 않은, 낯설었던 몇몇 단어들로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다. 어쩌면 혼란스러운 이 시기에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는게 쉽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박완서님의 굉장한 솔직함에 놀라기도 했다. 숙부와 소실에 관한 부분이라던지, 자신의 뜻이 강하고 자기합리화에 가까운 속물근성의 어머니를 따라 서울 현저동으로 이사온후, 학교에 입학한 후 친구 하나 없이 혼자 즐겁게 보내는 방법등을 터득하는  부분들이 그러하다.

 

처음 접한 박완서님의 책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초반부터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때까지 읽는 나로 하여금 이 책에 매료되도록 끌어당기는 문체에 반했다.4~50년대를 직접 겪어보지 못한 나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자칫하면 어둡고 음울했을 그 시대의 현실을 재미난 문체와 이야기로 풀어내었고, 무거운 마음이 아닌 가볍게 읽을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이야기로 논픽션과 픽션을 자유롭게 사용함으로써 한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 당연히 아득하기만한 어린시절의 일들을 한올한올 모두 끄집어 낼수 없으니 그녀의 상상과 실화를 적절히 섞어내 읽는 즐거움을 주었다.같은 시대, 같은 시기의 어린시절을 보낸건 아니지만, 그녀의 자서전적인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공감가는 부분이 꽤 있었던건, '어려서 그런 계산까지 한 것은 아니건만도 뒷간에 갈때는 동무들하고 떼로 몰려서갔다.(28쪽)에서 나오듯,비록 시골은 아니지만 나의 어린 시절에서도 화장실은 집밖 마당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밤 늦은 시간이나 새벽에 화장실이 가고 싶을때면 꼭 언니들을 깨워서 함께 가자고 졸라대거나, 혼자 가게 되면 꼭 화장실 문을 조금은 열어놓고 용변을 보는 일이 잦았다. 정말 어릴때는 화장실 가는게 곤혹스러움이였다.

 

<그 많던 싱아...>는 박완서님 자신이 써내려간 일이지만 그녀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오히려 중심이 되어간다. 왠지 그녀는 가만히 가족들의 일상을 한켠에서 가만히 지켜보며 관찰하는 느낌이랄까?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1/3정도로 밖에 많은 분량을 차지 하지 않는다. '교정을 보느라 다시 읽으면서 발견한 거지만 가족이나 주변인물 묘사가 세밀하고 가차 없는데 비해 나를 그림에 있어서는 모호하게 얼버무리거나 생략한 부분이 많았다. 그게 바로 자신에게 정직하기가 가장 어려웠던 흔적이라고 생각했다(작가의말)'에서 말했듯이 어느 누구나 자신에 대해 말하거나 소개하거나 글을 쓴다는건 참 어려운 난해함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스스로를 가장 잘 알면서도 어쩌면 가장 잘 모르는게 바로 자신이 아닐까? 하지만 박완서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많은 비중을 넣지 않는반면 이 소설속 꽤 많은 인물들의 등장함에 있어, 한정되지 않은, 가족 외에도 꽤 많은 이야기들을 도란도란 들려주듯한 느낌이다.

 

고인이 된 박완서님의 책을 이제야 접하게 되었다는 것에 왠지 마음 한편으로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단 한번도 어둡고 불편한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다시 한번 가만히 이야기들을 머릿속으로 조각조각 맞추듯 떠올려보니, 박완서님의 어린 시절이 가히 순탄하거나 평범하지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런 느낌들을 독자들이 전혀 눈치채지못하게 이 글을 써내려갔다는게 놀라울 뿐이다. 이야기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지금 <그 많던 싱아...>의 후속작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빠른 시일내에 읽어봐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할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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