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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마차를 타고>는 ‘봄’을 테마로 한 단편인 만큼 각 단편마다 봄꽃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표제작인 요코미쓰 리이치의 <봄은 마차를 타고>에는 스위티피라는 꽃이 무척 인상 깊게 남는 작품입니다. 


요코미쓰 리이치는 국내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작가지만 20세기 초중반에 활약한 신감각파 작가로, ‘문학의 신’, 시가 나오야를 잇는 ‘소설의 신’이라고 불리는 작가입니다. 


신감각파 작가로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있는데 이 둘은 일본 신감각파를 대표하는 작가로 평생 깊은 우정을 나누었습니다. 

사진은 두 사람이 바둑을 두는 모습입니다.


신감각파가 등장할 무렵의 문단은 리얼리즘 문학이 만연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리얼리즘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데에 대한 반발이 서서히 일기 시작했고, 이들 신감각파 작가들은 객관적, 사실적인 표현을 버리고 의인화, 비유법 등을 통해 현실을 주관적으로 파악하고 감각적으로 창조하려고 했습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신감각적 표현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지금까지는 눈과 장미를 별개의 것으로 보고 ‘내 눈은 붉은 장미를 보았다’라고 했다면, 새로운 작가는 눈과 장미를 하나로 합쳐 ‘내 눈은 붉은 장미다’라고 쓰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설명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대략 이런 식의 표현 방식으로 사물을 느끼고 생활한다는 것이다.


<봄은 마차를 타고>에도 곳곳에 그런 감각적인 표현을 볼 수 있어요. 번역 작업하면서 어쩌면 이런 표현을 떠올렸을까, 하면서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실제 경험을 소설화한 것입니다. 요코미쓰는 결혼하고 얼마 후 아내가 폐결핵으로 세상을 떠납니다. 아내의 나이가 스물이고 요코미쓰는 스물여덟 살 때였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기존의 사소설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일본문학 연구가이자 번역가인 도널드 킨은 “일반적인 사소설에 흔히 나타나는 ‘자기 연민’이 조금도 없을 뿐 아니라 모든 것이 투명한 묘사로 이루어져 있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킨이 ‘투명한 묘사’라고 표현한 것이 인상적인데요,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지켜보는 애절하지만 담담한 남자의 심정이 그의 감각적 문장을 통해 잘 드러납니다.






죽기 얼마 전 아내 키미가 “내 뼈는 어디로 가는 걸까” 하고 안타까워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둘은 집안에서 반대하는 결혼을 했기에 호적에 올라 있지 않은 상태였어요. 키미는 자신이 죽은 후 묻힐 곳이 없는 것이 슬펐던 겁니다. 그리고 그녀는 죽고 한 달 후에야 입적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책방에 첫 장미가 피었습니다. 기쁜 마음에 책이랑 사진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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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세키의 단편소설 <열흘밤의 꿈(몽십야)>는 1908년 아사히신문에 열흘 동안 하루에 한 편씩 연재된 이야기입니다.
<봄은 마차를 타고>에는 그중 첫 번째 밤 이야기를 실었습니다. 소세키는 짧지만 선명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독자의 마음속에 새겨줍니다.

사랑하는 여자의 죽음을 지켜보며 그녀와 백 년을 무덤 곁에서 기다리겠다고 약속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백 년 후에 꼭 만나러 오겠다는 여자를 기다리며 해가 뜨고 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하나, 둘 헤아리며 남자는 기다립니다.
백 년이라는 시간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시간으로도 기나긴 시간입니다. 백 년이란 아득한 세월, 영원한 시간을 의미합니다. 그 영원한 시간을 기다릴 수 있는 영원한 사랑을 여자는 원한 겁니다. 어찌 보면 이 영원한 시간이란 결국 ‘죽음’이라고 볼 수도 있겠죠. 죽음만이 헤어진 두 연인을 다시 만나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꿈속에서 자신을 향해 피어난 백합을 바라보며 “백 년은 이미 와 있었구나” 하고 깨달은 남자는 자신 역시 죽음을 맞이했다고 깨달았는지 모릅니다.
소세키가 생각하는 사랑을 저는 이 몽십야 첫 번째 밤 이야기에서 늘 느낍니다.

소설 속에는 백합과 샛별이 나옵니다.
백 년이 흐르고 남자 앞에 나타난 백합은 죽은 여자의 환생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멀리 하늘의 샛별이 남자에게 보낸 선물 같기도 합니다. 매일매일 무덤 곁에서 자신을 지키는 남자를 하늘에서 여자는 내내 지켜본 거예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마사오카 시키의 단가가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잔모래처럼
수없이 많은 별들
그 가운데에
나를 바라보면서
빛나는 별이 있다



재밌는 건 백합이라는 꽃의 이름입니다. 

백합의 꽃말은 순수, 영원, 순수한 사랑, 영원한 사랑을 뜻하는데, 소세키 문학에서 백합은 사랑을 상징하는 꽃입니다.
<그 후>에도 두 남녀와 함께 백합이 등장하는 가슴 떨리는 장면이 있죠.
이 백합은 한자로 百合인데요, 이 한자를 풀면 백 년의 만남으로도 읽을 수 있어요. 

그야말로 이 이야기와 가장 어울리는 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소세키만큼 세련되면서 우아하게 사랑을 그리는 작가는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짧지만 그런 소세키의 아름다운 표현을 이 작품으로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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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이 나왔으니 겸사겸사 서점 나들이...

