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복도 아래로
로이스 덩컨 지음, 김미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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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초판은 1974.

그런데 본문(58~59)에 와이파이이더넷 같은 용어가 등장해 의아했다. 1974년 작품인데? 번역자가 임의로 개작한 것인가?

아마존에 들어가보니 . 2011년에 개정판 발행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판권에는 개정판에 대한 언급이 없다. 

어색한 부분이 번역자의 창작인지 개정판의 내용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이 아주 좋아 별을 빼진 않는다)

지은이는 2016년 작고.


 

2.

상당히 재밌는 소설이었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등장인물이 소녀들이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음울한 분위기임에도 생기가 느껴지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3.

소설 맛뵈기.


바로 그 순간 애타게 찾던 그 말이 키트의 머릿속에 문득 떠올랐다그것은 바로 악마였다. 20.

긴장감을 고조시킨다앞으로 악마와 마주하게 될 것 같은 기대감(?)을 선사한다.

 

사방에 어둠이 차오르면서 눈과 코와 귀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사이 바닥에 고여 있던 빛의 우물이 점점 작아지는 것을 발견했다천천히야금야금어둠이 빛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66.

어둠에 대한 묘사며칠 연습한다고 쓸 수 있는 문장은 아닐 것이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샌디가 자기 방에 있던 그 여자에 대해......뭐라고 얘기했니?” 81.

키트너에겐 분명 재능이 있어언젠가는 너도 네가 얼마나 많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깨닫게 될 거야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재능이 있지음악은 그중 하나일 뿐이야.” 84.

샌디는 악몽을 꾼 것이 아니란 말인가키트는 어떤 재능을 갖고 있을까다른 친구들은 또 어떤 재능을왜 4명을 모아둔 것일까?

 

예쁘고 사랑스럽긴 하지만 신이 뇌를 나누어 주실 때 걘 점심 먹으러 가고 없었어.” 그런 소시를 루스의 입으로 들으니 어쩐지 무자비하다기보다는 그저 사실을 말하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03

작가의 유머감각이 돋보이는 대목.

 

이제 적어도 우리 네 명은 서로 공통점이 있다는 걸 안 셈이군그리고 왜 그 모든 지원자들 중에서 하필이면 우리가 블랙우드의 첫 입학생으로 선발되었는지도 말이야.” 109

4명 모두 ESP가 있다는 공통점자 이제 그걸로 뭘 하면 되는거지?

 

그 테이프에 녹음된 멜로디는 분명 그녀가 꿈속에서 연주했던도무지 잊을 수 없었던 바로 그 곡이었다. 112

키트의 능력은 무엇일까예지력음악어쩌면 키트의 연주를 녹음한 것이 아닐까!

옥의 티라면 바로 앞 페이지에서는 CD에 녹음된 음악이라고 해놓고 여기서는 테이프에 녹음되었다고 쓰고 있다는 점.

 

그 여자의 이름은 엘리스야.” 123

샌디는 꿈을 꾼 것이 아니라 그 여자가 실존한다고 말한다이제 정말 사건이 터지려나?

 

그는 원하는 게 너무 많다니까멈출 줄을 몰라.” 128

린다는 붓을 쥐면 알아서 그림이 그려진다고 했다블랙우드에 온 이후로 그런 능력이 생겼는데린다는 사실 가 원하는 그림을 그려왔던 것무슨 일일까궁금하다.

 

처음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는 근사한 가족과 함께였어요...”

브루어 씨 가족이 다 죽었단 말이에요?”

마치 가족이 아직도 여기 있는 것처럼그러니까 자기랑 살고 있는 것처럼 얘기를 했어요... 그가 죽고 나서도 몇 주 동안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어요... 커다란 침대 한쪽에 그가 누워 있었던 거에요그런데 마치 누군가 계속 누워 있었던 것처럼 거의 침대 옆자리가 움푹 들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그 말은 지금 우리가 잠을 자는 데가 옛날에 화재가 일어났던 곳이라는 거에요?” 131~133

블랙우드는 원래 올드 브루어 저택이라고 불렸다브루어 씨를 뺀 나머지 가족은 화재사고로 절명하고 말았다고 한다브루어 씨도 죽었으니 결국 이 곳에서 모두 죽은 셈그런데 바로 그곳이 기숙사란 말이다아이들이 본 것은 브루어씨 가족들이 아닐까그 영혼들을 통해 능력이 발휘되는 게 아닐까?

