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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중얼
신천희 지음 / 새론북스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산사에서 전하는 괴짜 스님의 세상수다!!
독특한 제목과 예븐 연꽃 그림이 마음을 사로 잡는 한 권의 책. '중얼중얼' 너무나도 귀여운 꼬마 스님이 연꽃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하는지 곰곰히 생각헤 보게 하는 표지였다. 책 한장 한장을 넘기면서도 예쁜 그림이 너무나도 아까워서 쉽사리 책장을 넘길 수 없었다. 그 내면에 담긴 괴짜 스님의 통쾌한 세상이야기는 자그마한 깨달음을 느낄 수 있었다.
소야 스님은 자신이 중이(中2)라고 한다. 그래서 열네 살이란다. 어찌보면 억지같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참 맞는 말이다. 삶을 살아가면서 나이 먹었다며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어린 사람 앞에 서면 무조건 고개를 지켜들고 에헴을 외치는 어른들보다는 자신을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낮추는 소야스님의 마음가짐이 참으로 정겨웁다.
나는 불교를 믿는 것도 아니고 스님을 가까이 해본 적도 없다. 하지만 이렇게 깨달음에 대한 글을 보면 고개가 숙여지고 마음이 숙연해진다. 어떤 종교든지 자기네가 잘났다고 하며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들은 참 많기도 하다. 뉴스를 보면 목사네 중이네 하면서 그들이 저지른 잘못이 모든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표독스럽게 보도하는 것을 보면서 왜 이면의 악한 부분들만을 들춰내는 것일까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고 하여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부분은 들춰내어져야 마땅하며 심판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아름다운 선행의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실질적으로 사람이란 보고 배운대로 행하는 습성이 있기 때문에 좋고 아름다운 것과 생활하다보면 자신의 모습또한 그렇게 닮아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양서는 우리네 삶에서 꼭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리라.
소야 스님은 산속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스님이다. 작은 방한칸에 자연과 벗하며 살아가는 스님의 몸짓속에서 어느 샌가 새소리와 풀소리...그렇게 자연의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작은 생물들에게도 하나의 인격을 부여하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 속에서 불교의 윤회사상때문에 저렇게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생각하다가도 그의 의인화하는 모습들 속에서 코믹함과 익살스러움..그리고 사회에 대한 비판의 모습을 자아낸다.
다른 이들을 탓하기 보다는 먼저 자신의 모습을 고치며,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그저 덮어두기 보다는 내어놓고 사죄를 하려하는 그런 모습들이 참으로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한 권의 책이었다.
그가 했던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우리가 읽고 있는 책이 한 그루의 나무라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책을 쌓아두지 않고 나누어 본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책을 쓰면서 정말 한 그루의 나무를 희생시켜도 좋을 책인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면서 후회없는 책을 써야겠다는 다짐이...그리고 그의 당부가 가슴 깊은 곳까지 새겨진다.
짧은 하루에도 몇 십권씩 쏟아지는 책의 물결.. 정보의 홍수라고 불리우는 이 시대에 정말 책다운 책이 몇 권이나 될 것이며 한 그루의 나무를 뽑아도 될만한 그런 책이 몇 권이나 될까?...책은 출간을 하게되면 한 권이 아닌 몇 십권 아니 몇 백권...아니 그 이상이 될 터이다. 한 권의 책을 한 그루의 나무라고 생각하면 한 권의 책도 쉽사리 여길 수는 없을 터이다. 스님의 세상 수다는 어쩌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깨달음을 주기를 바라는 안타까움에서 묻어져 나오는 작은 바램의 소리는 아닐까싶다.
<책속의 말>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자신의 생활 습관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습관은 자기가 자신에게 길들여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연속성이 없는 것은 습관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당당함은 거만하게 행동하여 남들에게 위압감을 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정체성만 제대로 가지고 있으면 당당하지 못할 게 뭐 있겠는가! 상대의 벼슬이나 힘을 인식하지 말고 그저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으로 보라! 그러면 누구를 만나든 당당할 수 있으리라!
권력이란 사람의 본성을 눈멀게 하는 도구로, 멀쩡하던 눈을 찌르는 송곳 같은 것임이 분명하다.
지나친 관심은 자녀를 나약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바람 많은 세상속에서 살아남는 법을 스스로 터득할 수 있게 방목해보는 것도 자녀를 잘 키우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리라.
모든 일은 마음이 근본이다. 마음에서 나와 마음으로 이루어진다. 나쁜 마음을 가지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수레바퀴가 소의 발자국을 따르듯 괴로움이 따른다. 맑고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말하거나 행동하면 그림자가 그 주인을 따르듯 즐거움이 따른다.
나보다 먼저 남을 생각하고 사적인 것보다 공적인 것에 더 많은 마음을 둔다면 어디 가도 인정 받는 사람이 되리라.
난다는 건 참 위험한 일이다. 언제 어디에 충돌할지 모르고 언제 어떻게 떨어질지도 모르는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눈을 들어 멀리 보면 마음도 멀리까지 살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