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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 1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 지음, 이재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뼈속까지 흔들어버리는 악랄하고 극악무도한 소설!!!
황새라는 제목을 접하면서 '황새'가 어떻게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의 주제로 등장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갖고 책 표지를 바라보았다. 의미심장한 책의 두려움을 담은듯 표지또한 어둡고 하얗게 흩날리는 황새의 깃털이 이율배반적으로 보였다. 평소 스릴러를 대하기를 꺼렸던 나는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접하면서 스릴러도 가끔 이렇게 읽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주인공인 루이가 막스 뵘이라는 황새학자에게 그의 지시대로 황새의 이동경로를 따라 나타나지 않는 황새에 대해 알아보라고 요구하면서 부터 시작되는데 그 일을 지시한 막스 뵘은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게 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경찰인 에릅 뒤마는 황새에게 먹히고 있던 막스 뵘의 시체를 찾아낸 루이에게 그가 지시받은 내용대로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며 친구로서 격려하고 도와주는듯 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가 막스 뵘의 오른팔 역할을 했었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된 것은 자신이 사랑했던 한 여인이 알려줌으로 인해서였다. 삶 자체가 어둡고 칙칙했던 루이는 그 사실을 듣고 망방이로 머리를 얻어 맞은 듯한 둔탁한 충격에 휩싸이는 듯 했다. 하지만 돌연 괜찮아 진듯 보이기도 했었다. 슬픔과 아픔도 내성이 생기는 것일까?..
아무튼 그렇게 막스 뵘이 말해준 황새의 이동경로를 따라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그의 실체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두려움에 휨싸이게 된다. 막스 뵘은 심장마비로 심장이식을 받았던 사람이었는데 그에게 이식된 심장은 바로 자신의 아들 필리프 뵘의 심장이었던 것이다. 막스 뵘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대가로 생명을 얻은 것이었다. 자신의 아내 이렌느 뵘이 암으로 죽었다는 통보를 받자 심장발작을 일으켜 쓰러졌지만 어떤 남자를 찾아가 시술을 받고 살았던 것이었다. 심장이식수술...그것은 누가 한 것일까?...
그리고 황새를 쫓아가다가 만났던 두 남자...그들은 자신을 도와주었던 마르셀 미나우스라는 언어학자와 그의 여자친구인 집시 에타를 죽였고, 루이를 죽이려다 실패하여 옆에 있던 아줌마의 손에 안겨있던 아이를 죽이고 말았다. 루이는 겨우 도망을 갔었고, 그 두 남자가 자신을 좇아와 죽이려하자 머리를 써서 둘 중 한 남자를 죽이게 된다. 또 다른 사건의 실마리인 라즈코는 사살된 뒤였다. 그는 미나우스로 부터 소개 받고자 했던 집시로 조류학자였다. 긜고 막스 뵘에게 소속되어 일을 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숲속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는데 그것은 너무나도 극악무도했다. 목부터 배꼽까지 절개된 몸에는 이미 심장은 적출된채 없었고 나머지 장기나 내장들도 거의 없어진 후였기 때문이다.
끔찍한 사건의 연속...그는 자신을 막스 뵘에게 소개해주었던 넬리 브래슬러. 곧 자신의 양모에게 전화를 했고 물었지만 알려주지 않았다. 루이는 물질적으로는 부족함 없는 생활을 살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가슴은 공허했고 아팠다. 지문없는 자신의 손을 보며 과거를 떠올리려 했지만 아무 생각이 나질 않았고 자아를 상실하게 되어 과거의 일을 잊고 지내고자 했으며 혼자서 그렇게 10년동안을 공부만 하며 살았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생활했던 그는 겉으로는 부족함이 없게 느껴졌지만 실상 속을 보면 텅텅 비어 바람만이 왔다 가는 그런 황량한 사막같은 사람이었다.
진심어린 애정을 받아본 적이 없던 루이.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겠는가. 밝혀지는 사실들을 보면서 루이가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브래슬러 부부는 친구의 아이를 좀 더 사랑으로 감싸안고 키울 수는 없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은 꼭 필요하긴 하지만 사람이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한 진리인 것 같다.
막스 뵘과 그의 아들 필리프 뵘의 관계...
루이의 친부와 루이 앙티오슈의 관계...
자신이 살기 위해 어둠과 암흑의 세계로 아들의 육체와 영혼을 던져버린 극악무도한 막스 뵘...자신이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아들을 살리기 위해 또 다른 아들이었던 루이를 죽여 그의 심장으로 다시 살리고자했던 그의 말도 안되는 논리..어쩌면 이것은 현대 사회의 부조리적인 모습을 내비치고자 했음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세계는 하나'라는 세계봉사단체의 존재와 존재이유를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두려움과 떨림. 그리고 공포가 밀려들었다. 하지만 흥미진진한 긴장감때문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황새'는 작가인 장 크리스토프 그랑제가 황새를 조사하다가 이를 소재로 소설화한 것이었다. 그만큼 황새에 대한 방대한 분량의 지식이 녹아들어 있어서 지식을 얻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이 소설처럼 황새를 다이아몬드를 옮기는 운송수단으로 챙기는 일이 가능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구의 소설이지만 절대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두려움과 아픔으로 가슴이 쓰라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