 

내가 혼자 쓰는 게 아니야엘리스가 날 도와주고 있어그녀는 정말 훌륭한 작가야소설도 출판한 적이 있대.” 139

아마도 사실이겠지궁금하군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게야?

 

그러나 자신의 모습만큼이나 뚜렷한 형체의 남자가 그곳에 있었다. 146

으악거울을 들여다보던 키트는 깜짝 놀란다기숙사엔 남자가 없잖아..

 

편지에 쏟아냈던 그 모든 이야기를 어머니가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믿었는데 실은 하나도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157

왜 편지가 안 간걸까뒤레 부인이 다 가로챘을까트레이시도 그런 편지를 보냈었는데왜 연락이 하나도 없냐고.

 

그건 그렇고토머스 콜이 누구에요이 근처에 사나요?”

한때는 그랬지.”

물론 오래전 일이지만. 19세기 중반쯤에 죽었거든.” 161

이건 또 무슨 소리뒤레 부인과 토머스 콜은 무슨 사이일까?

 

그 이니셜 말이야, T.C. 린다가 그림에다 그렇게 사인하잖아.” 164

린다는 그림에다 T.C.라고 사인을 한다그게 토머스 콜그러니까 린다에게 그림을 그려달라 한 것은 이미 오래전에 죽은 토머스 콜이라는 화가인가보다.

 

만일 내 추측이 맞다는 결론이 나오면 너한테 얘기해줄게그렇지만 마음의 준비는 미리 단단히 하고 있는 게 좋을 거야만일 내가 그 답을 찾아낸 거라면 넌 일생일대의 충격을 받게 될 테니까.” 167

드디어 수수께끼가 풀리려나 싶은데 지은이는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계속 궁금해진다흥미진진브루어씨와 엘리스와 토머스 콜그리고 뒤레 부인무슨 관계일까어떤 사연이??

 

복도에서 제 뒤에 서 있던 사람이 당신이었군요거울 속에서 제가 봤든 그 사람요.”

물론이지.” 168

키트에게 음악을 건네주는 사람정체가 뭘까?

 

이 꿈에서 깨어나고 말 거야!” 그녀는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은 힘을 쥐어짜 냈다...

음악이 사라졌다.

그녀는 피아노 앞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맞은편 음향 장치 옆에 주리이 앉아 있었다. 171

그러니까 키트는 혼령들에 이끌려 정말로 피아노 연주를 했던 것이다매일 밤마다혼령들은 서로 자기를 위해 연주해야 한다고 다투고 있고그런 상황에서 키트는 젖먹던 힘을 다해 현실로 튕겨나온다그리고 쥘이 녹음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예상대로군근데 도대체 왜?

 

이제 모든 걸 알겠어요샌디와 린다와 루스선생님그리고 당신의 어머니모두 지금 당장 여기로 모이라고 해주세요지금까지 블랙우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정확하게 알아야겠어요전부 다요!” 174

분노한 키트는 새벽 2시에 전부 불러달라고 쥘에게 명령한다.

 

이전 학교의 여학생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적당한 때를 봐서 모든 것을 밝히려고 했었다조금만 더 시간을 끌기를 바랐었지너희들은 아직 시작 단계에 와 있을 뿐이거든연결이 확고해지려면 여전히 갈 길이 멀어.”...

그러니까 당신이 영매란 말인가요?” 176~177

 

이후에 펼쳐지는 이야기부터는 직접 소설로 확인해보면 되겠다

물론 상상 이상의 대반전을 예상하긴 힘들 것이다.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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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을 위한 실무 엑셀 - 실전! 비즈니스 엑셀 완전 정복, 최신개정판 직장인을 위한 실무 시리즈
선양미 지음 / 길벗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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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만들어진 엑셀 프로그램을 분해해보면 어떨까

혼자라면 엄두도 안 나겠지만 각종 함수를 친절히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을 옆에 둔다면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도전. 

이 화면을 기억하시면 됩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월 통상임금 산정기준 시간에 관한 함수

=IF(C5<40,ROUND((C5+(C5/5))*(365/12/7),0),ROUND((C5+8)*(365/12/7),0))

만약 주당 근무시간이 40시간 이상인 경우주당 근무시간을 5일로 나눈 값에 365일을 12개월, 7일로 나눈 값을 곱해 정수단위로 반올림한 값은 참주당 근무시간에 8시간 더한 값에 365일을 12개월, 7일로 나눈 값을 곱해 정수단위로 반올림한 값은 거짓(182쪽 참조).

