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휴가>의 여러에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다자이 오사무와의 만남은 무척 인상적입니다. 다자이를 싫어한 이유를 곳곳에서 펼치는데, 미시마의 생각에 동감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여리고 나약한 다자이가 저는 좋습니다. 하지만 미시마가 다자이를 싫어한 것도 자신이 다자이처럼 여린 면을 가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다자이가 그걸 이겨내길 바랐다고 생각해요. 책 속의 다른 에피소드에서는 다자이에 대한 애처로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다자이가 가진 성격적 결함은 적어도 그 절반은 냉수마찰이나 기계체조, 규칙적인 생활로 나을 수 있었다. 생활 속에서 해결해야 할 일로 예술을 귀찮게 해서는 안 된다.
조금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낫고 싶어 하지 않는 병자는 진정한 병자의 자격이 없다.
- <소설가의 휴가> 중
사실 다자이가 무명 작가였다면 달랐겠지만 전후 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였으니 내내 부딪힐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같은 극작가이자 친밀한 관계였던 테네시 윌리엄스가 일본에 왔을 때 둘이서 대담한 적이 있는데 이때도 어김없이 다자이 얘기가 나옵니다. 테네시는 일본문학과 일본 고전에 조예가 깊었고 노가쿠를 바탕으로 한 희곡을 쓰기도 했어요.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이 재밌어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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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네시 : 일본 문학의 현실 개념이나 비극의 감각이 미국 남부 문학과 매우 가까운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은 카슨 맥컬러스의 소설을 연상시키거든요. <사양>도 마찬가지고.
미시마 : 다자이 얘기가 나왔는데, 다자이를 숭배합니까?
테네시: 대단히 숭배합니다. 당신은요?
미시마: 예술가로서는 숭배합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개인으로서 다자이 오사무는 정말 싫어했어요. 딱히 작가로서의 경쟁심 때문이 아니라, 그냥 싫은 겁니다. 제가 다자이를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취해 있었죠.
테네시: 그게 일본에선 드문 일인가요? 미국에서는 아주 흔한 일인데요.
미시마: 제가 다자이를 왜 싫어했느냐 하면, 그 감성이 지나치게 낭만적이었기 때문이에요. 다자이는 늘 푸념만 늘어놓는 성격이에요. 그리고 남을 원망하기만 하죠. 또 자기가 약하다는 것을 모두에게 떠벌리고 다닙니다. 저는 그게 정말 싫습니다. 그는 자신의 감수성이 상처받기 쉽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죠. 전 그게 정말 괴로웠어요.
테네시: 그걸 숨길 수 있나요? 예술가란 언제나 자신을 상처 입히고, 자신의 몸을 베어 거기서 흐르는 피를 타인에게 뿌리는 것 같은 존재잖아요. 그리고 언제나 꿈을 꾸고 있고요.
미시마: 저는 테네시 당신처럼 개성이 뚜렷한 사람이 좋습니다.
테네시: (웃음) 당신이야말로 개성이 있죠. 제 인품은 싫어합니까?
미시마: 아니요, 좋아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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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에 대한 테네시의 말이 좋네요.
지나치게 낭만적인 감성 때문에 다자이가 싫었다고 말하는 미시마. <소설가의 휴가>에는 미시마가 자신의 낭만적인 감성을 얼마나 싫어했고, 그걸 얼마나 없애버리려고 애썼는지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년의 미시마는 결국 자신은 낭만주의자인 자신을 버릴 수 없었다고, 그것이 자신이 돌아갈 고향이었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만년의 미시마는 다자이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