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휴가>에 <영원한 나그네>라는 에세이가 있습니다. 미시마가 스승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문학과 삶을 평한 것으로 유명한 글인데 무척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때, 선생의 내면에 인생에 대한 확신이 생겨난 것 같다.
... 정념이 정념 그 자체의, 감성이 감성 그 자체의, 관능이 관능 그 자체의 법칙을 유지하고 그곳에 머무는 한, 파멸은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는 확신이다.
허무 앞에 팽팽히 쳐진 한 가닥 비단실은 지옥의 폭풍우에 휩쓸리더라도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는 확신이다.


가와바타의 문학을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와 함께 평한 미시마의 독특한 시선이 인상적입니다.
미시마는 가와바타를 “문체를 갖지 않은 소설가”라고 평했습니다. 평생 집요할 정도로 ‘문체’에 대해 떠들었던 미시마에게 그런 가와바타는 이해할 수 없는 작가였던 것 같습니다.
미시마는 문체를 "세계를 해석하려는 의지이자 열쇠”라고 했습니다. 세계를 해석하고 정리하기 위해서는 ‘지력’이 필요하지만, 지력에 의지하지 않고 오로지 ‘감수성’을 따르며, 사물을 해석하지 않고 즉물적으로 판단한 가와바타가 그에게는 수수께끼 같았던 겁니다.
자신의 감수성을 그토록 없애버리려고 했던 미시마의 눈에 그의 문학과 삶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저는 끝내는 미시마가 자신의 모습을 스승에게 비추어보며 뭔가를 깨달았다고 생각해요. 관념과 이론으로 세계를 해석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를 모순에 빠지거나 헤매게 할 때가 있으니까요. 미시마의 말처럼 어느 쪽이 안전할지는 모르는 거죠.


선생이 문체를 갖지 않는 소설가라는 것은 선생의 숙명이고, 세계 해석의 의지의 결여는 어쩌면 단순한 결여가 아니라 선생 자신이 적극적으로 포기한 것이다.
추상적 관념의 성곽에 갇힌 사람의 눈에는, 선생의 삶은 허무의 바다 위를 떠다니는 한 마리의 나비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느 쪽이 더 안전할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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