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병사 - 어느 독일 병사의 2차 대전 회고록
기 사예르 지음, 서정태 엮음 / 루비박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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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 지금 에어컨을 틀었어. 너무 더워서 말야. 책의 말미에 가서는 갑자기 울컥 하더라고. 전쟁 중에 흘리지 못한 눈물이 전쟁이 끝난 후, 한꺼번에 왈칵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이건 전쟁 중의 눈물과는 다른 눈물일거야. 죽어간 동료를 위해 흘린 눈물, 두려움 속에서 흘린 눈물들과는 또 다른 눈물이었겠지. 사실, 난 좀 잔인했어.

 

이 책이 그다지 생생하지 않다고 생각했어. 묘사도 그다지 살아있지 않고 사람이 죽으면 그냥 공습으로 탱크가 폭발 했는데 병사도 함께 폭발했다. 그리고 시체 냄새랄까. 아, 그렇구나. 그다지 그 시체가 어떤 모습인지 어떤 느낌인지 말초신경을 자극할 만큼 생생한 묘사는 아니구나. 뭐가 그리 잔인한 전쟁 회고록이라는 거지? 이런 생각을 한거야. 그러면서 작가 글발이 안 되나보지, 내지는 어쩌면 작가 입장에선 이 정도가 한계인 걸까? 전쟁을 겪지 않은 소설가의 상상으로 쓰는 글과 직접 겪어 본 사람이 쓰는 글은 좀 다르지 않을까. 겪어 본 사람들 중엔 생생하게 써 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오히려 직접 겪었기 때문에 그렇게 쓰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 거라고. 생생함은 없겠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 인간적이었다고 할까. 여하튼 나는 이 잔혹한 전쟁이야기를 읽으면서 고작 이런 생각이나 한 거야. 

 

그런데 다 읽고 나니까, 더욱이, 이 병사가 포로로 잡혔다가 석방 된 상황을 보니까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거야. 이 독일 병사는 자신은 독일인이라 생각했고 또 독일병사라고 생각했으며 그 사지에서 때로는 조국을 위해, 때로는 동료를 위해, 때로는 민간인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그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싸운 독일 병사였던거야. 독일 병사들과 똑같이 혹독한 훈련을 받고 전투를 하고 그러면서 자신은 진정한 독일인으로 독일병사로 인정받았다고 나도 그들과 같다고 느끼면서 자랑스러워 하던 독일 병사라고. 하지만 이 독일인은 아버지는 프랑스 사람이고 어머니는 독일 사람이었어. 마지막에 포로가 되었을 때, 프랑스 군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는 독일은 아버지가 독일인 사람만 징집을 했다는 거야. 그래서 이 남자는 석방 된다고 하는 거야. 말이 돼? 애초에 진정한 독일인으로 인정 받지 못하던 콤플렉스를 안고 독일군에 입대해서 똑같이 훈련받고 전투하면서 자신이 독일인으로 인정 받는 걸 자랑스러워 하던 병사에게 사지에서 함께 살아난 동료를 남겨두고 결국엔 자신은 독일인이 아닌 것으로 분류되어 석방 된다는 게? 대독일 사단으로서의 자부심은 어쩌지? 아니면, 애초에 이 사람은 왜 그런 잔혹한 경험을 해야만 했지? 지나고 나서 어떤 이유로든 엄청 억울했을 것 같아. 그 억울함들을 이겨내고 이렇게 책까지 낸 걸 보면 꽤 강한 사람이었나봐. 전쟁이 안겨준 정신적 충격, 자신의 정체성, 눈 앞에 묻어버린 동료들, 홀로 석방된 기억. 이 모든 걸 가슴에 묻고 잘 살아갔나봐. 이렇게 회고록까지 쓰고.