 

ROUND 함수는 반올림 함수인데 이 책에는 안 나옴.

https://support.office.com/ko-KR/article/ROUND-%ED%95%A8%EC%88%98-c018c5d8-40fb-4053-90b1-b3e7f61a213c

 

 

기본급 함수

=ROUNDDOWN(D9,F7*-1)

기본급 값을 F7셀 값에 입력된 값에 1을 곱한 자릿수에서 반올림한 값.


ROUNDDOWN 함수는 내림 한수인데 이 책에는 안 나옴.

https://support.office.com/ko-kr/article/ROUNDDOWN-%ED%95%A8%EC%88%98-2ec94c73-241f-4b01-8c6f-17e6d7968f53

 

통상임금포함 수당합

=SUM(D12:D15)

D12부터 D15까지 합한 값(146쪽 참조)

 

통상시급

=(F9+F11+(D31+D32)/12)/C7

기본급과 통상임금포함 수당합에 상여금 및 년추가지급금액을 12개월로 나눈 값을 다시 월 통상임금 산정기준 시간으로 나눈 값.

 

통상일급

=ROUNDUP(D17*8,-1)

통상시급에 8시간을 곱한 후 십단위에서 올림한 값.

 

월 연장근로시간

=ROUNDUP(D17*C20*1.5,-1)

통상시급에 연장근로시간을 곱하고 다시 1.5 곱한 값을 단위에서 올림한 값.

 

월 야간근로시간

=ROUNDUP(D17*C21*0.5,-1)

통상시급에 야간근로시간을 곱하고 다시 1.5 곱한 값을 단위에서 올림한 값.

 

월지급액

=D9+D11+D20+D21+D23

기본급에 통상수당과 연장야간 수당을 합한 값.

 

상여금

=D9*C31

기본급에 상여율을 곱한 값.

 

년추가지급액(명절선물 등)

 

월 평균임금

=D29+((D31+D32+D33)/12)

월지급액에 상여금년추가지급액연차수당을 12개월로 나눈 값을 더한 값.



자, 이렇게 복잡한 수식을 차근히 따져보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이보다 더 복잡한 수식도 이 책과 함께라면 충분히 해석이 가능하겠군요.

궁극적으로는 이런 함수와 수식을 이용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역시나 길벗의 컴퓨터 책에 리뷰를 다는 것은 사족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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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개정증보판
김두식 지음 / 교양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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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정판이 나온지도 6년이 흘렀는데 구판 리뷰라니...
개정판은 기존 서장 앞에 한장을 할애하고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표현의 자유가 퇴행하는 일은 없을 거라 보고 주로 말하지 않을 권리에 대해 썼으나 말할 권리조차 보장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 분개하며 일침을 날린다. 

그 요지는 미리보기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그래서 구판 리뷰도 아직은 쓸모 있을 거란 생각에 작성중).


2. 

제목에서도 밝히고 있듯, 이 책은 헌법을 매개로 지은이의 여러 생각과 의견을 풍경화처럼 펼쳐보여주는 책이다. 

흔히 이런 책은 딱딱하다거나 건조해지기 쉬운데 지은이 특유의 글솜씨로 무척이나 촉촉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겠지만 자신의 신상을 과감히 드러낸다는 점이 빠질 수 없겠다. 

스스로 괴짜임을 밝히는데 정말일지도...

대학의 교양과목으로는 손색이 없는 책인데, 전공으로는 많이 아쉬운 책이다. 

물론 이 책의 독자층은 전자이니 나무랄 데 없는 책이라는 결론.

아쉬운 이유는 헌법에 대한 내용이 기본권에 치중되어 있다는 것, 그 중에서도 일부에 대해서만 지면이 할애된다는 점.

그 점을 제외하면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지루하지 않게 법지식을 전수받을 수 있겠다. 


3.

10여년 전 책인데, 지금봐도 공감이 가는 대목이 많다. 


