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2002/03/16 11:34
입 속의 검은 잎
택시운전사는 어두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이따금 고함을 친다, 그때마다 새들이 날아간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나는 한번도 만난 적 없는 그를 생각한다
그 일이 터졌을 때 나는 먼 지방에 있었다
먼지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문을 열면 벌판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그해 여름 땅바닥은 책과 검은 잎들을 질질 끌고
다녔다
접힌 옷가지를 펼칠 때마다 흰 연기가 튀어나왔다
침묵은 하인에게 어울린다고 그는 썼다
나는 그의 얼굴을 한번 본 적이 있다
신문에서였는데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이 터졌다, 얼마 후 그가 죽었다
그의 장래식은 거센 비바람으로 온통 번들거렸다
죽은 그를 실은 차는 참을 수 없이 느릿느릿 나아
갔다
사람들은 장례식 행렬에 악착같이 매달렸고
백색의 차량 가득 검은 잎들은 나부꼈다
나의 혀는 천천히 굳어갔다, 그의 어린 아들은
잎들의 포위를 견디다 못해 울음을 터뜨렸다
그해 여름 많은 사람들이 무더기로 없어졌고
놀란 자의 침묵 앞에 불쑥불쑥 나타났다
망자의 혀가 거리에 흘러넘쳤다
택시운전사는 이따금 뒤를 돌아다본다
나는 저 운전사를 믿지 못한다, 공포에 질려
나는 더듬거린다, 그는 죽은 사람이다
그 때문에 얼마나 많은 장례식들이 숨죽여야 했
던가
그렇다면 그는 누구인가,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디서
그 일이 터질지 아무도 모른다, 어디든지
가까운 지방으로 나는 가야 하는 것이다
이곳은 처음 지나는 벌판과 황혼,
내 입 속에 악착같이 매달린 검은 잎이 나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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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98년도에 이 책을 사고서는 그냥 던저 놔 버렸었어요
도통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들었거든요
입 속의 검은 잎..이라고 하는데 검은 잎이 뭘 말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더라구요..큭..
그래서 신경질도 나고.. 전체적으로 넘 우울하고 해서.그냥 쳐박아뒀죠
근데 어제 어떤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이 시를 프린트 해서 나눠주셨는데..
4년 만에 ..그렇게 모르겠던 그 잎이 뭔지 보였습니다.
그 간단한 것을 바보같이 ..
4년전의 저는 그 시대를 이해할 수 없는 틀이 머리속에 전혀 존재하고 있지 않았던 거죠..
지금도 솔직히 80년대의 우울함을 나타내는 작품들은 느낌이 팍 와닿지는
않네요
그래도..이젠 뭔지 조금은 알 것 같네요..눈치로 때려서 쬐금..
아주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