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미치 앨봄 지음, 공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평범한 놀이공원 정비공으로 평생을 보낸 에디. 전쟁의 상처를 안은 채 스스로 무의미한 生이라고 여기며 평생을 살아온 그가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들... 천국에 가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영향을 준 사람 다섯을 만난다고 하는데..만일 나는 그렇다면 어떤 사람 다섯을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하게될까?...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은 다른 여느 이야기와는 달리 마지막 순간인 죽음에서 버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죽음은 끝이기도 하지만 천국에서의 시작이기도 하다. 새로운 삶의 시작...그렇기에 죽음이 끝이 아닌 시작으로 에디의 생활을 이야기해준다.

 

그는 바닷가에 있는 작은 놀이공원 '루비가든'에서 정비공으로 일했다. 루비가든 하면 에디의 얼굴이 떠오를 정도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날 놀이기구에 의한 사고가 발생하게 되었고 그 기계에 깔리려던 여자아이를 구하려다 그는 목숨을 잃고 천국에 가게 되어 다섯명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그 만남은 다섯 가지로 나타나는데..

 

첫 번째 만남은 인연의 장..

두 번째 만남은 희생의 장..

세 번째 만남은 용서의 장..

네 번째 만남은 사랑의 장..

다섯 번재 만남은 화해의 장이었다.

 

천국에서 만난 사람은 한 사람을 만날때마다 이야기를 듣고 과거를 회상하고 다시 이야기를 듣고 과거를 회상하게 한다. 그럼으로서 약간은 추리소설(?)의 묘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첫 번째 인연의 장에서 만난 사람은 파란 사내였다. 에디는 이 사람을 만난 적도 없는데 이 무슨 황당한 경우인가 했지만 그는 잠자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파란 사내는 에디에게 "당신은 천국에서 다섯 사람을 만나는데, 그들은 모두 당신 인생에 결부되어 있지요. 그때는 당신도 이유를 몰랐을 테지만 말이에요. 천국은 바로 지상에서의 인생을 이해하기 위해서 있는 거랍니다."라고 말해준다.

 

파란사내는 요제프 코발츠비치라는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폴란드의 작은 마을에 사는 재봉사의 아들이었는데 이민자로 가난했다. 그는 열살이 되던날 아버지의 손에 의해 아버지가 다니던 스웨터 공장에 취직해서 코트에 단추를 달게 했다. 원래부터 안절부절 못하는 아이였던 파란 사내는 욕설과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사는 어른들틈에서 살기엔 힘이들었다. 그런 그에게 반장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고개를 숙이라고 했는데 한번은 몸을 비틀다가 단추를 떨어뜨려 들키게 되었고, 반장에게 사정사정 빌던 아버지 곁에 있던 그는 놀라 옷에 오줌을 싸버렸고 순간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런 그를 창피해했던 아버지는 그날 이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부자사이의 인연을 끊고 싶어했으며 그는 점점 예민한 사람이 되어갔다. 그는 약국에가서 신경안정제를 달라고 했는데 약사는 질산은이 담긴병을 주면서 물에 섞어서 매일 밤 마시라고 했다. 그는 점점 피부가 잿빛으로 변했고 초조했던 그는 더 많은 약을 먹었고, 그는 파란 사내가 되어버렸다. 결국 그는 공장에서 쫓겨났고 갈곳조차 없었다. 그는 서커스단의 눈에 띄어 그곳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알제리에서 온 파란 사내', '북극에서 온 파란 사내', '뉴질랜드에서 온 파란사내' 등 이름도 잘 붙여넣었다. 그를 소개하면 들어오는 돈...'버림받은 사람에게는 남이 던지는 돌조차 관심으로 여겨진다'고 말하는 그를 보며 가슴이 아렸다.

 

그런 파란 사내와 에디의 만남엔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파란 사내가 운전 연습을 하기 위해 빌린 차로 운전을 하고 있는 곳에 한 어린 아이가 공을 줏으러 뛰어와서 아무일 없는 듯..공을 잡아 뛰어간다. 물론 파란 사내는 아이를 보고 놀랐으며 그에 따른 파급효과로 주차된 트럭을 들이 받고 차에서 내려 얼마나 크게 차가 부서졌는지 확인 한 후 쓰러졌다. 그리고 경찰이 와서 그가 심장마비에 의해 죽었다고 했다.

