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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미실. 그녀를 떠올리면 요부라는 그런 느낌보다는 그냥 단지 부럽다는 마음이 더욱 강하다. 선덕여왕을 읽으면서는 자신의 득만 챙기는 그런 여인으로만 미실을 만났었으나 미실로 만난 미실은 아름답고 똑똑하고 야무진...그러나 운명에 순종할 수 밖에 없었던 가련한 여인이었다.
골품제도라는 것이 강인하게 적용되었던 시절. 신라시대.. 그 시대에 대원신통이라는 의무를 가지고 살아가는 그녀의 아픈 삶은 뼈가 시리도록 가슴이 아프다. 어린 시절부터 성에 관련된 교육을 받으며 훈련된..왕의 밤을 즐겁게 해주고 혈통을 보존시켜주는 것이 임무인 그녀.. 그녀는 처녀를 세종에게 바친다. 왕의 소유물인 대원신통의 자손인 미실을 우연히 마주친 세종이 짝사랑을 하게 되면서 그녀로 인해 힘들어 하자 세종의 모후가 미실을 그에게 주었던 것이다. 그렇게 처녀를 바치면서 그를 즐겁게 해주었으나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버림받음이었다. 그녀를 더러운 여자 취급을 하며 쫓아낸 세종의 모후.. 그리고 그것을 막아내지 못했던 세종.. 세종은 그녀를 쫓아낸 후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그렇게 버림받았던 그녀는 혼란에 시달렸고 많은 날을 아파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녀는 문득 깨달았다. 이것은 아니라고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된다. 사다함..그녀와 그는 서로 열렬히 사랑했다. 그리고 결혼을 약속했다. 하지만 사다함은 전쟁에 나갔고 살아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전쟁이 끝나고 사다함과 미실이 결혼한다는 소문이 도는 것을 들은 세종은 앓아누워서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미실을 다시 소유하게 된다. 정말 미실을 사랑했다면 자신이 결혼하기 전..아니 미실을 쫓아내고 나서 어떻게라도 해서 그녀를 잡아야했지 않을까? 그는 사다함에게 뺏기기 싫어서 아팠고 결국은 사다함에게서 그녀를 빼앗았다. 사다함은 그녀도 잃고 풍기문란한 모친으로 인해 친한 친구도 잃고...혼자임에 서러워하며 자신도 버렸다.
미실은 진실로 사랑한 사다함을 잃고 이제 대원신통의 의무를 다하며 색으로 색으로 여인의 향기로 온 신라를 지배하기에 이르른다. 그녀는 평생을 사랑했고 사랑받았다. 자신의 숙명에 충실하며 그렇게 살아왔다. 가끔은 삼국의 과거사를 잠깐 잠깐 들추다 보면 정말 요즘처럼..아니 요즘보다 더욱 더 색이 문란..아니 좀 더 개방적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길도 넓었고, 평등했구나 라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서 요즘 보여지는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만날 수 없었던 미실의 진짜 숨겨진 참 면모를 엿본것 같아서 무언가 마음이 뜨끈해지면서 기분이 좋아진다. 책장에 담겨있던 이 책을 왜 진작에 빼어들지 못했었나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녀처럼 아니..미실처럼 그런 아름답고 당당한 여인이 되고 싶다.
♡ 책이 쩡에게 주는 메세지™ ♡
"어려울 것 없어요. 마음이 가는 대로만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만큼은 덮어두세요. 성애의 희열과 열락에는 모든 가능성이 숨어 있기 마련이에요. 착하고 악함, 아름다움과 추함, 좋고 나븜, 귀하고 천함......그리고 그 모든 법을 벗어나고자 하는 위험한 의지가 있지요. 어머니를 용서하지 않아도 좋아요. 하지만 종형이 나와 더불어 진정한 남녀의 사랑을 안다면 그 모순마저도 이해할 수 있을 거에요."
(모친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다함에게 미실이)
"제 머리속에 무슨 다른 생각이 드어올 수 있겠어요? 우리의 금란지교를 생각했지요. <역경>에서는 금란을 일컬어 이렇게 말했지요.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면 그 이로움은 금도 끊을 만하며 마음이 같은 사람의 말은 그 향기가 난초와 같다고. 그리웠어요. 내 향기로운 금빛 난초! "
(미실이 사다함에게)
무릇 모든 사랑이 그러하다. 깨어지고 부서져 사라지는 순간 그 정체가 가장 선명해진다.
사랑은 그런 때에 온다. 별것 있겠느냐 빈손을 내보이며 능청을 떨 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며 풀 죽은 시늉을 할 때 삶의 목덜미를 왁살스레 물어뜯으며 사랑이 온다. 아무 때나 어떤 길에서나 복병처럼 느닷없이 나타난다. 그러니까 사랑은 살아가는 한 언제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