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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베포포와 마법의 동전
구메 준이치 지음, 김난주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당신은 돈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행복을 선택할 것인가?
'사라베포포와 마법의 동전'은 동화같은 이야기이면서 쉽지 않은 문제들을 다루어 많은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물질만능주의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현대 사회를 비판하고 꾸짖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치유책을 내밀어 선사해주는 약(藥)과 같은 것으로 우리네 마음에 신선한 바람을 보내주고 있다.
처음 이 책을 받아들때만 해도 그저 하나의 동화책이려니하고 생각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대해었드랬다. 내가 좋아하는 예쁜 보라 빛으로 장식된 양장본으로 된 예쁜 표지하며 첫 페이지를 열어보니 글자 또한 큼직큼직한 것이 참 보기 좋게 되어 있었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이런 책을 '먹기 좋은 책'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럼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어가 보자.
주인공 윌버는 열세살의 꼬마 남자아이다. 그의 집은 부자였고 부족함 없이 살았지만 어느날 집밖에서 소란을 피우던 사람들의 무리에 의해 그 행복은 끝이 났다. 이유인즉슨 그의 아버지인 케네스 맥코넬의 사기행각이었다. 돈을 내놓으라고 소리지르던 사람들은 윌버의 집으로 돌을 던지기 시작했고 끝끝내 윌버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사랑했던 엄마. 그레이스 맥코넬이 자신을 보호하려다 날아든 돌에 맞아 숨을 거둔 것이었다. 그의 마음은 찢어졌고 그레이스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삼촌 윌리엄은 그 사건의 상황을 모두 설명해주었고 재판이 진행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윌버는 그런 말들일 하나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인간의 목숨이 내일 사라진다면, 돈 따위는 갖고 있어봐야 아무 소용없다. 그런데 돈 때문에 사람이 목숨을 잃다니 말도 안되는 것이었다. 돈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인가 아니면 불행하게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과 함께 윌버에겐 그때부터 돈에 대한 대립적인 감정이 생겼다.
그러던 윌버에게 삼촌은 여행을 권유했으며 윌버의 깨달음을 향한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윌버는 로키산맥의 고원지대 원주민이 모여사는 보호구역에 살고 있는 원주민 장로에게 관심이 있었던 그를 만나러 갔다. 순조로운 여행으로 그는 곧 그곳에 도착했고, 하얀 머리카락과 수염으로 뒤덮인 얼굴에 깊은 주름이 자글자글한 장로. 니데바노를 만난다. 니데바노라는 이름의 뜻은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하늘에서 내려준 이름의 역할을 하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났다고 했다. 이 대목을 보다보니 예수님이 생각났다. 하나님의 뜻대로 이 땅에 오셔서 하나님의 뜻을 이루신분..갑자기 마음이 따뜻해진다..^^
니데바노는 윌버에게 깨달음의 길을 인도해주는 스승같은 사람이다. 그는 마나라쿠족의 이야기를 해주며 많은 이야기들을 이어나간다. 솔직히 가볍게만 생각했던 이야기가 깊이감이 상당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돈과 사람과의 관계. 또한 돌과의 관계까지 말이다. 그는 마나라쿠족의 물물교환에서 불편함을 느긴 사람들이 화폐. 그러니까 돈이라는 것을 만들고 사용해온 이야기를 하면서 처음에는 행복했던 사람들이 돈에 대한 욕심이 생기고 그러면서 불행해진 이야기를 한다. 실상 맞는 이야기다. 돈이라는 것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불편했고, 그래서 만들어진 돈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편리함을 느꼈지만,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지 가능하다는 생각이 생겼고 결국 우리네 현실 또한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진 것이리라. 그의 말에 따르면 인간은 세 종류가 있다고 했다.
Lovers, 사랑하는 사람들.
Dreamers, 꿈꾸는 사람들.
Greed, 욕심많은 사람들.
