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 아무튼, 노래

아무튼, 노래 - 노래와 함께 오래된 사람이 된다 ㅣ 아무튼 시리즈 49
이슬아 지음 / 위고 / 2022년 4월

우울감이 바닥을 칠 때 나에게만 통하는 극약 처방이 있는데, 그것은 쿨노래 듣기이다. 시발비용으로 처리하려고 산 극강의 블루투스헤드폰으로 한시간동안 90년대 댄스음악을 쾅쾅 울리게 들었더니,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 다시 깨닫게 된 기분이다. 그렇게 나는 뽕짝 메들리의 눈물을 아는 어른이...

[100자평]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

결혼은 모르겠고 내 집은 있습니다 - 지속 가능한 1인용 삶을 위한 인생 레시피
김민정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2월

어제 유튜브 1인2묘 채널을 발견하고 묘하게 빠져들어 영상을 다 보고 말았어요. 그리고 나서 이 책과 커다란 화이트 볼 조명과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를 구입했어요. 아침부터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이 은은하게 깔리니 이 너저분한 집구석도 영화롭네요. 이제 집만 사면 되겠어요.

[100자평] 깻잎 투쟁기

깻잎 투쟁기 -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한 1500일
우춘희 지음 / 교양인 / 2022년 5월

별점을 열 개 주어도 아깝지 않은 책이다. 깻잎이 한국인에게 영혼의 음식이라는 것을 외국생활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캄보디아 이주 노동자의 손으로 딴 깻잎은 이미 우리 몸의 일부를 이루고 있으니. 불쌍한 노동자에게 관심을 더 갖는 정도의 문제를 훨씬 넘어선다 이 깻잎 문제는.

[100자평] 유물론

유물론 - 니체, 마르크스, 비트겐슈타인, 프로이트의 신체적 유물론
테리 이글턴 지음, 전대호 옮김 / 갈마바람 / 2018년 9월

테리 이글턴이 최근 매년 소책자에 가까운 책을 맹렬하게 출판하고 있는 것은 일종의 자비의 행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어떤 심오한 지식도 평이하고 접근하기 쉬운 형태의 글을 통해 대중과 공유하는 것은 오래 전 좌파 지식인들이 가졌던 윤리의식의 실천이다. 더불어 이 책은 번역도 아름답다.

[100자평] 검은 황무지

검은 황무지
S. A. 코스비 지음, 윤미선 옮김 / 네버모어 / 2021년 12월

마음의 기력이 완전히 소진되었다고 느낄 때, 오로지 오락만을 위해 잘짜여진 책 한 권을 읽는 것은 이상하게 회복에 도움이 된다.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흠잡을 곳 없는 재미만으로 꽉 찬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만은 바닷가 휴양지에 걱정없이 누워있는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