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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 The Help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리뷰 ::
보름남짓 , 참 오랫만에 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네요. 저에게 보름만의 영화는 참, 가끔 있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10월에는 미친듯 8편이상을 보더니 11월에는 모든게 단조롭고, 무미건조하게 느껴져서인지, 영화에 흥미를 살짝 잃었습니다. 11월의 어느 주말, 오랫만에 긔요운 한샘 양과 상암CGV를 찾았어요. 오랫만이라 그런지 이미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를 갈팡질팡 자리를 찾지 못하는 계절에서 모든 나무들의 말라버린 나뭇잎들을 힘겹게 늦가을을 보내기 싫은지, 꼭 쥐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했답니다. 문득 '아, 조금 일찍 집을 나서 근처 공원이라도 산책할껄 그랬나? ' 하는 아쉬움이 한아름 이기도 했고요, 그렇듯 11월의 차가운 바람을 느낄수 없는, 그래서 연말이라는 단어가 참으로 어색하고 생소하게 와닿는 지금, 오랫만에 아주 긴 - 가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저의 책을 쥐는 시간도 잉여생활과 함께 점점 소원해 지고 있기도 하고요 (웃음))
그렇게, '혼자'가 아닌 '둘' 이라는 주말이 문득 즐겁기도, 합니다. 이제 겨우 개봉한지 일주일 정도 지난 영화인데 벌써 상영관 수가 많이 줄었음을 느낍니다. 그리고 시간대 역시 선택의 폭이 많이 줄기도 했고요, 워낙 영화는 개봉과 함께 1~2일 내로 보는 성격이다 보니, 이렇게 개봉된지 일주일 넘은 영화를 보는것도 참, 무언가 때늦은, 혹은 뒤늦은 게으름(?)이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하고, 영화를 보고싶다는 흥미, 관심도도 부쩍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보게 되서인지 , 설레임보다는, 무심함이 더욱 크게 적용되는것 같네요.
사실, 이 영화의 원작은 <헬프>를 소장하고 있지만, 역시나 읽어보지 못한채 지내다보니 결국 영화가 개봉하고 말았네요, 워낙 사랑받은 원작이라 그런지,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도 컸던것 같습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1963년, 미국 남부 미시시피 잭슨 흑인 가정부는 백인 주인과 화장실도 같이 쓸 수 없다?! 아무도 가정부의 삶에 대해 묻지 않았다. 그녀가 책을 쓰기 전까지는…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해 정원과 가정부가 딸린 집의 안주인이 되는 게 최고의 삶이라 여기는 친구들과 달리 대학 졸업 후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역 신문사에 취직한 ‘스키터(엠마 스톤)’. 살림 정보 칼럼의 대필을 맡게 된 그녀는 베테랑 가정부 ‘에이빌린(바이올라 데이비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다른 인생은 꿈꿔보지도 못한 채 가정부가 되어 17명의 백인 아이를 헌신적으로 돌봤지만 정작 자신의 아들은 사고로 잃은 ‘에이빌린’. ‘스키터’에게 살림 노하우를 알려주던 그녀는 어느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자신과 흑인 가정부들의 인생을 책으로 써보자는 위험한 제안을 받는다. 때 마침 주인집의 화장실을 썼다는 황당한 이유로 쫓겨난 가정부 ‘미니(옥타비아 스펜서)’가 두 여자의 아슬아슬하지만 유쾌한 반란에 합류한다. 차별과 불만을 이야기 하는 것조차 불법이 되고 생명을 위협받는 일이 되는 시대에, 태어나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털어 놓기 시작하는 ‘에이빌린’과 ‘미니’. 그녀들의 용기 있는 고백은 세상을 발칵 뒤집을 만한 책을 탄생시키는데..(네이버제공)
불과 멀지않은 50여년전, 미국의 인종차별을 그린 영화입니다. 그들의 인종차별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지만, 이 영화속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다보면, 과연 이 이야기가 정말 불과 50여넌전의 이야기 인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여인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백인들은 오롯이 유색인종을 같은 인격을 지닌 인간이 아닌 '가정부'에 불과합니다. 백인들에게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는 흑인들에게 있어 자신의 미래와 또다른 삶은 없는 것이지요, 이미 정해진 운명을 따르는,삶에 그들의 표정에는 어떠한 감정도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보면 그녀들은 딱히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부정적이거나, 비판하지도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타인의 아이도 자신의 아이처럼 가슴으로 많은 사랑을 주지요. (비록 자신의 아이는 백인들에 의해 세상을 떠났다 해도 말입니다).
영화 자체는 130분이 넘는 러닝타임임에도, 그리고 참 찬잔한 드라마 장르임에도 지루함을 느낄수는 없습니다. 어찌보면 남자가 아닌 여자들의 삶이라 그런지 '인종차별'이란 여타 꽤나 충격적이고 강한 , 충격의 소지를 다분히 줄수있음에도, 영화 <헬프>는 오히려 웃음과, 따스함을 느끼게 해주지요, 하지만 단지 이야기가 그런 느낌만을 전하지도 않습니다. 치밀어오르는 강한 분노보다는 잔잔하게 슬며시 베어나오는 분노를 느끼게 해준다고 해야 할까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흑.백의 삶이 참으로 확연하게 선명한 선이 그어지듯 뚜렷함으로 다가옵니다.
아무래도 문화적으로 인종차별에 대한 부분을 직접 느끼거나 , 경험해 보지 못함이어서 인지 이들의 이야기가 공감 백으로 다가오진 않지만, 문득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나는 이 영화속 유색인(가정부)들 처럼 미래의 삶이 자신의 의도와 뜻과는 상관없이 올가미처럼 옭메여 있는 것도 아닌, 그래서 내가 하고싶은 대로, 꿈꾸는 대로 살수있는 자유로운 삶이 보장되어있으면서도, 왜 이렇게 늘, 내 삶에 있어서 이렇게 무관심 한 것일까?' 라는 생각이 말이지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드니, 참으로 허영스러운 인생을, 시간들을 낭비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책감이 들기도 하네요. 이 또한 , 이런 생각 또한 잠시잠깐 이겠지만. 말입니다.
* 문득, 한 구석에 파묻혀 놓았던 <헬프>를 원작으로 읽어보아야 겠다는 생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