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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끽연자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18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난센스와 블랙유머가 작렬하는 8편의 폭소걸작!!
일본소설의 매력에 푹 빠져든 나는 또다른 작가. 츠츠이 야스타카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거의 맛이 가버린 듯한 얼굴에 담배 연기를 내뿜고 뒤를 쳐다보는 표지의 인물은 가히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며, 이 책에 담겨진 이야기들이 얼마나 재미있고 독특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준 것 같다.
최후의 끽연자(?)...끽연자라는 단어가 너무 생소해서 사전을 찾아보니 끽연자에 a smoker라고 되어있었다. 담배를 피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장을 넘겼다. 물론 단편인지라 최후의 끽연자부터 나온 것은 아니었다.
제일 먼저 나온 이야기는 '급류'로 여기에서부터 츠츠이의 상상력을 엿볼 수 있다. 시간을 소재로 한 급류는 시간이 점점 빨라져서 과거와는 다르게 직장 출근시간도 과거처럼 한두시간 걸리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움직여도 몇박 몇일이 걸린다는 것이다. 어쩌면 업무시간은 줄어들어서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잠깐 누군가와 대화했는데 그것으로 삼사일이 지났다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황당하겠는가?..마지막 후반부에는 시간이 어어 하고 한해가 지나가버렸다는 둥 나중엔 폭포소리만 탕탕탕 난다고 하는 둥...하며 작가가 황당하다는 멘트를 달아놓았다. 만일 정말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싶다. 작가는 이 작품으로 아마도 바쁘게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리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시간은 활용하는 것이지 쫓겨다니라고 있는 것이 아니니까 말이다.
이 소설은 8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제목과 같은 '최후의 끽연자'였다. 초반부분에서 설명한대로 끽연자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다. 결론적으로 보면 마지막 남은 담배피우는 자(?)정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주인공은 작가생활을 하고 있는 남자다. 물론 결혼도 했다. 그는 유명한 작가였기 때문에 담배를 사서 피우는 것이 그다지 문제 되지 않았지만 사회에서는 십오륙년전부터 금연운동이 행해졌었으며 이제 흡연가들은 사회구석으로 내몰려 매장당하는 것이었다. 담배연기를 싫어하는 나로서는 이런 상상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최후의 끽연자인 그는 옥상에서 생중계되는 동물처럼 담배를 피워댔다. 마지막까지 흡연의 길을 고수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고위인사들이 담배를 꼬나물고 있는데 과연 흡연자들이 구석으로 몰리는 일이 생길까 싶기도 했지만 많은 이들의 건강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빨리 금연 사회가 생겼으면 하는 바램이 생기기도 했다.
인류에게 공헌하는 타잔이 아닌 반사회적인 타잔이 되어버린 '노경의 타잔', 럼프티 험프티를 등에 달고 곱추로 살면 머리가 좋아져 성공할 수 있다며 개나 소나 다 달다가 문제가 커지니까 곱추가 되어버린 그들이 격리되는 상태를 묘사한 '혹천재'등등 ...츠츠이 야스타카의 작품들은 사회적인 이슈들을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반전되는 재미도 재미지만 작품으로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해내는 그의 필체가 놀라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