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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풍경에서 관능적인 매혹을 느꼈다. 지금도 내 소설 속의 풍경 묘사는 다른 작가 소설 속의 러브신과 동등한 무게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설가의 휴가> 중에서



미시마 유키오 문장의 즐거움 중 하나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의 묘사입니다.
소세키의 풍경 묘사도 사랑하지만 그 느낌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은은히 눈앞에서 흐르듯 펼쳐지는 소세키의 문장과 달리, 미시마의 풍경은 단번에 휘몰아치듯 사로잡으며 정신을 못 차리게 하는 것 같은...
<시를 쓰는 소년>에도 미시마의 풍경 묘사를 즐길 수 있는 문장들이 많습니다. 미시마의 말대로 그야말로 “관능적인 매혹”을 느끼게 하는 풍경들이 펼쳐집니다.


아득히 먼 아래쪽 바위 뿌리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는 그 멀고도 아름다운 풍경으로부터 추상되어 완전히 별개의 음악이 되고, 희미하게 울리는 먼 천둥소리처럼 하늘 한구석에서 들려왔기 때문에, 현기증이 날 듯한 절벽 아래서 하얀 부채를 접었다 펼쳤다 하는 파도의 모습과, 바위에 튀어 흩어지는 물보라와, 순간 바위 위에서 강렬히 반짝이는 물방울, 그 모든 것이 소리 없는, 섬뜩할 만큼 고요한 풍경으로 보이는 것이었다.
...


영겁의 미사를 끊임없이 노래하는 파도 소리는 바다에서 먼 산기슭 별장의 베개마저 밤마다 흔들었고, 꿈속에서는 어느새 소리도 없이 흘러온 바다가 툇마루 끝까지 밀려와, 물에 잠긴 뜰의 채송화 위로 작고 붉은 도미 떼가 지나가는 모습 따위가 그려졌다.

-<곶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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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의 동서도 분간하지 못하던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에, Y 군처럼 젊은이가 소설을 쓰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내 작품을 뒤돌아보며, 표현에서도, 인간의 의식에서도, 인생의 사고방식에서도, 지금이라면 이렇게는 쓰지 않을 텐데, 하고 생각하는 곳을 종종 발견한다. 하지만 그것이 명백한 오류라 할지라도 괜찮다. 소설가는 소설을 씀으로써 현실을 발견해가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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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 <소설가의 휴가> 중에서



요즘은 미시마 유키오의 에세이 <소설가의 휴가> 작업에 한창입니다.

1월 말쯤 출간 예정인데 연말이라 조금씩 일정이 늦어지네요...ㅜㅜ


<시를 쓰는 소년>에는 미시마의 자전적인 내용을 담은 단편이 몇몇 실려 있습니다.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제가 좋아하는 자전적 단편을 실었는데요, 에세이에서는 좀 더 미시마 유키오의 삶과 문학,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깊고 넓게 펼쳐질 거예요. 

열심히 작업해서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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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하이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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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소년>의 표지 이미지를 고를 때 계속 생각한 미시마의 말이 있습니다.

그래도 이거다 하고 제 마음속의 이미지와 딱 맞아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이 이미지의 느낌이 좋았습니다. 


미시마의 이 말은 같은 유미주의 문학이라도 가와바타 야스나리나 다니자키 준이치로와는 확실히 구별되는 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문학에서뿐만 아니라 일본 예술 전체에도 해당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야스나리의 문장과는 또다른 의미에서 제가 미시마의 문장을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예전에 미시마 씨의 문장은 무척 가냘프지 않았냐는 어느 여학생의 질문에 미시마가 대답한 것 중의 한 부분이에요.

제가 가냘팠다고 하는 설이 있습니다만, 나는 문학에서는 지금도 가냘픈 파입니다. 이것은 제발 오해하지 않기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문학은 지금 질문하신 여성보다 훨씬 더 가냘프고, 아무리 우아한 여성보다도 훨씬 더 우아하고 가냘픈 것이라고, 아무튼 손바닥에 살짝 놓아두어도 금방 부서지고 말 것처럼 우아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러나 내가 문무 양도(文武兩道)라고 말씀드린 의미는, 그런 우아한 문학이 한편에 있고 다른 한편에는 무사도가 있다는 것이 일본 문화의 가장 본질적인 형태라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일본에서는, 지금의 우아한 문학에서 봤을 때, 제가 가냘픈 문학을 하고 있지 않다면 점점 중간 소설의 조악하고 까칠까칠한 문학이 되고 말 뿐입니다. ...


미시마가 문무양도의 문장을 찾아온 길은 지금 작업하는 에세이에서도 종종 나오는데, 미시마의 에세이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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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한창 미시마 유키오 에세이 번역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내년 출간할 책들을 검토하느라 여유로운 연말은커녕 평소보다 더 정신이 없습니다.


그래도 그동안 <시를 쓰는 소년>을 읽어주신 독자님들의 책 소개를 읽으며 바쁘고 힘든 마음이 환해졌어요.

늘 시와서를 응원해주시는 독자님들의 책 리뷰 소개합니다.

미시마 유키오가 처음이라고 하신 독자님이신데 왜 이제야 이 작가를 읽은 건지 너무 후회스럽다고 하셨어요. 몇 번을 다시 읽어본 문장도 많았고 단편 전체를 낭독하며 읽으시기도 했다는데 단편을 낭독하며 읽은 건 처음이라고 하십니다. 

함께 공감하고 즐겨주시는 독자님을 접하는 것만큼 책 만드는 사람에게 기쁘고 반가운 건 없는 것 같아요.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오래오래 좋은 책으로 함께할게요.