교보문고는 곳곳에 오프라인 서점을 운영하고 있어 신간이 나오면 어느 정도 기간을 정해 매대에 소개를 해줍니다. 작은 출판사 입장에서는 무지무지 감사한 일이에요

눈에 띄고 넓은 매대에 진열하려면 큰 비용이 드니까 그나마 이렇게 매대에 올려주니 참 고마운 거거든요.

 


겸사겸사 서점에 나오면 우리 책도 흐뭇하게 보지만 요즘 나오는 책들의 트렌드며 책 디자인 등 볼 수 있어 정말 재밌습니다. 시간이 금방 가요. 요즘은 책이 너무너무 예뻐서 내용도 모르지만 사고 싶을 정도예요.

우리 책 매대에서 둘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어느 여학생 같은 분이 우리 책을 손에 들고 찬찬히 보는 거예요. 어머나... 목차까지 보시네!! 하며 속으로 어찌나 기쁘던지요.

구매하시진 않았지만 그래도 눈에 띄니까 훑어보셨을 거란 생각을 하면서 무지 기뻤습니다.

 

오랜만에 북촌 한옥마을을 걸었는데 세상에... 열에 일고여덟은 외국인이었어요. 동양인처럼 보여도 한국인은 아니고... 너무나 달라진 모습에 깜짝 놀랐습니다. 너도나도 사진을 찍기에 뭐지뭐지 싶어 보니까 그냥 골목길... 외국인 눈에는 무척이나 이국적으로 보였겠죠. 느긋하게 산책하려 했는데 골목골목 북적대고 5시가 되면 마을을 나가야 한다고 해요. 주민들의 불편함도 이해가 가긴 했는데 의외로 아주 조용조용 매너를 지키며 다들 마을 구경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어느 한옥 대문 옆에 바싹 붙은 고목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3백년 된 회화나무라고 쓰여 있는데 이 집과 딱 붙은 나무의 마음이 어떨까 싶었습니다. 안심이 될지, 답답할지. 이 집 주인은 나무 때문에라도 이사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자유란, 어디론가 떠나가는 것이 아니다.

깊이 생각하며 여기서 살아가는 것이, 자유다.

나무처럼, 하늘과 땅 사이에서.


- 오사다 히로시 <세상은 아름답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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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마차를 타고>에는 국내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낯선 작가들의 글도 꽤 실려 있습니다. 시와서의 테마 선집 시리즈는 묻혀 있는 좋은 작품들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소개할 수 있을까 궁리하다가 생각한 책 시리즈입니다. 이런 선집이 아니면 잘 접할 수 없는 작가들이기에 책이 나오면 하나하나 소개하려고 합니다.

오늘은 히사오 주란이라는 작가를 소개할게요. 1902년 홋카이도에서 태어난 작가로 소설가이면서 연극 연출가로도 활동한 작가입니다. 추리, 역사, 유머 소설 등 대중적인 작품을 많이 남겨 나오키상, 신청년상 등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다채로운 작품이 많아 ‘다면체 작가’, ‘소설의 마술사’로 불리기도 했어요. 특이한 점은 프랑스에 유학한 적이 있는데 파리에서 렌즈 광학과 연극 연출을 공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귀국하고 소설 집필과 연극 연출가로 활발한 활동을 했습니다.

 

1902~1957


<봄은 마차를 타고>에 실린 작품은 1939년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던 <포도 덩굴 다발>이라는 작품입니다.
소설의 배경과 등장인물부터 독특해서 눈길을 끄는 작품입니다. 작가의 고향인 홋카이도 하코다테에 있는 수도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소설로, 주인공은 베르나르라는 프랑스인이에요. 배경도 그렇지만 소재도 무척 독특한데 무엇보다 너무 유머러스한 작품입니다. 교정하면서 몇 번을 다시 읽는데도 웃음이 터져 나왔어요.


이 작품을 작업하면서 하코다테에 있는 이 트라피스트 수도원이라는 곳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정식 명칭은 소설 속에도 나오지만 ‘등대의 성모 수도원’으로, 1896년 프랑스의 수도사들이 세운 일본 최초의 남자 수도원입니다. 돌투성이의 땅을 수도사들이 갈고닦아 이런 멋진 곳을 만들었습니다. 트라피스트 수도원은 묵상을 중시하는 엄격한 규율 때문에 침묵의 수도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식사 중에도 수화로 소통한다고 해요.


척박한 땅을 직접 일구어 수도원을 짓고 있습니다.


묵언의 식사 시간



그로부터 백 년이 훌쩍 넘은 이 수도원의 지금은 마치 유럽의 한 풍경 같은 느낌입니다. 

입구로 들어가는 길의 키 큰 가로수, 성모상이 있는 동굴 등이 유명한데 소설 속에도 등장합니다. 소설 속 묘사만으로도 꼭 한 번 찾아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아주 유명한 곳이어서 아마 가보신 분들도 계실 것 같습니다.








작업하면서 찾아보니 풍경이 정말 너무 아름다워요. 이 사진들을 보면서 이 수도원에 들어간 베르나르라는 남자의 웃픈 스토리가 펼쳐지는 <포도 덩굴 다발>을 읽어보시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거예요.


“홋카이도의 봄은 눈이 사라지기도 전에 서둘러 찾아온다. 뭐든 한입에 잔뜩 넣으려는 아이 같다. ...”
- <포도 덩굴 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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