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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옹 놀이
크리스토프 하인 지음, 박종대 옮김 / 작가정신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놀아라, 인간은 오로지 놀 때에만 완전한 인간이다."
다른 책들보다 가로면이 더 짧아서 약간은 가벼운 느낌으로 만났던 '나폴레옹놀이'.. 하지만 그 실상을 알고나니 결코 가볍지는 않았다. 나폴레옹은 1769년生으로 프랑스 출신이다. 그는 프랑스 혁명으로 자유운동 촉진, 경제, 교육 등 각 방면에 걸쳐서 개혁을 행했던 인물이며 황제에 취임했다가 유배되었다가 다시 황제가 되고 유배되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나폴레옹놀이'의 주인공인 유명 변호사 뵈를레씨는 자기자신을 그런 나폴레의 소박한 후계자라 지칭하며 자신이 만든 놀이판에서 오래동안 왕으로 굴림한다.
뵈를레씨는 어릴 때부터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는 내가 보기엔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아빠는 사탕공장 사장으로 일에만 매달렸으며 엄마는 자신의 겉치장에만 신경쓰던 인물이다. 두 사람사이는 그다지 좋지 못했으며 엄마라는 사람은 뵈를레를 유모나 가정교사 등의 인물에게만 맡겨둔 채 신경도 거의 쓰지 않았다. 그런 그가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이 좋다.
사탕공장의 여공들은 사탕을 만드는 작업을 하면서 무릎에 뵈를레를 앉히고 일을 하며 들키지 않는 게임의 하나로 자신의 욕정을 은밀하게 채웠으며 그것을 뵈를레 또한 즐겼다. 그런 생활 가운데에서 살다가 어느날 전쟁이 종식되어 갑자기 떠난 그들 가족은 자신의 아버지와 결혼식 전 하루 동안 도망갔던 사촌의 부인이 사는 집으로 가서 살게 되었으며 사촌은 그들 가족을 증오했다. 결국 그 가운데에서 자신이 하고픈 겉치장이나 아름다운 것들과 작별을 했던 어머니는 죽게되었으며 그들은 다시 다른 곳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들 하나가 딸린 우체국을 운영하는 과부네 집으로 들어가서 살게 되었으며, 아버지는 우체국을 맡아서 했다. 뵈를레와 과부의 아들. 의붓동생 후레자식은 사이가 좋지 않았으며 우위에 선 그를 놀이의 일환으로 자신에게 굴복하게 만들어버린 그의 잔혹함과 똑똑함(?)과 사악함에 놀라게 되기도 했지만 그가 말하는 진정한 나폴레옹놀이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것이었다. 이 책은 뵈를레가 자신을 변호할 피아르테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되어있어서 뵈를레가 지은 죄가 무엇인지 알기 전에는 손에서 책을 놓기도 힘들었다.
살인을 했지만 살인이 아니라는 그...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사악하다고 하지만 자신이 보았을 때는 그렇지 않다는 그...정당방위라 주장하면서도 살인을 저지른 자신에 대해 말하는 뵈를레를 보면서 그의 속마음이...아니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아니 어쩌면 그의 사상이 궁금했다고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뵈를레는 사악한 악동기질로 번뜩이는 사람이며 그는 자신이 살기 위해 자신을 걸고 놀이를 했으며 결국은 살인을 저질렀다. 그는 유난히 당구에 집착을 했고, 결국엔 당구로 살인을 저지른 셈이었는데 자신이 죽였던 사람은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던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살해하기로 결심한 그 사람을 찾기 위해...그리고 관찰하기 위해 1년이라는 시간을 보냈으며 자신의 공인 완벽한 바크날이라는 존재를 찾았다. 바크날은 공이었으며 자신은 큐였다. 큐로 공을 맞췄다. 그렇다. 바크날은 그렇게 살해되었다. 스무명 정도가 있는 그곳에서...다들 보는데도 말이다.
그는 게임을 위해 자신이 정말 실수로 그렇게 한 것으로 했으며 그 놀이에서 이겼다. 그리고 그 다음 놀이를 시작하려 한다. 사회적으로 명망있고 청렴하며 인성좋은...그런 좋은 사람을 말이다. 그는 자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는 자신의 놀이에 피아르테스 변호사를 끌어들이기로 했으며 그에게 통보한다. 자신에게 완전히 지고 복종하는 후레자식을 조수로 쓰면서 말이다. 이번에도 그가 이길 수 있을까?...
뵈를레 씨가 말하는 진정한 자유와 행복은 무엇일까? 다른 이들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그런 삶?? 제멋대로의 삶?? 그의 사상에 대해선 뭐라 말할 수가 없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지인에게 설명을 해주길 이 책의 주인공은 사이코패스같다라고...정말 이런 사람이 있는 것일까하는 생각에 음침한 기운이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듯한 기분이다. 조심하라! 이 책을 읽은 뒤 당신은 세상을 과거와 같이 바라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은 뒤 어쩌면 당신도 놀이의 세계..뵈를레가 사는 세계로 빠져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세상을 놀이처럼 즐겁게 살아가라는데에는 정말 동의 한다. 하지만 남에게 폐를 끼치는 삶은 그저 놀이로 봐줄 수는 없으리라...
<책속의 말>
나는 당신을 믿기 때문에 당신을 선택했습니다. 당신의 모든 것을 믿겠습니다.
나는 모든 것이 동시에 일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든 언젠가 시작해서 언젠가 끝납니다.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납니다.
최후의 몰락에 가까운 사람은 패자가 아니라 승자입니다. 승리는 승자의 눈을 가려 눈 앞에 천길 낭떠러지가 있는 것도 보지 못하게 하고, 안전한 길이 어디서 끝나고, 어디에 급경사 길이 있고, 어디에 조금만 건드려도 한꺼번에 쓸고 내려갈 자갈이 있는지 알아채지 못하게 합니다. 승자는 위험을 보지 못합니다. 이미 승리를 거두었고, 저 꼭대기에 앉아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한 번 나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장외가 코앞인 패자는 온갖 역경을 또렷이 인식하고, 한 걸음 한 걸음 최대한 조심스럽게 내딛습니다. 비록 게임에는 패했지만, 이젠 그것이 그를 보호해주는 훌륭한 토양이 됩니다. 패배는 눈을 흐리게 하는 승리와는 달리 시각을 더욱 날카롭게 해주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