아래는 독자님의 리뷰입니다.


몽상은 나의 비상을 단 한 번도 방해하지 않았다. 나는 일찍이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비상을 하고 있었다. 몽상에 잠긴 겉모습만 보고서, 내가 얼마나 광활한 내면의 하늘을, 별자리에서 별자리로 날개를 펼치고 날아다니는지 알 길이 없는 그들은, 나를 휘감고 있는 반짝이는 거미줄을 억지로 걷어버렸지만, 거미줄로 보인 것은 사실 아지랑이처럼 여리고 아름다운 나의 날개였다.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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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는 것은 고독한 작업이고, 소설을 쓰는것도 고동한 작업이다. 활자를 매개로 하여 우리의 고독은, 본적도 없는 타인의 고독속으로 스며 들어간다.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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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나에게 한마디의 말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의 문장은 이미 너무나 완벽했고 내가 덧붙이려던 말은 어떤 작은 긁힘도 만들어내지 못할것이라 생각되었다. 그저 그가 만들어낸 단어, 문장 하나하나를 수긍하는 굴복으로 이어질 뿐이라는 생각. 기가 막힌다라는 말이 절로 새어나오며 나를 무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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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참 많이 아끼는 출판사 시와서.

조용하고 정갈하지만 이번에도 가장 우아하게 내마음을 제대로 깊숙히 겨누었다. 그리고 예외없이 나를 쓰러뜨렸다. 일본문학을 참 좋아하는 내게 시와서는 늘 가장 충실하고 평화롭게 나의 가장 간절한 욕망을 제대로 충족시켜주는 곳이다.

왜 이 작가의 작품을 이제서야 읽게 된건지..더 일찍 만났더라면 좋았을 문장들, 그랬더라면 분명 아주 오랜시간 머물렀을 그의 세계들, 그 사이를 건너뛰고 이제야 도착한 나의 시간들이 아까워 정말 죽을 지경이었다. 숨을 죽이며 기다렸던 작가가 만들어놓은 위대한 덫에 걸려서 움직이지 못하고 그냥 이렇게 멍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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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일본 문학을 대표하며, 여러 차례 노벨 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이름. 작가라는 부르는 것만으로는 절대적으로 다 담아낼수 없는 많은 영역을 가로질러 예술과 광기를 드러내내고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해 나간 천재.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이 바로 이러한 다양성이 한데 모인 작품집이었기에, 더 그의 매력에 빠져 버린지도 모르겠다.

자전적 색채가 짙게 배인 ‘시를 쓰는 소년’, ‘의자’, 작가가 지니는 지독한 예술적 광기와 외로운 균열이 그대로 드러났던 ‘황야에서’, 그리고 내가 가장 충격적이면서도 동시에 너무나 아름답다고 느꼈던 ‘우국’까지.

개인적으로는 ‘곶 이야기’와 ‘시를 쓰는 소년’, 그리고 ‘우국’이 가장 깊이 남았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작가의 시간뿐 아니라,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언어로 옮긴 번역자의 시간을 자주 떠올렸다.. 넘칠 듯 풍부하고도 섬세한 표현들은 한편으로는 친절함으로 다가올수도 있지만, 내가 아는 언어들을 총동원하고 내가 가진 감성들을 다 쏟아내야 읽어낼수 있었던 작가의 문장들을 그 감성 그대로 옮겨낸다는 일은 또 얼마나 힘든 과정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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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읽다 보면, 우리는 결국 작가의 삶이 그 속에 투영되어진다.. 다양한 작품 세계만큼이나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그의 삶은, 작품의 곳곳에서 깊은 방황과 고독의 숨결로 어두운 그림자를 짙게 만들어내고 있었다.. 아름답지만 치열했던 문장들.. 눈이 부시게 찬란했지만 눈이 멀어버린것처럼 또 지독하게 고독한 문장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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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정갈하고 깨끗한 한지 위에 소박한 여러 색깔의 물감을 떨어뜨린다. 한쪽 끝에 내려앉은 작은 점들은 더디지만 가장 고운 그리고 경쾌한 보폭으로 종이 위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스며들기 시작한 그 작은 방울들은 마침내 먼 귀퉁이까지 완전하게 자신의 색깔들로 물들이며 뿌듯해한다. 작가의 글은 한여름날의 갑작스러운 세찬 빗줄기를 닮았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 하늘의 문이 열리듯 퍼부어대는 빗줄기는 마음 한가운데 오래 닫혀 있던 협곡의 문을 단숨에 열어젖히고, 가슴 한복판에 간절히 필요했던 수로를 힘차게 만들내어 거칠지만 그러나 아름답게 내 마음 구석구석을 힘차게 훑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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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삶은… 오케스트라의 가장 화려한 순간보다 그 직전에 찾아오는 결정적인 쉼의 순간에 더 소중한것들을 깨닫게 한다. 숨이 멈춘 듯한 그 짧은 시간이 지나고 , 다시 미세하게 바이올린의 첫 음이 진동하며 울리는 그때.. 올것 같지 않았지만 결국 오고야 마는 새벽의 붉은 빛처럼 어둠을 가르고 울리는 그 가냘픈 음 하나는 주변의 모든것을 감싸안으며 최고의 절정의 순간을 보란듯이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의 글들이 내겐 새벽의 붉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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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멈춘 나의 쉼의 시간에..그 기다림의 시간에 이 책과 함께 할수 있어 너무나 풍성하고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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