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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크 소리가 ㅣ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18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똑똑!! 노크소리. 당신을 찾아온 이는 누구일까?
얼마전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공포스릴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노크소리라는 것은 왠지 한 여름날의 공포영화처럼 섬뜩한 느낌을 주기 마련이다. 역시 이번 작품도 호시 신이치의 쇼트 쇼트 스토리인만큼 단편들이다. 한장 반으로 이루어진 초단편도 있어서 읽으며 역시 호시 신이치다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책에 담긴 거의 대부분의 단편은 노크소리로 시작된다. 물론 뒷부분에 가면 몇 편이 노크소리가 아닌 다른 내용으로 시작되는 단편이 몇개 있지만 말이다. 지금 당신의 방문을 노크하는 사람이 찾아온다면 누구일 것 같은가? 호시 신이치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무장된 작품들을 만나보길 바란다.
어릴 때 놀이 중에 "똑똑똑". "누구십니까". "000입니다" 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런 것처럼 시작된 노크소리의 단편들. 그 매력속으로 빠져보자.
제일 먼저 <수수께끼의 여자>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나왔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어떤 집에 남자 홀로 방을 지키고 있는데 한 여자가 노크소리와 함께 찾아온다. 그는 그녀를 처음 보았는데 자신의 집인양 아무렇지도 않다. 그리고 그에게 와서 봉사(?)까지 해주려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녀와 잠을 잘 수는 없었다.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왔을까?...그는 그녀에게 병원에 가보라고 말을 한다. 얼마 후 다시 노크소리가 들린다. 그녀가 왠 남자와 함께 들어왔다. 그녀는 다른 남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남편이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머리를 부딪혔는데 그래서 인가보다고... 수수께끼의 여자는 자신의 부인이었다?.. 어쩌면 그가 생각하는 것처럼 정말 모르는 여자일 수도 있고, 정말 자신의 부인일 수도 있다. 호시 신이치의 매력은 이런 상상을 할 수 잇다는데 있는 것 같다.
또 <현대의 인생>에서는 자신의 삶을 비관하며 죽음을 고뇌하는 한 남자의 집에 도둑이 들어서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도둑이면서도 너무 당당하게 생활하는 그에게서 비관적인 삶을 살던 그는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경찰이 그 집에 들이닥치자 자신이 숨고 도둑이 집주인인양 행세를 했는데 도리어 집주인을 잡아가는 경찰. 이럴 수가..그 남자가 스토커 짓을 하다가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자 죽여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삶을 비관하여 죽으려고 했는데 도둑의 말을 듣고 자신이 저지른 나쁜 짓에 대한 죄책감도 사라지고 사는데까지 자기 맘대로 살아보고자 한다. 어쩌면 이것은 현대인들의 심리적인 상태가 아닐까. 자신이 잘못을 저지르고도 불감증을 느끼고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내심 한 구석에서는 잘못에 대한 죄책감때문에 걱정하지만 누군가 괜찮다고 하거나 혹은 자신보다 더 나쁜 짓을 저지르는 사람을 보고 이내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 시키는 것 말이다.
<노크소리가>에서는 대부분의 내용들이 서로가 속고 속이며 그런 관계속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비애를 다룬 내용들이었다. 자살시도를 하던 노인이 삽을 들고 자신의 집을 방문한 두 남자가 자신의 방바닥에서 많은 돈을 꺼내드는 것을 보고 감탄하고 있다가 자신이 죽으려고 만들어놓은 약을 탄 술을 먹는 것을 보면서 결국엔 죽은 두 남자를 구덩이에 집어넣고 자신은 자신을 경찰이 잡으러 올때까지 고급요양원에서 살면서 그때까지 내가 살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장면이 나오는 것도 마찬가지다. 결국 세상은 돌고 도는 가운데에서 악행이든 선행이든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노크소리가 난다면 당신을 찾아올 사람은 누구일 것 같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