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2002/03/20 12:28
나쁘게 말하다
어둠 속에서 몇 개의 그림자가 어슬렁거렸다
어떤 그림자는 캄캄한 벽에 붙어 있었다
눈치챈 차량들이 서둘러 불을 껐다
건물들마다 순식간에 문이 잠겼다
멈칫했다, 석유 냄새가 터졌다
가늘고 길쭉한 금속을 질질 끄는 소리가 들렸다
검은 잎들이 흘끔거리며 굴러갔다
손과 발이 빠르게 이동했다
담배불이 반짝했다, 골목으로 들어오던 행인이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저들은 왜 밤마다 어둠 속에 모여 있는가
저 청년들의 욕망은 어디로 가는가
사람들의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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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그냥 이 시집 가방에 넣고 폼으로 들고 다녔는데
두 세번 그냥 끄적거리며 보다 보니깐..
이젠 감당할 수 없게 빠져 들게 만드는군요..
그 어려움에 도전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 버릴 수가 없습니다.
4년 동안 아무 의미 없던 책이었는데..TT
아무나에게 주어 버릴까 하고 생각했었는데..
어제는 또 뒤지다가 이 시를 발견했습니다.
음..
영화 만들 때 기형도 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길래..
과연 시에서 어떻게 영화의 영감을 가질 수 있을까..란 의문을 가졌었죠.
그런데 이 시가 눈에 확 띄는 겁니다..
와..
진짜 영화 만들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던거죠
뭐라고 할까..
구체적으로 어떻다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겠다기 보다는..
영화 전체의 느낌이 잡힌다는 거겠죠..
꼭 한편의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요?
큭..또 혼자 또라이 되는 건 아닌지..^^
저들은 왜 밤마다 어둠 속에 모여 있는가
저 청년들의 욕망은 어디로 가는가
사람들의 쾌락은 왜 같은 종류인가
전 특히 이 대목이 와 닫았습니다.
꼭 한편의 괜찮은 영화 주제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고 말이죠..
영화나 한편 만들어 볼까요?
캠코더 하나 들고서..
저의 까꿍양과 함께.. 술마시고 도로 주변을 배회하는.. 모습을 담는
겁니다..
한 밤중에 깔깔대고 웃고 뛰어다니는... 시선이 곱지 않는 지나가는 행인들의 모습도 담고..
우리는 왜 그래야 하는가...
경대 앞을 왜 뛰어 다녀야 했는가..등등..큭..
우리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삶이 너무 허무했으니까..
졸업을 앞둔..우리들의 고뇌..운운 하면서..
하하... 잠을 좀 덜잤드만..
제가 별 생각을 다 하는군요..^^
압..점점 저의 본색이 발휘되는가 봅니다.
이러면 안되는디..--;;
답사 간다고 강의실도 썰렁하니..
수업이 없어서 가벼운 하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