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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 유키오 에세이 선집 <소설가의 휴가>는 제목만 봐서는 머리 좀 식힐 겸 느긋하게 페이지를 넘기고 싶을 때 읽는 에세이 같지만, 사실은 두뇌 회전을 풀가동시켜야 넘어갈 수 있는 페이지가 많습니다.
일기 형식이지만 사적인 일상은 살짝 다루고 주로 문학과 예술에 대한 비평이 펼쳐져요. 다루어지는 작품도 동서고금 이리저리 날아다니는데, 그래서 작업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일단 제가 읽어보지 않은 작품도 많았고,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것도 있기 때문이에요. 이거 작업하면서 늘 느끼지만 일본의 문학 번역에 대해서는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우리 번역서에는 지금도 없는 게 50년대, 60년대에도 있었으니까요.

어쨌든 책에서 다루어지는 글을 다 읽지는 못했지만, 작업하면서 이번에 읽은 것 중 무척 흥미롭게 읽은 책 하나가 <아돌프 / 세실>이라는 소설입니다.
뱅자멩 콩스탕이라는 프랑스의 정치가이자 소설가가 쓴 소설인데 무려 200년도 더 전의 작품이에요. 프랑스 심리소설의 걸작이라고 불린다는 소설인데, 저는 작품도 작가도 처음입니다. 미시마의 글을 작업하는데 너무 궁금해서 작업하다가 읽었는데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한 여자에게 반해 열병처럼 빠져 있다가 서서히 그 감정이 가시면서도 연인을 떠나지도 못하는 이 어찌할 수 없는 청년의 심리를 어찌 그렇게 절묘하게 그렸는지...

미시마의 표현이 재밌습니다.
“무척이나 바쁜 정치가가 쓴 소설, 게다가 작가 자신은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았는데, 후세의 평가에 의해 고전의 반열에 오른 이 소설은 그 자체만으로 참으로 기구한 우연으로 태어나 남겨진 듯한 인상을 준다.”
“이토록 몽상을 모르는 분석이 어떻게 해서 에세이나 격언의 형태가 되지 않고,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었을까 하는 것이다.
《아돌프》의 희귀한 점은 그 당시나 지금이나 도저히 표현에 이르지 못할 성질의 것이 표현되었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비꼬는 것 같기도 하지만, 미시마는 이 작품을 “두 번, 세 번 다시 읽을 만한 소설”이라고 평했어요. 저도 읽고 나서 미시마의 생각에 동감했습니다.

국내에는 <아돌프>만 실려 발표된 것도 있고 <아돌프/세실>로 두 작품이 실린 것이 있는데 전 두 작품이 실린 것으로 읽어봤어요. 미행에서 출간된 건데 번역이 참 좋다고 느끼며 읽었습니다. 미시마의 에세이에는 두 작품을 함께 평하고 있어 이렇게 출간되어 있어 참 고맙고 반가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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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시와서 책을 읽어주시는 독자님이 <시를 쓰는 소년>을 읽고 감상을 나눠주셨어요. <소설가의 휴가>도 엄청 기다리신다고 하셔서 너무 감사하네요...😍

미시마의 글을 많이 읽으셔서 그런지 리뷰가 예리하십니다. 인간의 감춰진 심리를 예리하게 파헤친 아주 독특한 단편인 자전적 단편 <의자>에 대한 리뷰가 특히 맘에 들어요.

<시를 쓰는 소년>은 시인이 될 수 없었던 미시마의 자전 단편인데 그 무렵의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소설가의 휴가>에 펼쳐집니다.

읽어주시고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는 독자님의 리뷰입니다.


바로 그 순간, 소년은 무언가에 눈을 뜬 것이다. 사랑이니 인생이니 하는 인식 속에 반드시 끼어드는 우스꽝스러운 불순물, 그것 없이는 인생이나 사랑의 한가운데를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우스꽝스러운 불순물을 본 것이다. 즉, 자신의 짱구를 아름답다고 굳게 믿는 것. 좀 더 관념적이기는 하지만, 소년 역시 비슷한 믿음을 품고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도 그렇게 살고 있는지도 몰라.' 이 생각에는 오싹해지는 듯한 무언가가 있었다.

📍미시마 유키오가 가장 경계한 것은 평범함이다. 시를 쓰는 소년에 실린 여러 단편들은 그 경계심이 어떻게 형성되고 굳어졌는지를 단계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은 미시마의 미학이 완성되기 이전의 흔적이라기보다 이미 명확했던 방향을 여러 각도에서 반복 확인하게 하는 단편집에 가깝다.

표제작 시를 쓰는 소년은 어린 시절 미시마의 시론과 천재성, 오만과 동경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자전적 작품이다. 그는 시를 통해 특별함을 확인하려 하지만 동경하던 선배 R과의 관계 속에서 문학 속 사랑이 현실에서는 그대로 재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 깨달음과 함께 찾아오는 선배의 이마가 자신의 이마와 닮았다는 인식은 결정적이다. 스스로 아름답다고 믿어왔던 신체적 표식이 타인과 겹쳐지는 순간 그는 삶 속에 섞여 들어온 불순물을 인식한다. 이때의 충돌은 그가 시인이 아닌 소설가로 향하게 되는 내적 분기점처럼 읽힌다. 그는 실러가 아니라 괴테가 될 운명이었다는 문장은 미시마 자신의 방향 감각을 냉소적으로 요약한다.

