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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씨 안녕 ㅣ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15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사실과 상상의 경계에 정확하게 위치한 에피소드들!!
호시 신이치의 작품을 접한 것이 이로써 세번째가 되었다. 작품의 주제들이 그 책의 내용을 드러내듯이 <지구씨 안녕>은 스물 일곱 개의 이야기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고 있는 밝고 아름다운 희망찬 우주 시대에 무언가 응침(?)을 가한 내용이거나 혹은 인간들의 무지함을 깨우치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영화나 소설을 보더라도 우리가 아닌 다른 문명은 우리보다 더욱 지식의 분량이 높아서 우리를 지배하려고 하지만 그들을 무찌르고 우리네 문명이 승리할 것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호시 신이치는 인간의 생각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지하고 답답한 것인지 작품들을 통해서 보여준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이전 작품들은 쇼트 쇼트 스토리 중 하나의 제목을 책의 제목으로 나타냈었기에 읽으면서 '왜 <지구씨 안녕>이라는 제목이 없는거지? 내가 못 본 건가?' 하면서 차례를 들추어 보았다. 하지만 역시 책의 제목으로 된 이야기는 없었다. 갑자기 마지막에 보이던 작가의 말이 생각났다. 이 책은 1961년 4월, 소련이 가가린 소좌를 태운 우주선을 발사하여 인류가 처음으로 대기권 밖으로 나갔던 그때 [주간 아사히]가 임시 증간호를 간행하여 우주를 특집으로 다루었는데 이 책에 실린 <불만>, <신들의 예법>, <너무나 멋진 혹성>은 그때 실렸던 작품들이란다. 처음엔 '어서 오세요. 우주입니다'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우주라는 단어가 너무 많아서 곤란하다고 했단다. 그래서 나온 제목이 <지구씨 안녕>이라니.. 상큼하고 발랄한 느낌이 드는 이유가 그들의 고민의 여파였구나라는 잠깐 헛생각(?)도 해본다.
<재미>라는 작품은 한 나그네가 어떤 시골마을에 잠깐 묵었지만 살인까지한 강도라는 것을 그 마을의 무당이 마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그들은 그를 죽이고 묻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후 축제를 연다고 한다. 그렇게 사람을 죽인 뒤 10년후에 축제를 연다니..그리고 다음날이 축제일이란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나도 태평하게 축제를 꿈꾸며 아이들 또한 이방인들을 경계하며 자기네들끼리 즐겁게 또 다시 지낸다. 살인을 저지르고도 태연하게 자신만을 살고자 하는 나그네의 이기적인 행동, 마을 사람들의 재미를 위한 막연한 태연함, 아이들의 악에 대한 무관심...그들의 모습은 어쩌면 집단 이기주의에 빠진 우리네 모습을 보여주는 한 편의 드라마 같다.
또한 <신들의 예법>에서는 평화로운 왕국에 왕이 너무 평화로운 것에 싫증을 내다가 재미있는 일을 찾았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사건이 터지지 않자 내심 실망하고 있던 순간 우주선이 내려온다. 그것을 본 왕은 신이라 생각하고 융숭한 대접을 한다.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았기에 어떻게 대접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고민했다. 그러던 어느날 또 다른 우주선이 내려왔다. 다른 신이 온 것이라 생각한 왕은 그 또한 먼저왔던 신과 함께 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으나 두 신은 치고 받고 싸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엿본 왕은 신들의 환영인사 방식이 두들겨 패는(?) 것이라 생각하고 두 신을 죽을때까지 패버렸다. 결국 두 신은 죽었는데 그들의 대화내용을 기록한 것을 보면 둘이 싸운 이유가 서로의 고향으로 먼저 돌아가서 명예를 거머쥐고자하는 것 때문이었다. 결국 둘의 그런 다툼으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된 것이다. 아무 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걸다가 결국엔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게 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는 아니었을까 싶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호시 신이치의 쇼트 쇼트 스토리. 이제 나도 호시 신이치의 매력에 점점 중독이 되어 가는 듯 하다. 부담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SF의 세계에 좀 더 빠졌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