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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악녀
페이 웰던 지음, 김석희 옮김 / 쿠오레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페이 웰던의 페미니즘의 대표적인 작품!
페이 웰던은 페미니즘의 대표작가라 불리우는데 페미니즘이란 여성억압의 원인과 상태를 기술하고 여성해방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운동 또는 그 이론을 가리킨다. 이런 페이 웰던의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작품이 '에덴의 악녀'이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맹렬하도록 비판적이며 음울하다. 과거 19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여성 참정권 운동에서 비롯되어 그것을 설명하는 이론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서 그런지 과도기적인 느낌도 분분하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루스가 남편의 또 다른 여자인 미모의 소설가를 칭찬하는 것과 동시에 저주하는 것에서 부터 시작하는데 초반부라는 특징때문인지 잘 읽혀지지 않다가 중반부부터는 박진감넘치는 전개로 인해 술술 읽혀진다. 185센티미터의 키에 전혀 예쁘다고 할 수 없는 아니 거부반응이 일어날 정도의 외모로 인해 두 아이를 키우는 조강지처가 자신을 버린 남편과 그의 정부에게 복수하는 내용을 담은 이 소설은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현실을 비판하며 그에 대한 응징을 담아냈다고 볼 수도 있으리라.
루스가 사는 곳은 '에덴 그로브'라는 곳으로 성서에서 말하는 에덴동산을 표방한 것처럼 천국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실상 그곳은 음울하고 비관적이다. 능력있는 남편들로 인해 가정에서 살림하는 여성들은 남편에게 정부가 있더라도 묵인하고 그저 조용히 살아 갈 수 밖에 없다. 그것은 그 당시의 사회상하고도 관련이 있는데 이는 루스가 남편으로 인해 화가나고 답답하고 참기 힘들자 '돈을 벌어다주는 남편은 집안에서 가장 존경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읊조리는 '현모양처의 기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조강지처의 아무런 동의 없이도 이혼이 가능한 그 당시에 남편은 그녀와의 이혼을 결심했고 루스에게 통보했다. 루스에게 '당신은 악녀야'라고 했던 남편의 한 마디에 악녀가 되기로 결심한 루스. 그녀는 아이들을 놀러가게 해두고 계획적으로 집에 불을 지른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그녀는 남편과 그의 정부가 사는 등대로 찾아가 아이들을 그곳에 떼어놓고 자신은 홀연히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나서 찾아간 곳은 정부의 모친이 감금(?)되어 보호받고 있는 곳이다. 루스는 머리를 써서 그녀의 모친이 그녀를 찾아가게 만들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남편과 그의 정부는 점점더 답답한 미궁속으로 빠지고 있지만 루스의 복수는 아직 시작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루스의 복수는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이 소설은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고 하는데 그들의 연기가 궁금하기까지 했다. 집안 살림만 했던 루스는 악녀의 삶을 살기로 하면서 부터는 복수를 위한 계략을 끊임없이 꾸미고 생활이 빈곤한 여성들을 위해 직업소개소를 차린다. 직업소개소를 통해 자리를 잡아가며 남편의 회계사 사무실, 은행 등의 모든 곳에 사람을 파견하면서 그녀들의 처지를 도우면서 그것을 자신의 복수에 이용한다.
꾸준하게 돈을 모으고 부를 팽창시키면서 그 모든 돈을 또한 자신의 복수를 위해 사용하는 루스. 그녀는 성직자, 판사, 의사를 악의 제물로 삼는다. 성직자의 타락을 통해 종교에 대한 비판을, 판사의 타락을 통해 법제도와 사회에 대한 비판을, 의사의 타락을 통해 가진자들에 대한 비판을 하는 것은 아닐까 싶다. 그들은 사회의 심장부에 있는 사람들로서 가진자에 해당하기에 남성 권력의 뿌리라고 볼 수도 있으리라.
결국 자신의 외모를 남편의 정부와 똑같이 뜯어고친 루스. 185센티미터의 키 또한 뼈를 잘라내면서 맞추게 된다. 그리고 돌아온다. 그 과정에서 남편의 정부는 암으로 죽게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의 복수가 끝난 것은 아니다. 그녀의 복수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외모 뿐만 아니라 키까지 줄인다는 것은 너무나도 말이 안되지 않느냐라고 말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방편을 마지막 구절 하나로 간단하게 해결해버린다. 소설의 초점을 소설 속의 다른 인물들. 남편 혹은 정부나 정부의 모친 등에게 맞춰놓고 읽게 되면 또다른 여흥을 느낄 수 있다.
<책속의 말>
“바깥세상에는 여러 가지 일이 있고, 자극도 많아. 우리도 지금과는 다른 여자가 될 수 있을지 몰라. 우리도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야. 우리 두 사람의 능력, 그리고 우리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여자들의 능력을 한데 모아서 무언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집안에 틀어박혀 허드렛일에 쫓기고 있는 주부라든가, 사실은 원치 않았던 생활에 애정이나 의무감 때문에 꼼짝없이 갇혀버린 여자라든가, 먹고살기 위해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느라 산송장이 되어버린 여자라든가, 여러 부류의 여자들이 있지. 그들의 능력을 한데 모아서 자극적인 사업의 세계로 뛰쳐나가는 거야. 돈벌이의 세계로! 그리고 세상 여자들한테로…….”
“그런 세계는 전혀 재미없을 것 같은데…….”
“그건 여자들을 그 세계에 들여보내지 않으려고 남성들이 꾸며낸 거짓말이야. 남성들이 여자에게 문을 닫아버린 세계는 권력의 세계이기도 해. 판사나 성직자나 의사처럼 여자들한테 이것저것 지시 내리고 여자의 사고방식까지 지시하는 사람들의 세계라고. 멋진 세계야. 아이디어와 능력이 손을 잡으면 얼마나 자극적인지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