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 한 권으로 읽는 실록 시리즈 4
박영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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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들어 우리 역사에 대한 인식이 재조명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실로 많은 역사에 관련된 책들이 쏟아지고 있으며 그런 홍수 속에서 역사물을 좋아하는 나는 나름대로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모든 책들을 다 섭렵할 수는 없겠지만 많은 이들에게 복잡하고 미묘한 우리네 역사지만 그런 가운데서 배움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줄터이니 말이다.

 

세종은 재위기간 31년 6개월로 54세에 임종했다. 또한 그 재위기간중 후반기인 마지막 7,8년 업무는 세자 향(문종)이 보게 되었으며, 이 기간내에 세종은 훈민정음을 창제하게 된다. 실질적으로 향간에 훈민정음 창제를 두고 집현전 학자들이 했네 또는 세종이 직접했네 라는 말들이 많았다. 이 책을 접하기 전엔 나 또한 세종이 했다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집현전 학자들이 창제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훈민정음은 사대주의에 무르익은 우리네 관료들의 눈을 피해서 세종 혼자서 은밀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을 말이다. 언어학자로서도 부족하지 않는 그를 보며 완전 감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을 접하기 전의 나는 실질적으로 세종에 대해 그다지 큰 존경심을 가지고 있기보다는 인재를 두루 등용했으며 훈민정음 창제와 더불어 해시계등의 과학적인 부분에 선두주자라는 식의 막연한 느낌이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는 다시 세종...그는 최고의 정치가이며 언어학자이며 과학자(?)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가 요즘 시대에 태어난다면 우리나라 발전에 큰 도움이 되련만...하는 그런 안타까움도 생겨났다. 세종같은 사람이 요즘 시대에 태어난다면 어떨까?..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학연, 지연으로 복잡한 이 시기에 또 하나의 명쾌한 해답을 내려주지 않을까.

 

세종의 부친인 태종에 대해서는 영조만큼이나 좋지 않은 수식어들이 따라다녔는데 냉정하게 말하면 권력에 눈먼 패륜아 불효자, 탐욕스럽고 의심 많은 권력자라는 것이었다. '세종대왕실록'을 읽어본다면 이 모든 내용들을 이해하게 되리라. 하지만 그런 태종의 업적 중에 가장 내세울 만한 것 세종을 왕으로 세운 일이었다. 세종은 적자이긴 했지만 큰아들은 아니어서 세자로 책봉되지 못했다. 그는 셋째아들이었다. 그런 그가 양녕대군의 안타까운 모습들때문에 태종의 사랑을 독차지하여 왕위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은..그리고 왕이 된 후에도 마냥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태종이 별세한 후에 개국초의 주도 세력이었던 공신들 거의 남아 있지 않았고 과거를 통해 정계에 진출한 유학자들이 들어섰고, 그들과 유학적 소양을 지닌 국왕이 만나 펼친 왕도정치를 이끌어냈다. 또한 세종 19년(1437년) 육조직체계를 의정부서사제로 변혁하여 임금에게 집중되던 업무를 의정부로 옮겨가게 하였고 세자로 하여금 서무재결권까지 넘겼다. 그로 인해 그는 자신의 시간을 만들어 훈민정음 창제에 더욱 할애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핑계는 소갈증이라는 건강상의 이유로 정무가과다한 육조직계제는 감당불가하다 했지만 말이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양녕대군의 스캔들이었다. 얼마전 읽었던 '조선의 12가지 연애사건'이라는 책에서 양녕과 어리의 사랑에 대해 다룬 것이 있었는데 그저 그를 사랑을 위해 왕위를 버린 멋진 로맨스 남성으로만 생각했는데..그는 타고난 바람둥이었다. 뭐..그 시대로 돌아가 그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는 없겠지만 어리를 만난 후에도 끊임없는 스캔들을 보여준 그를 보면 조금은 짐작할 수 있으리라...

 

부족함없는 학문가, 어진선비, 우애잃지 않는 형제, 의리 저버리지 않는 벗, 공과 사 구분 냉철한 판관 사람의 그릇을 잴 줄아는 현명한 경영자. 백성의 행복과 진리 구현을 꿈꾸는 사상가로 태평성세를 일궈낸 우리의 위대한 지대자 세종대왕..어찌 이런 그에게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가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어찌 혼자서 할 수 있었겠는가. 그에게는 보필하고 이끌어줄 신하들이 참으로 많았다. 황희, 맹사성, 류관 등의 신하들이 대들보역할을 해줬던 것이다. 타고난 인복을 가진 그..그건 아마도 인재를 두루 등용하는 그가 찾아낸 보석들이리라.

 

세종대왕실록이지만 세종대왕에 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와 함께한 신하들의 이야기까지 수록되어 읽는 이의 재미를 한층 돋워주었다. 이 시간 이후로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세종대왕"으로 바뀌어버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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