돈으로 인해 힘들어하며 지쳐가던 그들 중.. 사랑하는 사람들은 떠나기로 결심했고, 드디어 찾은 곳이 바로 신천지. '사라베포포'였다. 그들 말로 성스러운 땅이라고 했다. 그곳은 아주 아름다웠으며 '유라이프'라고 하는 아픈 곳도 나으며 젊음도 돌아오는 천상의 열매가 자라는 곳이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정착했고 돈이라는 것도 필요없이 아주 아주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그곳을 지나던 한 여행자. 유니트에 의해 그의 나라. 다나리스의 왕에게 알려졌으며 그들은 그곳을 돈벌이에 이용하게 되었었다. 결국 그들은 다시 돈의 노예가 되어버린 것이었다. 결국 인간이란 같은 사이클을 반복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 '파피용'에서는 인간이란 아무리 노력해봐도 진보할 수 없는 그런 존재로 묘사했었다. 그런 것처럼 결국 이들도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인가 하는 마음에 씁쓸했다. 하지만 인간이란 진보적인 존재이며 과거를 거울과 경계 삼아 변화한다. 결국 그들 또한 바뀌었다.
몇몇 지혜로운 사람들에 의해 그들만이 사용하는 돈을 만들어냈고, 그것은 단지 감사의 표시로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이나 해 줄 수 있는 일. 상대에게 받고 싶은 것이나 하는 일이 있을 때 그 값을 지불하면서 유라라는 동전을 주기로 했다. 결국 그 돈을 사용하지 못하게 제지하자 다른 방법인 통장과 같은 그런 용도의 것을 만들어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결국 그 나라의 돈이 필요없어진 그들은 왕국의 농장에서 일을 하지 않았고 자신들이 주인이었던 사라베포포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은 깨달았고 마음편하게 떠났다. 그리고 천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결국 돈이라는 것은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며,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서 좋은 것이 될 수도 있고 나쁜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다시 니데바노의 지시에 따라 두번째 여행을 떠나게 된다. 목적지는 미래도시였다. 그곳에서는 생각을 함과 동시에 이동하는 마법의 동전을 사용하는 곳이었다. 윌버는 여러가지 상업적인 경험을 하며 그곳이 바로 사라베포포에서 떠나온 그들의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자신의 어머니와 닮은 여왕. 안젤라스키티의 안내로 '고난의 방. 진실의 방. 창조의 방'을 하나하나 통과하며 그곳에서 윌버는 큰 깨달음을 갖게 된다. 돈 때문에 힘들어하던 그들의 영혼이 내일이라도 자신이 죽을 수 있다는 진실을 알게 되고 변화받아서 새롭게 창조되는 그런 일련의 결과를 말이다.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원한의 돌과 어머니를 죽음으로 내몰게 된 아버지라는 사람의 과거. 그리고 자신들에게 돌을 던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용서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지구를...사람들을 변화시키는 작은 씨앗이 되어 지구로 돌아온다. 그는 민들레 씨처럼 온 세상 만방에 깨달음을 전파하며 행복을 나누어 줄 것이다.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자신이 가고 있는 그 길을 돌아보며 돈이 목적이 아닌 수단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도록 깨달음을 줄 것이다.
돈이라는 것은 실상 없어서는 안된다. 실로 세상 사람들이 말을 하듯이 필요악이라고 불리우는 것이 돈이다. 필요악...그것은 꼭 필요하지만 악(惡)의 씨앗이 되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그것들이 악의 수단으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다른 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공급해주는 공급원으로서 쓰이는 경우도 많다. 미래 도시에서처럼 혼자가 다수이고 다수가 혼자로 그렇게 살아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우리의 이상일 뿐...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행복의 조건을 돈이 아닌 행복 자체로 생각한다면 미래 도시에서 처럼 행복이 가득하리라 믿는다. 공산주의와 민주주의를 합쳐놓은 것처럼 보이며 투명한 유리처럼 상대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세상. 그것은 바로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다.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으리라. 허나 조금씩 조금씩 아름다운 세상이 되도록 나부터...아니 우리부터 변화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