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빛 손톱
아사노 아쓰코 지음, 김난주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10대 소녀. 슈코와 루리의 과도기적인 사랑!

 

주인공인 루리는 외모의 다른 부분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지만 분홍빛의 손톱만큼은 예쁘기도 하고 자신이 가장 아끼는 부분이다. 고등학교 2학년인 루리는 평범한 생활을 하는 듯 하다. 자신 이외의 것들에는 무관심하고 자신을 둘러싼 온갖 추문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그저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사춘기와 함께 고도의 혼란속에 남겨져 있었다.

 

그녀의 가족은 이미 부서질대로 부서져 산산조각나기 일보직전이었다. 루리의 언니는 너무 예뻤지만 자신의 엄마가 아빠의 발목을 잡기 위해 생긴 아이라는 사실에 분개했고 그런 자신을 자유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엄마의 집착에 끔찍해 한다. 그런 엄마는 아빠가 자신을 버리고 다른 여자에게 가버릴까봐 걱정하면서도 자신을 관리하는데 노력하지 않고 그 모든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어가면서 뚱보가 되어가는데에 더욱 분노한다. 하지만 사랑을 주고 받는 것에 익숙한 언니와는 달리 모든 것에 무관심한 루리는 그런 사실을 후에 전해듣고는 미안하다는 말 외에는 아무 말도 못하게 된다.

 

이성에게는 아무런 감정도 감흥도 느끼지 못하는 루리의 그런 성향은 아마도 이런 가정 환경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한다. 물론 태어나면서 부터 그런 성향으로 인해 고민을 하다가 성전환수술을 하게 되는 이들도 요즘 텔레비젼을 보면 간혹 찾아보게 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기쁨이라기 보다는 아픔과 곤혹으로 느껴진다. 성정체성에 대한 혼란으로 인한 그런 모든 생각과 행동들이 그네들의 청춘 속에서는 아름답게 비추어질지는 모르지만 아직 내가 느끼기엔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나라보다는 일본이 동성애에 관대한 편인가?..물론 중학교 공등학교때 성생활을 시작했다고 당당하게 고백하는 소설속의 그녀들이 일본의 성문화에 대해 개방적이라는 것은 알 수 있지만 동성애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좋지 않게 비쳐질 것이다. 그런 자신을 알게 된 루리는 자신의 동성애적인 면을 감추기 위해 세명의 남자들과 사랑없는 성관계를 맺기도 하였지만 결국 그 남자들로 인해 자신은 아무하고나 잔다는 그런 추문에 시달리게 된다. 하지만 그런 소문에도 정작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혼자임을 택한 루리. 가련한 영혼의 떨림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자신의 심장을 두드리는 사람이 나타났으니 바로 슈코다. 슈코는 아름답고 매혹적인 상급생 여고생이지만 동물과 이야기 한다거나 미래를 예지하는 등의 일로 인해 구설수에 오른 인물이다. 둘은 서로의 모습에 끌리고 우정과 사랑을 만들어 나간다. 하지만 서로가 자신에게 가진 상처들로 인해..혹은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자 그 모습들을 감추는 모습 속에서 화를 내기도 하고 다시 화해하기도 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더욱 더 가까운 존재로 인식되어 진다.

 

슈코는 루리가 키웠던 강아지가 죽게 된 장면을 가슴아프게 기억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장래를 수의사로 바꾸기도 했으며 현재보다는 조금 더 멀리 떨어져 있을 테지만 서로가 서로를 완벽하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관계로 발전한다.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기에 훨씬 애절하고 애뜻하다. 강한 교감을 느끼는 둘의 사랑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질풍노도의 시기로 표현되는 청소년 성장기. 그 시기를 헤쳐나가는 슈코와 루리의 만남과 농도 진한 사랑. 그것은 어쩌면 삶의 모습을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보여주는 성장기의 한 형태는 아닐까 싶다.

 

<책속의 말>

십 대는 잔혹한 시기다. 머무를 수도 없고 멈춰 설 수도 없다. 그저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는 동안 안녕이란 인사와 함께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게 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알게 모르게 잊어 가는 나, 잊히는 나. 만남도 이별도 생생하고 허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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