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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삼킨 책
볼프람 플라이쉬하우어 지음, 신혜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하나의 사상이 세상을 삼켜 버릴 수 있을까?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이 살인을 부를 수 있을까?
어느날 '세상을 삼킨 책'이라는 독특한 제목의 책을 만나게 되었다. 책을 보는 사람의 손만 보인 표지는 왠지 책이 사람을 삼켜버린 듯한 느낌을 주었다. 워낙에 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책이 어떻게 세상을 삼키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리고 그 결론을 알기까지는 4-5일의 시간이 걸렸다. 두툼한 두께라 책을 보는 깊이가 더해지는 이 책은 변화의 시기에 어떤 사상들의 대립과 공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는 철학과 예술, 그리고 문학 애호가들에게 읽는 재미를 더해줄 것이다.
이 책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 몰고온 살인사건들로 1780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전의 독일은 수많은 제국들로 분열되어 있었다. 개화된 학자들, 종파들, 범죄단체들이 끊임없이 전쟁을 잃으키고 있었다. 그야말로 완전한 혼돈의 시기였던 것이다.
잠시 순수이성비판에 대해 알아보자면..(네이버 지식사전참고)
1781년 간행. 그의 비판철학의 첫번째 저서이며 철학의 역사에 한 시기를 이룩한 책이다. 이 책은 원리론과 방법론으로 나뉘었는데 원리론은 다시 선험적 감성론(先驗的感性論)·선험적 논리학으로 갈라졌다. 그리고 선험적 논리학은 또다시 선험적 분석론과 선험적 변증론으로 되어 있다.
칸트는 이 책에서 인간이성의 권한과 한계에 대하여 단적으로 질문하며, 학문으로서의 형이상학(形而上學)의 성립가능성을 묻는다. 즉 인간의 이성은 감성(엄밀히 말하면 감성의 선험적 형식으로서의 공간과 시간)과 결합함으로써 수학이나 자연과학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확실한 학적 인식(學的認識)을 낳을 수 있지만, 일단 이 감성과 결부된 ‘현상’의 세계를 떠나서 물자체(物自體)의 세계로 향하게 되면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에 말려들어 혼란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초경험적인 세계에 관한 형이상학적 인식은 이론이성(理論理性)으로는 도달 불가능하며, 실천이성(實踐理性)에 의한 보완이 뒤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그 후에 저술한 《실천이성비판(實踐理性批判)》에서, 이 이론적으로는 해결불가능으로 여겨졌던 문제의 해결과 인간행위의 기준을 논하였다.
이야기의 시작은 니콜라이가 기차를 타고(아마 기차가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했다.) 손녀와 함께 여행을 떠나다가 어떤 수도원에서 한 수녀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과정에서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가난한 뉘른베르크 출신 젊은 의사 니콜라이는 묘한 여자아이가 자신의 주인인 영주가 아프니 치료를 위해 자신을 불렀다는 소식을 들었고 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는 삶을 더이상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그녀를 따라 나섰다. 하지만 영주는 진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서재에 들어간지 며칠이 지났고, 시종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하지만 니콜라이의 개를 이용한 방법으로 인해 그의 죽음에 대해 알게 되고 문을 열었다. 영주에게 가기 전 우연히 영주의 가족이 모두 죽어서 묻혀있는 무덤들을 보게 되었다. 영주와 혈연관계인 사람들은 한 명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우연히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된 니콜라이는 고문관 디 타시로부터 좋은 조건으로 그와 함께 일하게 되었지만 더 큰 음모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민한다. 젤링이 끔찍하게 죽던 그 장소에서 발견된 단 한명의 증인인 막달레나를 만나면서 그의 마음은 디 타시와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한 마음을 굳히게 된다. 끊임없는 그녀에 대한 욕구로 자신을 감당하지 못하는 그는 결국 그녀가 디 타시의 서류를 훔치다가 잡혀서 고문을 받자 많은 사람들에게 음식에 약을 타서 먹인 후 그녀와 증거가 되는 편지들을 집어서 도망쳤다. 하지만 그 편지를 가져오지 않았어야 했다. 그 편지는 디 타시가 오스트리아 황제의 첩보원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신이 죽게 되었다며 막달레나에게 그 편지를 보여주었지만 그녀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딱잘라 말했고, 그녀가 길을 워낙 정확하게 알고 있어서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도망을 다니면서 그는 많은 정보를 수집했고, 우편마차 습격사건 중에 자살하던 범인이 부르던 노래를 그녀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부른 것을 듣게 되었고 그녀도 같은 곳의 소속임을 알게 된다. 하나의 하나의 조각들이 뒤엉킨 퍼즐처럼 실마리가 잡히지 않았지만 그가 어느 교수의 강의를 처음으로 듣던 날 그 모든 것들이 하나로 통하면서 퍼즐은 맞춰졌다. 그는 자신이 관찰하고 있던 젊은 남자를 지켜보고 있던 한 남자를 보았다. 그런데 그는 살해당했던 젤링이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그렇다. 그는 그녀와 같은 소속의 사람이었으며 지금까지 자신을 속였다. 하지만 그녀 또한 젤링에게 속았다. 그는 젤링이 살해당한 줄 알고 복수(?)하기 위해 디 타시에게 접근했던 것이라고 한다.
결국 그는 그녀와의 사랑을 접고 젤링과 그의 협력자들이 죽이려하는 교수를 구하고 책이 출간되게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순수이성비판이었다. 하나의 사상을 막기 위해 살인을 서슴지 않고 해버리는 그들의 끔찍함이 무서웠다. 생각을 멈추게 하기 위한 마지막 방법이 살인이라니 두렵기까지 하다. 어떻게 보면 과거사에서 새로운 사상이 들어올 때 못들어오게 하기 위해 처형을 하던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니 정신을 잡아두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은 어쩌면 그 시대 당시의 혼란과 변화와 격동을 그대로 표현해 준 것이기도 하며, 종교세계의 단편적인 모습들도 보여주었다. 좀 어렵기도 했지만 읽으면서 내내 그 시대의 시대상황을 정확하게 공부하고 읽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더 많이 남았다.
<책속의 말>
단지 여기 눈앞에 있다고 해서, 그것이 오랫동안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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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자신의 안을 들여다보라.
"자연의 본질은 대립이 아니에요. 자연은 하나예요. 우리가 또한 하나인 것처럼요. 그리고 동시에 영원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