 

그렇다. 파란 사내는 에디의 공놀이로 인해 죽음을 맞이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에디를 용서하고 자신의 모습이 정상으로 변했다. 그리고 에디에게 당신은 뭔가 배우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고, 자신 뿐 아니라 당신이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한 가지씩 가르쳐 줄 것이라고 말했다. 우연한 행위란 없다는 것. 우리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것. 바람과 산들바람을 떼어 놓을 수 없듯이 한 사람의 인생을 다른 사람의 인생에서 떼어 놓을 수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될 것이라 했다. 그리고 용서해주는 그를 향해 이해못한다고 하자, '타인이란 아직 미처 만나지 못한 가족'이라고 말해주는 파란 사내. 그런 그의 말이 가슴에 방망이질 하며 와 닿는다.

 

두번째 인연의 장에서 만난 사람은 전쟁터에 나갔을 당시 자신의 대위를 만났다.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랐다. 그간의 소식을 전해들은 그는 아연실색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다음 이야기를 들으며 분노가 터져오른 에디.

 

그렇다. 포로가 되어 붙잡혀있다가 탈출하던 날. 탄광에 불을 지른 그들은 도망치려했지만 에디가 갑자기 불길을 보며 미쳐갔다. 안에 사람이 있다며 불속으로 뛰어들어가려 한 것이다. 그를 살리기 위해 대위는 그의 다리에 총질을 했다. 물론 그의 다리를 평생 못쓰게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으며 나가서 치료를 받으면 되리라 생각했지만 빗맞은 그의 다리는 영영 못쓰게 되었고, 자신이 원하던 다른 직장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다리 때문에 얼마나 힘들고 분노에 찬 세월을 보냈는데...하지만 부하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지뢰밭에 던진 대위의 이야기를 들은 에디는 용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은 알지 못했지만 그들이 도망나올 때 타던 트럭에 탄 자신의 부하들을 살리기 위해 맨 몸으로 지뢰밭을 먼저 통과하다 지뢰가 터진 대위의 몸은 산산조각이 나버렸던 것이였다. 어찌 용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자신은 겨우 다리 하나였지만 그는 온몸이었다.

 

대위는 에디에게 "희생. 자네는 희생했고 나 역시 희생했어. 우리 모두 희생을 한다네. 하지만 자네는 희생을 하고 나서 분노했지. 잃은 것에 대해서만 계속 생각했어. 자네는 그걸 몰랐어. 희생이 삶의 일부라는 것. 그렇게 되기 마련이라는 것. 인생은 후회할 것이 아니라 열망을 가질 만한 것이라네. 작은 희생 큰 희생.....때로 소중한 것을 희생하면, 사실은 그것을 잃어버리는 게 아니라 그걸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이지."라는 말을 하고 자신에겐 전쟁터가 전부였기에 자신의 천국도 전쟁터였고 그곳에서 그를 기다렸다는 대위. 어찌 큰 희생을 한 그를 미워할 수 있을까...

 

세 번째 용서의 장에서는 부정이라곤 없는 아버지를 만났다. 그는 자신을 죽어서도  못본척하는 아버지에게 심한 분노와 자괴감을 느꼈지만 한 여인이 나타나서 아버지가 아닌 자신을 만나러 온 것이고 아버지는 에디를 볼 수 없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럼 이 연인은 누구기에 자신을 만나기 위해 기다린 것일까?...

 

해마 그릴의 종업원이었던 그녀는 근사하게 생긴 청년이 가게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한 눈에 반해버렸고, 에밀 또한 그녀에게 호감을 느꼈다. 에밀은 돈이 많은 사람이었고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기에 그녀는 신데렐라가 될 수 있었다. 에밀은 그녀를 위해 놀이공원을 짓기로 했고 그녀의 상을 입구에 만들었다. 그렇다 그녀는 루비였다. 독립기념일 전날 밤 임시직원들의 부주의로 대형불이 나고야 말았다. 그들은 하루아침에 빈털털이가 되어버렸고 에밀은 힘을 잃어버렸다. 에밀은 모험을 즐기는 사람이라 최소한의 보험만 넣어두었기에 그 부지를 실베이니아의 사업가에게 헐값으로 팔아넘기고 떠났으며 에밀은 몸도 마음도 망가져 3년이 지난 후에야 겨우 혼자서 일어설 수 있었다. 사업가는 그곳을 루비가든이라는 이름 그대로 사용했다. 그녀는 루비가든을 세우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일들이 에디와 무슨 상관인가..하지만 그녀는 에디의 아버지가 왜 죽었는지 말해주기 위해 그곳에 왔다고 했다.