 

난 이 병사가 자신이 살육한 이야기는 교묘하게 피해가는 것 같아서, 자신들이 받은 공격, 공습, 피해, 아픔, 상처들만 늘어놓는 것 같아서 역시 어느 정도는 자신을 방어하면서 글을 썼구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모든 감정들이 그 어이없는 석방 앞에 눈물이 되어 쏟아지네. 그렇게 잔인한 책이라는 생각을 하지도 못했고 그렇게 슬프다거나 감동적이라거나 그런 생각 하지 못했는데, 이 책의 의의가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들이 윗세대들이 저지른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주의를 환기시키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한 방 맞은 기분이야. 와, 반전드라마인 걸.

 

마지막으로, 이 책은 독일 병사가 쓴, 패전국의 병사가 쓴 회고록이라고 광고를 하고는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아. 국적 따윈 상관 없어. 그냥 한 병사의 이야기이야. 평범한 한 병사. 어느 나라 병사인가는 중요하지 않아. 모두 비슷한 일들을 겪었을테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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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약속
소르주 샬랑동 지음, 김민정 옮김 / 아고라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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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한 감동이 참 따스하게 와 닿았던 책이다. 이건 꼭 감동스러워해야 해! 이런 게 바로 감동인거야!라고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가슴 한 구석이 아프다기 보다는 따뜻해 지는 감동.

소르주 살랑동의 첫 작품이었던 말더듬이 자크에 비하면 많이 부드러워진 덕분인지 책은 쉽게 잘 읽혔다. 하지만, 그냥 술술 읽히기만 하진 않고 적절히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가게 끔 해 주었다. 그래서 나는 각각의 인물의 특징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었고, 노부부에 대한 궁금증도 품게 되었으며, 그들의 어린 시절 일화들 속에서 지금 현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짐작해 볼 수도 있었는데, 이 모든 과정이 재미있었다.

자,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어느 한 인물이 어느 저택을 찾는다. 그래서 문을 두드리고 벨을 울리고서는 그냥 가 버린다. 물론 이 집엔 노부부가 살고 있다. 이 노부부는 음, 누가 왔군, 이제 벨을 울리겠지? 이렇게 밖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다음 행동은 무엇인지 추측은 하면서도 문은 열어주지 않는다. 이 노부부는 참 다정해 보이는데 여자는 낱말을 맟추고 남자는 우표를 들여다 본다. 그리고 조곤조곤 나누는 이야기들.

그런데 왜 문을 열어 주지 않는 거지? 분명 존재하는 인물인 것 같은데, 그래서 나는 처음엔 집안에 숨어 지내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했다가 나중에 돌아가는 정황을 보고서는 시체를 유기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런 끔찍한 이야기는 아니었고 망각이란 무엇인가라는, 망각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 죽음을 말하는 것이라는 그런 의미심장한 구절로 끝나는 이야기이다.

그럼 이젠 대충 감이 잡히겠지? 그들이 그 저택을 방문하고 손님이 온 것처럼 벨을 누르고, 창문을 열고 식탁을 차리고 하는 것들이 결국엔 그 노부부를 잊지 않기 위함이었음을. 그리고 그들은 그 노부부에 대한 사랑과 갑판장에 대한 우정으로 그 수상쩍은 행동을 왜 그래야 하는지 단 한번도 물어보지 않은 채, 단 한마디 불평도 없이 묵묵히 수행해 냈다는 것을.

그리고 마지막에 각자가 이 노부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을 보면 역시 이 작가는 말더듬이 자크를 쓴 그 작가가 맞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형식이 어떻게 되었든, 어떤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든, 이 작가는 참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을 정말 사랑하는, 소외된 사람들에게 어떻게 마음을 전달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내가 알고 있는 그 작가가 맞다는 사실이 또 기뻤다. 어떤 작품을 써 내든 작가의 이런 마음은 오래도록 이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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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 4집 [리마스터링 한정 재발매]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 / 예당엔터테인먼트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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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의 마지막 앨범. 

그의 웃는 얼굴이 더욱 시린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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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 3집 [리마스터링 한정 재발매]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 / 예당엔터테인먼트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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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반 중의 명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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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 2집 [리마스터링 한정 재발매]
서태지와 아이들 노래 / 예당엔터테인먼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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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 날의 그 감동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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