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한 두 자매의 위험한 유혹!! 솔직히 역사소설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서 타국의 역사에 관련된 이야기 또한 예외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2권으로 된 상당히 두꺼운 책이었기에 그 이야기의 결말을 참지 못하고 소설이 아닌 영화를 먼저 만나게 되었다. 소설에서의 이야기와 영화에서의 이야기는 전체적인 맥락은 같지만 느낌이 완전히 달랐다. 그네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난 또 다른 로맨스에 대해 궁금해지기에 이르렀다. '천일의 스캔들'은 16세기 영국 국왕 헨리 8세와 메리 불린과 앤 불린의 미묘한 감정과 그 당시 시대상황을 드러낸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였다. 메리 불린의 시각으로 씌여진 이 책은 어쩌면 누군가에게 자신들의 죄악을 고백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왕의 정부로 들어갈 때 메리 불린은 14세 였으며, 겨우12세에 이미 윌리엄과 결혼을 했었다. 하지만 그의 남편 윌리엄은 자신의 탐욕을 위해 아내를 창녀로 내어주는데 동의했다. 그 당시 시대 상황이 여인이라는 것 자체가 남자들의 야망을 위한 도구로만 쓰였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왕을 위해 궁녀들이 존재했으며 결혼한 여인은 다른 이가 범할 수도 범해서도 안되는 것이었는데 잉글랜드에서는 그것이 당연한 것이었다니... 화려한 무도회, 아름다운 무희. 왕과 왕비..그리고 공주, 왕자들..그런 모습들이 아름답고 화려하게 보였고 그렇게 알고 있던 내게 있어서 그런 사실들로 인해 잉글랜드라는 나라가 미개하게 느껴져버리게 되었다. 결국 왕은 메리를 정부로 두면서 그녀에게 사랑을 맹세했고 딸과 아들을 낳아줬지만 그녀가 해산일에 가까워오며 다른 여자들에게 눈을 돌리려하자 불린가에서는 헨리의 시선을 사로잡아두고자 앤을 보냈고 결국 앤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렸으며 결국 앤은 한낱 왕의 정부가 아닌 국왕의 부인. 왕비의 자리를 탐하게 되었다. 잡힐듯 말듯한 그녀를 보며 헨리 왕은 그녀가 원하는대로 스페인 공주였던 왕비를 자신의 형과 결혼했던 여자였으며 그로 인하여 저주 받아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그녀를 내쫓고 자신이 교권까지 장악하게 되었으며 앤은 화려한 대관식을 열어 자신의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온갖 사악한 짓을 했던 앤을 하늘은 용서해주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결국 엘리자베스 공주만을 남겼고 다른 이들은 사산되었다. 어느날 그녀는 사산하여 괴물이라 불리는 아이를 낳게 되었는데 이미 앤에게서 마음이 떠나 시모어 가문의 제인에게 마음을 빼앗긴 왕은 앤을 마녀라는 죄목을 만들어 그녀들의 오빠인 조지와 다른 많은 이들을 처형시켜버렸다. 메리는 이미 그 전에 별 볼일 없는 남자라고 불리는 윌리엄 스태퍼드와 사랑에 빠졌으며 둘은 결혼을 했고 둘 사이에 또 다른 여자아이를 낳았었다. 그들은 그 복잡하고 두려운 나날들 속에서 자신의 아이들을 지켜냈으며 후에 '엘리자베스 1세'로 앤 불린의 딸이 왕권을 이어가게 되었다. 헨리 왕과 메리의 자녀들인 캐서린과 헨리는 후에 엘리자베스가 왕권을 잡을 때 옆에서 가장 큰 힘이 되어주는 관계가 되었다고 한다. 돈과 권력에 물들어 있는 하워드 불린가에 소속된 세 명의 자녀들. 조지 불린, 앤 불린, 메리 불린...결국 그들은 자신들의 사랑을 희생당하고 강요당하면서 결국은 가문을 위한 희생의 길을 걸었고 결국은 조지와 앤은 참수형을 당하는 결과까지 초래하게 되었다. 자식을 자식으로 여기지 않고 끝끝내 권력을 위한 희생물로 생각하는 부모와 삼촌의 그늘에서 악귀와 같은 모습을 보았다. 메리가 그나마 인간적으로 보이게 된 것은 그나마 자식을 사랑하며 모성애를 표현하고자 하는 모습들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다. 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이들의 모습을 느끼며 또 한 번 눈을 감고 그들의 아픔과 탐욕을 측은함으로 느껴본다. "저는 해만 볼 뿐, 그림자는 보지 않습니다. 낮만 볼 뿐, 밤은 보지 않습니다." (앤이 헨리 왕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