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드벤처 라이프
다카하시 아유무 글 사진, 양윤옥 옮김 / 에이지21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어느날, 한권의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결국, 오랜 시간 손에 쥐고 놓질 않았던 지지부진한 한 권의 책을 완독하기를 포기(잠시 접어두었다고 합시다!)하고 조금은 가볍게 읽을수 있는 에세이집을 말이지요. 이 또한 우연히 형제 분이 운영하는 단골카페를 방문했다가, 그들의 추천으로 살짝 빌려왔습니다. 하지만 빌려온지 2주 후가 지난 지금에야 읽기를 시작했네요. 왠지 책 제목을 뚫어져라 보고 있자니 저도 <어드벤처 라이프> 같은 삶을 살고 싶어지기도 하네요.
다카하시 아유무. 알고 보니 <LOVE & FREE>을 쓴 작가였네요, 뭐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한동안 꽤 눈에 자주 띄였던 책이였던 것 같습니다. 살짝 구매를 할까.. 란 생각에 손에 들었다 놨다 했던 기억도 어렴풋 나기도 합니다. 그에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 꽤나 자유스럽고 , 유쾌해 보입니다. 이 에세이를 읽다보면 , 그런 그가 참으로 부럽기 그지 없습니다. 그에게 삶은 어쩌면 "도전" 이란 하나의 단어에만 중점을 두지 않았나 싶을정도로, 때로는 무모하다, 아니면 대책없음. 이라든가, 라는 생각이 저와 같은 소심하고 계산적인, 생각에 치우친채 도전하지 못하는 삶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요. 그렇지만 그의 삶을 들여다보니 정말 버라이어티 함이 가득합니다. <어드벤처 라이프>는 다카하시 아유무의 자서전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에세이 집입니다. 얇은 이 에세이 집에 그의 10대에서 지금을 살고있는 30대까지의 삶을 꾹꾹 눌러담아 놓은듯 보입니다. 다카하시 아유무는 10대 때부터 남들과 달라보입니다. 남들과 같은 삶의 패턴으로 살아가는 수순의 인생에 태클을 걸듯이 말이지요.
다카하시 아유무는 우연히 톰크루즈가 나오는 영화 <칵테일>을 보곤, 바텐더가 되면 멋지겠구나, 라는 단순한 하나의 생각 하나는, 그를 바텐더로 만들었고, 결국 친구들과 칵테일 바 까지 차리는 큰 성공을 하게 되지만, 그는 또다시 그 모든것을 버리고 , 다시 백수로 돌아오지요, 그리고 "무언가 재미있는것이 없을까?"라는 새로운 목표를 찾습니다. 그러던 중 그는 자신의 자서전을 내고 싶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출판사'에 대한 어떠한 정보나 지식없이 직접 출판사를 차립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도전에는 수많은 실패가 뒤따르기 마련이지요,여러번의 출간책들의 실패로 끝나지만 , 결국 그의 끈기가 , 끊임없는 노력이 베스트셀러를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출판사 또한 성공적으로 이루어 낸 것이지요, 하지만 그는 또다시 그 모든것을 버리고 백수로 돌아갑니다. 이렇게 보면 왠지 그에게 모든 것들을 쉽게 이루는듯 보이지만, 그는 자신의 목표와 도전을 이루기 위해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했고,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지인들에게 어려운 손을 내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성공'이라는 이면에는 수없는 실패와 감당할수 없는 부채(빚)이 생겨나기도 했지요, 그는 그렇듯 자신의 목표를 이루면 또다른 목표와 도전을 만듭니다. 끊임없이!
역시 참되게 폼 나는 사람들은 자신의 아내나 자식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확실하게 큰 사랑을 쏟아주며 살더라. 가족, 형제, 친구, 연인, 신세를 진 사람 등등.. 내게 소중한 사람을 확실히 소중하게 여기는 거, 그게 의외로 어려운 건데 말이야.(215쪽)
무언가를 선택한다는 건 무언가를 버린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 한다는 건,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 나는 선택할 용기가 아직 부족한 것 같아. (222쪽)
나는 내가 만들어가는 거야. 내 어떤 부분을 키워가느냐에 따라 미래의 나는 변하게 되겠지? '나를, 그리고 내 인생을 하나의 작품으로 본다.' 그런 시점이 좋더라 (225쪽)
다시 백수로 돌아온 다카하시 아유무는 오래 사귄 여자친구와 결혼 후 , 그동안 모은 자금으로 어떠한 목적없이 몇년간의 세계여행을 떠납니다. 오로지 모은 돈을 다 쓰고 나면 돌아오자 , 라는 생각 하나만으로. 이런 그의 삶을 들여다보니 , 책 제목 그대로 'Adventure Life'가 아닐수 없단 생각이 드네요. 늘 느낍니다. 그리고 생각을 하지요, 이런 분야의, 아니 나와 다른 이들의 삶을 담아낸 에세이나 책을 읽다보면, 제가 감히 꿈꾸지 못하는 , 감히 도전하지 못하는 나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듯한 그들을 바라보면서 자괴감과 괴리감이 동시에 들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막연히 나에게도 이런 삶을 살수 있는 용기가 있을까? 과연 .. 나도 가능할까.. 라는 막연한 생각을 말이지요. 어찌보면 다카하시 아유무의 삶이 참 , 무모하고 대책없는 철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으로 비춰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처럼 자신의 앞날의 미래를 생각하며 인생을 설계하고 안정적인 노후를 준비하려는 정도(正道)만이 정답인듯 그 길을 향하는 우리같은 인생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의 이런 무모하고 모험적인 삶을 이해할수 없겠지요.
하지만 그런 안정적인 길을 걷는 사람들 속에 과연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과연 지금 , 자신이 하는 일을 즐기고 인생을 즐기며,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도요. 어쩌면 이들 모두가 이렇게 어드벤처 라이프를 꿈꿀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마 우리에게는 이렇게 도전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그만큼 거대한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르지요. 쉽지 않습니다. 현실의 벽에 부딪쳐 수없이 고민을 하고, 저울질 하며 결국은 꿈을 포기하는 것을 선택하고 마는 것이지요. 그러니 우리는 막연한 '꿈'만 있을 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할수는 없는 없습니다. 그러나 원한다면, 간절히 원한다면, 그 꿈을 위해 과감히 '포기'하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생각이 조금은 들기도 하네요.
참 즐거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자유스럽고 모험적인 삶을 동경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어쩌면 대리만족이겠지요, 이런 모험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위로를 하듯, 자신감, 용기, 도전 이란것, 그 단어들의 생각만으로도 점점 움츠려드는 저에게 질책을 하듯, 마음으로는 모든걸 수용하고 공감하면서도 결코 섣불리 용기를 내보지 못함에, 위축 되어버린 자신감이 결국.. 씁쓸함으로 남을 뿐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내게도 그의 삶은 잠시의 휴식같은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잠시의 일탈을 꿈꾸게 해주었고요, 삶의 회의를 느끼거나, 단조로운 일상에 지친 분들에게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