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으로 부터 이 소설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책을 손에 잡았다. 제목이 아홉가지 이야기로 되어 있는 것을 보니 단편이겠거니 라는 생각을 했는데 J.D. 샐린저는 이름만 들어봤을 뿐 한번도 그의 작품을 접한 적이 없어서 이 책의 내용이 궁금한 것이아니라 먼저는 그에 대해서 알고 싶은 마음이 그득했다. 샐린저는 자신의 독특한 상상력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삶을 바꾸어 놓았던 영향력 있고 특이한 작가였다. 그중에는 존 레논의 살해범처럼 책을 잘못 읽은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으며 주인공 홀든 콜필드와의 경험공유를 통해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했던 것처럼 보인다. 샐린저 문학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단편소설들을 묶은 이 책은 작가가 직접 작품을 고르고 제목을 붙인 것으로 우연과 필연, 삶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그려낸 아홉 편의 보석같은 작품이 실려 있다. 수많은 ‘바나나피시 중독자’를 양산한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을 비롯해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편편이 샐린저 문학의 지형과 방향을 짐작하게 한다. 샐린저의 단편소설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인 동시에 그에게 작가의 길을 열어준 작품인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은 선불교와 에피파니(epiphany), 초월과 신비, 순수와 환멸이라는 샐린저의 중심개념들을 가장 핵심적으로 밝힌 작품이기도 하다. 샐린저가 만들어낸 순수 상징인 ‘바나나피시’에 관한 정의는 지금도 독자들과 학자들 사이에 많은 의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그의 문학세계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도 나는 그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독특하고 무언가를 초월했다라는 느낌은 들었지만 그의 작품세계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할때도 물론 코드가 맞아야 느낌이 통하긴 하겠지만 그의 단편들을 읽으며 난해하다는 생각을 했음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물론 책을 읽는데는 나름 각자의 주관적인 지식이 편재해있음으로 가능한 부분일테지만 좀 독창적이면서도 사차원적인 듯한 그의 세계가 내게 확 다가오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