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이화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산 너머에 바다, 바다 건너에 또 바다, 그 바다 건너에 조선..

살아 있기에 서글픈, 긴 세월을 한숨과 눈물로 보내며

바람을 따라 흩어지는 배꽃처럼 살다간 사람들의 이야기!

 

♡ 쩡's 생각™ ♡

 

작년 조두진 작가의 소설 능소화를 지인의 추천으로 읽고 그의 필체에 반해버렸던 나는 그가 유이화라는 신작을 발표했다는 말을 듣고 막연한 욕심에 무작정 책부터 구입했다. 하지만 욕심은 욕심일뿐 다른 책들을 읽느라 눈길 한 번 제대로 못줬던 것이 사실이었다. 능소화..그리고 유이화. 조두진 작가는 꽃을 좋아하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책장에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예쁜 빨강색의 <유이화>를 집어 들었다.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책은 역시 생각대로 조두진 작가의 필체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멋진 작품이었다.

 

이 책은 철영이라는 조선의 선비와 양가집 규수였던 그의 아내 유이화의 역사(?)라고 표현해도 될만한 작품이었는데 그들 뿐만 아니라 그 가운데 많은 이들의 삶을 표출해 내었다. 철영은 아픈 아들인 편윤이와 아내 이화를 두고 진주성 전투가 벌어지는 곳으로 가서 자신의 입지를 세우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화의 설득으로 우선 의원을 찾아가서 데려온 후에 진주성 전투에 참여하고자 하였지만 이미 전쟁이 커져 진주성 전투에 지금 참가하지 않으면 죽어서 조상님들 얼굴을 뵐 낯이 없고 임금에게 죄송하다는 생각에 아내에게 연락도 없이 다시 돌아가지 않고 그 길로 진주성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피난가는 평민. 박동구의 가족을 서슬퍼런 칼날로 위협하며 그들 가족 또한 진주성 전투에 참가시킨다.

 

그가 도착한 진주성은 이미 왜군에게 장악되었고 그는 그곳에서 포로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무차별적으로 우리네 백성을 죽이던 왜군들은 돌연 태도를 바꾸어 앞장서서 왜군에게 대항했던 대장들을 신고하면 살려주겠다고 하였는데 그때부터 그는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자신을 제발 신고하지 말아달라고 주문을 외운다. 하지만 그의 눈에 박동구가 보였다. 그리고 둘은 눈이 마주쳤다. 얼마나 심장이 쿵쾅거렸는지 모른다. 박동구가 말하기 전에 그를 허위신고할까도 생각했지만 박동구는 신고하지 않았다. 그에게 고마웠고 미안했다. 나라를 위해서라고 말을 하며 목숨을 바치지만 그 사람들 속에는 당연히 철영과 같은 살고자하는 그런 마음이 있지 않았을까?

 

고된 노역을 하던 어느날 그는 집에있어야 할 아내 유이화를 진주성에서 보게 된다. 도대체 편윤이는 어디있는 것일까? 누구에게 맡긴 것일까? 눈을 마주치고 싶어도 마주칠 수도 없었고 그녀에게 말을 걸 수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철영은 한자를 많이 안다는 이유로 왜장 아사노 유키나가의 아들들을 일본으로 가서 가르치는 일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어느 정도 그에 대한 대우가 좋아졌고 그는 아내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했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이미 이화는 일본으로 가는 배를 타버린 뒤였다. 그는 아내를 찾기 위해 일본행을 감행한다.

 

이화는 일본의 덴카이집안에서의 노예로 살게 된다. 갖은 수모를 받고 배고픔으로 연명하는데 덴카이에게 빚독촉을 하러 온 사에키의 욕정을 받아내 줄 수 밖에 없는 신세가 된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왜놈들을 받아냈기에 이미 그런 부분에서는 감각조차 무뎌졌다. 밥만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인 그녀. 어느날 덴카이의 부인의 질투심으로 인해 그가 주는 밥을 먹으며 몸을 대주려다가 두려운 마음에 도망치다 길거리에서 덴카이에게 맞다가 일본행의 배안에서 만난 친절한 왜군. 히로시를 만나게 되었고 그는 그 끔찍한 곳에서 그녀를 돈주고 사왔다.

 

히로시는 그녀에게 아시타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그녀에게 자신의 부인이 되어달라 청혼한다. 그녀는 그렇게 안정을 찾아갔지만  어느날 찾아온 사에키의 부하들로 인해 그녀의 몸을 탐하는 사에키에게 잡혀갔다. 아들 시로즈와 남편 히로시를 두고 자살과 함께 사에키를 죽이고자 하였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사에키의 힘도 힘이지만 히로시가 잡혀와있기 때문이었다. 그를 살리고자 그녀는 사에키에게 또 다시 굴욕을 당하게 된다. 히로시는 목숨은 구걸했지만 그곳에서 다리를 절수 밖에 없게되는 치욕을 당한다.

 

그리고 계속되는 아내 유이화를 찾기 위한 철영의 몸부림. 아내 아시타와 그의 자식들을 먹여살리기 위한 히로시의 몸부림 속에서 그들은 기노가와를 건네주는 사람으로 또한 건너가는 사람으로 만나게 된다. 그들이 다시 만나게 될 운명이었을까? 아니면 철영이 이화를 다시 만나게 될 운명이었을까? 히로시의 터무니없는 품삵으로 인해 그는 경호무사 야타로에게 그의 이름을 확인해두었고 여행이 끝난 후 자신이 경호무사로의 일을 제대로 못했던 부분을 만회하고자 잡아들였던 히로시가 돈을 갚지 못하자 죽임을 당할 줄 알던 그의 아내 아시타의 방문으로 인해 유이화와 철영은 재회를 한다.

 

조선으로 함께 돌아가자는 철영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갈 수 없음을 말한다. 물론 다시 그와 함께 돌아가면 꿈에서도 그리던 고향 조선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그녀는 철영도 히로시도 아닌 아이들의 엄마로서의 삶을 선택한다. 의원을 데리러 간 아비를 기다리다 죽어버린 아들. 편윤이..편윤이는 혼자 외로운 길을 혼자 보냈지만 이 아이들을 또다시 혼자있게 만들 수는 없었다. 어찌보면 철영은 비겁했다. 물론 나라와 조상을 생각한 부분은 가상했지만 그는 그 마음도 금방 변심했고 자신이 살고자했다. 그리고 후회했다. 철영은 그 벌로 고향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산속으로 들어가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죽었다고 한다. 유이화의 기가 막힌 삶이야기는 그저 소설로만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그보다 더 힘들었던 삶을 살았던 우리네 여인들이 생각이 나면서 내가 지금 얼마나 좋은 시대에 살고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현실에 충실하고 언제나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겠다.

 

 

♡ 책이 쩡에게 주는 메세지™ ♡

 

국화처럼 무심히 살고 싶었다. 어느 땅에 피든, 어느 집에 피든, 땅을 가리지 않고 계절에 맞춰 피었다가 계절을 따라 떠나고 싶었다.

담 아래에 갇혀 있지만 국화는 계절을 따라 떠날 것이다.

 

마음은 간사한 법이다. 사람 탈을 쓰고 할 수 없는 짓은 없다. 사람이기 때문에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살아 있어야 합니다.  살아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은 그게 전부요. 살아 있다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요." (일본으로 떠나는 배안에서 히로시가 유이화에게)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 상대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 내 말을 상대에게 전할 수 없다는 것은 불편을 넘어 공포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