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팔기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3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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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몸은 어때요? 기침이 아주 심할 때는 없어요?"

겐조는 앞에 앉은 누나의 얼굴을 보면서 이렇게 물었다.

"응, 고마워. 덕분에 날씨가 좋으니까 그럭저럭 집안일 정도는 하고 있는데, 그래도 역시 나이가 나이니까. 도저히 옛날처럼 몸을 안 아끼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할 수는 없어. 옛날에 네가 놀러 왔을 때는 옷자락을 걷어붙이고 가마솥 밑바닥까지 씻고 그랬는데 지금은 도저히 그럴 힘이 없어. 하지만 덕분에 이렇게 매일 우유도 마시고 있고..."

겐조는 약소하지만 매달 누나에게 얼마간의 용돈을 주는 일을 잊지 않았다.(24)


"하지만 일부러 그 부근을 지나면서 우리 집이라도 찾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볼일이 있어 지나다가 우연히 맞닥뜨린 건지, 그걸 모르겠어요." 

이 의문은 누나도 풀 수 없었다. (...)

"그 전에는 간간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간혹 오긴 했지. 그런데 그게 또 얼마나 우습던지. 항상 11시경에 오는 거야. 장어덮밥이든 뭐든 내놓지 않으면 절대 안 돌아가더라니까. 세끼 중에 한 끼라도 남의 집에서 먹으려는 게 그 사람의 속셈이었던 거지. 그런 주제에 차림새 하나는 번듯하더라니까..." (32) 


겐조는 얼마 안 되는 돈을 품에 넣고 옛 친구와 함께 고물상 같은 데를 기웃거렸다. 친구는 어떤 물건이든 닥치는 대로 값을 깎는 버릇이 있어서 그는 그저 걷는 데만도 적지 않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쟁반, 담배합, 화로, 사발 등 눈에 들어오는 것은 얼마든지 있었지만 살 수 있는 건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친구는 이만큼만 깎아달라고 명령조로 말하고, 만약 주인이 그대로 해주지 않으면 겐조를 가게 앞에 놔둔 채 지체 없이 앞으로 걸어갔다. 겐조도 어쩔 수 없이 뒤를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간혹 꾸물거리고 있으면 친구는 멀리서 큰 소리로 겐조를 불렀다. 친구는 친절한 사람이었다. 동시에 자신의 물건을 사는 건지 남의 물건을 사는 건지 분간을 못하는 것으로 보일만큼 맹렬한 사람이었다.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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