 

아버지가 죽었다. 자신과 말 한마디 하지 않고...그냥 죽어버렸다. 아버지의 사랑을 얻고자 노력했지만 불가했었다. 그냥 증오의 대상이었던 아버지...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몸이 심하게 아픈 아버지..폐렴이었다. 그 몸으로 출근했다. 왜일까...아버지의 친구인 미키. 힘든 일 때문에 상의하기 위해 그의 집을 찾았지만 아버지는 없었고 어머니만 있었다. 옷을 입으러 들어간 어머니를 술이 취한 미키가 덥치려 한 것이었다. 그날은 세차게 비가 왔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옷을 반쯤 벗고 있는 것을 보았고 미키를 죽이려고 쫓아갔다. 하지만 물속에 허우적 대던 그를 구한 아버지는 그날의 사건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죽기전 창가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던 아버지...용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루비는 에디에게 "분노를 품고 있는 것은 독이에요. 그것은 안에서 당신을 잡아먹지요. 흔히 분노는 우리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공격하는 무기처럼 생각되지만 증오는 굽은 칼날과 같아요. 그 칼을 휘두르면 우리 자신이 다쳐요. 에드워드, 용서하세요. 처음 천국에 왔을 때 느꼈던 가벼움을 기억하나요? 그건 아무 분노를 안고 태어나지 않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죽으면 영혼은 분노에서 벗어나지요. 하지만 이제 저 세상으로 가려면 왜 분노를 느꼈는지, 왜 이제 분노를 느낄 필요가 없는지를 이해해야 해요. 아버지를 용서하세요."

 

그리고 네 번째 만남에서 결혼식을 보았다. 많은 종류의 결혼식. 그리고 자신 보다 먼저 죽어 자신을 기다린 자신의 아내. 마거릿. 그녀가 젊든지 늙었든지 간에 너무나도 사랑하는 아내였다. 둘은 너무나도 사랑했지만 에디는 친구 노엘과의 경마장에서 노름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돈은 노름을 할 돈이 아니라 아이를 입양해서 데려올 돈이었다. 돈이 얼마간 남아있을때 마거릿은 에디를 데려와야했다. 차를 몰고 가던 그녀는 비행청소년들의 술병으로 차와 차사이를 맞추는 놀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병은 그녀의 차 유리창에 정통으로 맞았고. 사고가 났다. 그녀는 인형처럼 솟구쳐 문에 부딪친 다음, 계기판과 운전대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런 일이 일어난 후 입양은 물건너가 버렸고 둘은 나이를 먹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후 뇌종양으로 그녀는 쓰러졌고, 떠났다. 오랜 세월 따뜻하고 포근하기도 했지만 가슴아픈 사랑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다섯 번째 만남인 화해의 장이었다. 어린 여자아이인 탈라. 그녀는 그가 군인이었을때 만났다. 자신이 구하려고 했던 불나던 오두막 속에..그 곳이 안전하다고 숨었었지만 에디가 지른 불에 타 죽은 것이었다. 그는 너무나 가슴이 미어질만큼 아팠고 미안했다. 에디에게 씻어달라며 돌맹이를 내미는 아이. 그는 아이를 키워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며 그래도 씻었다. 다섯 살인 아이. 그녀를 죽인 죄책감...하지만 그가 씻어내자 새살이 돋고 횃불처럼 흰 빛이 났다. 에디가 마지막 죽는 순간에 살리려고 햇던 여자아이는 살았느냐고 물어보자 밀쳐졌다고 한다. 그러자 에디는 자신이 잡아당겼는데 무슨 뜻이냐고 했더니 그 천국으로 탈라가 잡아당겼다고 한다. 둘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함으로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천국에 남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하나의 사건 사건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하나의 사건이 또 다른 사건에 연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그런 관계속에 있다. '나비효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만큼 작은 사건 하나도 그냥 있어지는 일은 없다. 미치 앨봄은 그런 인생사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만일 당신이 천국에 가서 다섯 사람을 만난다면 누굴 만날 것인가...한번쯤 생각해볼만 하리라. 그렇다면 그냥 마구잡이 식으로 살지는 않으리니...그리고 또한 모든 것을 타인의 잘못으로만 돌리지는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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