이어지는 의자에서는 미시마의 사유가 훨씬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할머니의 집요한 보호 아래서 분리된 공간에 놓인 어린아이와 별채에서 의자에 올라 슬픈 얼굴로 바라보던 어머니 그리고 간호사의 모순된 접촉은 하나의 이미지로 겹쳐진다. 고통 속에 쾌락이 있고 슬픔 속에 은밀한 기쁨이 숨어 있다는 미시마 특유의 인식이 이 단편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문제는 그 기쁨이 들킬 수 있다는 자각이다. 그는 기쁨을 숨기기 위해 슬픔까지 함께 감추게 되고 그 결과 남는 것은 감정의 부재다. 어머니가 보기에 사라진 것은 슬픔이었겠지만 실제로 사라진 것은 슬픔과 기쁨 모두였다.

이 단편집에서 아름다움은 구원이 아니다. 오히려 타인과 섞이지 않기 위한 방어선에 가깝다. 미시마에게 평범함은 안식이 아니라 타락이며 감정은 정화되기보다 통제되어야 할 대상이다. 그가 훗날 끝까지 밀고 나가게 될 탐미적 세계관이 이미 이 시점에서 얼마나 또렷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여러 단편이 그 사실을 반복해서 증명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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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휴가> 중 맨 처음 글은 <나의 편력 시대>입니다.
발표된 것이 1963년인데, 그때 서른여덟 살이었던 미시마 유키오가 처음 노벨상 후보로 올랐던 해입니다. 그 후로 5번 노벨상 후보에 올랐다가 마흔다섯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서른여덟에 쓴 글이지만 내용은 10년 전인 17세부터 26세까지의 자신을 되돌아보며 쓴 글입니다. 이 글과 함께 실은 표제작 <소설가의 휴가>는 서른 살에 발표한 글입니다.

그러니까 이 두 편의 에세이는 소설을 쓰기 시작한 십 대 때부터 서른 무렵까지의 청년 미시마의 모습이 그려진 글입니다.
미시마는 자결하기 일주일 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나의 자기 형성은 십 대에 끝이 났다”며 “일단 자신의 본질이 낭만이라는 걸 깨달으면 어떻게든 귀향하게 마련이다. 귀향하면 십 대 때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고 했습니다.

자신 안의 감수성을 혐오하며 고전주의를 지향하며 모리 오가이, 토마스 만을 동경했지만 결국 자신의 본질은 낭만이었다고 말한 미시마의 문학적 형성을 들여다보고 싶었기에 그의 젊은 시절의 모습이 그려진 이 두 편의 에세이를 뽑았습니다. 저 역시 낭만파 미시마를 가장 아낍니다.
<시를 쓰는 소년> 작품집에는 초기부터 만년까지의 작품이 고루 들어 있어서 그렇게 변해가는 미시마의 다양한 모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감수성을 짓누르며 낭만주의를 억지로 버리면서까지 차가운 이지를 향하려고 했던 미시마 유키오,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본질을 깨닫고 귀향할 수밖에 없었던 문학청년 미시마의 생생한 모습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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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서의 2026년도 첫 책 미시마 유키오의 에세이 선집 <소설가의 휴가> 작업을 겨우 다 마치고 지금 인쇄 중이에요. 그동안 활자에 파묻혀 정신없이 지내다 이제 소식을 전합니다.

알라딘 펀딩도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후원해주셨어요. 다시 한 번 감사 말씀 드립니다.

후원해주신 여러분들 덕분에 무사히 펀딩을 끝낼 수 있었어요.


만드는 책 하나하나 다 아끼고 시간을 들이지만, 미시마의 문장은 정말 정말 품이 많이 드는 글이에요. 뭐랄까, 어마어마하게 밀도가 높다고나 할까요, 이건 읽는 사람도 그렇게 느낄 텐데, 글자 하나하나 뜯어서 작업하는 번역가의 입장에서는 혼이 쏙 빠질 정도예요. 그러면서도 그 묘한 매력 때문에 또 다가가게 됩니다.

만드는데 품이 많이 들었다고 독자님들의 마음에 그만큼 가 닿는 건 아니겠지만 부디 읽어주시는 분들의 마음에 드시면 좋겠어요.
그동안 못한 책 얘기도 이제 천천히 들려드리겠습니다.

설 연휴 전 인쇄소 작업이 많이 밀려 출간일이 조금 늦어질 것 같아요. 

알라딘 북펀드로 후원해주신 분들께는 정말 죄송하고, 조금만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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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빨강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스물다섯 살의 나는 하양이라고 쓰고 있다. 하지만 마흔 살의 나는 그것을 초록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상의 이치를 깨달을 때까지 소설을 쓰지 않는 편이 좋겠지만, 현실이 확정되었을 때, 그것은 소설가에게는 죽음일 것이다.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쓰는 것이다.
마흔이 돼서 쓰기 시작하는 작가도, 마흔에 다다랐을 때의 현실이 말할 수 없이 불안해 보이기 시작하는 곳에서 쓰기 시작하는 것이다.
진정한 체념, 진정한 단념에서는 소설은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
...

- 미시마 유키오
<소설가의 휴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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