어차피 의뢰인의 요구에 따라 자기 입장을 정하는 거이 변호사의 삶이라면이처럼 정답 대신 자기 나름의 논리를 갖추도록 훈련하는 수업 방식이 합리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33

저는 우리나라에서도 우리 상황을 배경으로 우리 사건들을 다룬 법정 영화법정 소설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5

  

대부분의 사안에 있어서 법률가들은 정답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45


현재 우리나라에서 음란물에 관한 한 아무런 기준이 없어 보이는 이유도 그러한 기준을 정하기 위한 제대로 된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66


실체적 진실이라는 덩어리가 존재한다는 믿음은 리갈 마인드에 과도한 믿음을 보내는 것만큼이나 허구입니다. 68쪽 

 

겉으로는 늘 겸손한 사람이지만 내면세계는 땅값 상승으로 한몫 잡게 된 졸부들의 그것과 갈수록 비슷해져 갑니다. 119


그러나 법률가는 다른 직업과 다릅니다판검사들의 서명 날인 행위가 고문 경찰관이나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의 행위와 똑같이 취급될 수도 없습니다왜냐하면 판검사는 그 자리를 그만두고 나와도 오히려 더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이 나라에서 거의 유일한 직업이기 때문입니다. 139-140

  

새로운 시대의 도래는 변호사들에게 청지기의 윤리를 요구합니다더 이상 특권을 누리는 계층이 아니라 변호사 자격증을 잠시 맡아 시민에게 봉사하는 청지기들이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자기가 누구인지자기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게 된 청지기들은 이제 자기 집단 내부의 평판이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의 이익을 위해 싸움터에 나섭니다고객의 이익을 위해 싸우는 청지기의 증가는 궁극적으로 국가권력의 통제라고 하는 법률가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데에도 유익합니다잡다한 혈통을 가졌지만 주인인 시민에게 충성을 다하는 새로운 청지기의 등장을 저는우리 법조의 희망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173

  

저는 두 단어만 가지고도 우리 기본권 정신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그 두 단어는 바로 그럼에도 불구하고입니다. 209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정신과 반대쪽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인정한다그러나의 정신입니다기본권에 대해서는 온통 공자님 말씀 같은 좋은 말로 한 페이지 정도를 장식하고막상 구체적인 사례에 들어가면 왜 그 권리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지 설명하는 데 10페이지를 할애한 법률 책들이 다 여기에 속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헌법은 그림의 떡’, 또는 잘 포장된 한 장의 종이쪽지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215

 

저는 차별 금지 소송의 증가가 우리 의식 개혁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301


저는 궁극적으로 대한법률구조공단이 법무부와 검찰의 그늘에서 벗어나 국가인권위원회 산하로 가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305



4.

독서모임 교재 중 하나로 고른 것인데, 생각보다 토론거리가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주로 지은이의 생각을 전개하고 지식을 전달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다만, 여호와의 증인으로 대표되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를 함께 얘기해 볼 수 있겠다. 지은이의 생각은 내가 정리한 내용과도 비슷하다(http://blog.naver.com/wongoklaw/220924655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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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 세계적 물리학자 파인만이 들려주는 학문과 인생, 행복의 본질에 대하여
레너드 믈로디노프 지음, 정영목 옮김 / 더숲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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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인만에 대해이론물리학에 대해 전혀 모른다면 재미가 크게 반감되겠지만, 그런 사람이라면 굳이 이 책을 집어들지도 않을테니. 


막스플랑크양자이론양자전기역학(QED),양자색깔역학불확정성이론파동-입자 이중성쿼크머레이 겔만전자기력강한 힘(강력), 핵력통일장이론끈이론액체헬륨이론멕스웰존 슈워츠파인만 다이어그램행로적분... 


이런 용어가 본문중 수시로 나온다.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도가 높았는데지은이가 죽을뻔한 위기(?)를 겪기 때문이다(자세한 내용은 책을 읽어보자. 특정 신체부위에 관한 웃픈 에피소드).



2.

지은이의 경험과 생각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가운데 파인만을 간혹 초대하는 식으로 이야기를 엮어간다. 추천사에 파인만의 '초상화'라는 말은 이런 의미. 그러니까 파인만은 전면에 등장하지 않는다언뜻언뜻 비출 뿐이다. 어떤 모습일까?


나는 물리학에서 내 자리를 찾았네그것이 나의 인생이야나에게 물리학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재미가 있네그렇지 않다면 그것을 할 수가 없었겠지.”164-165


사실 나는 소설을 상상하는 것보다 과학자의 일이 훨씬 더 힘들다고 생각해즉 없는 것을 상상하는 것보다는 있는 것을 파악하거나 상상하는 거이 더 어렵다는 이야기지.”173


누군가를 따라갈 수 있다고 해서 올바른 길로 간다는 뜻은 아니지 않나스스로 도출해낼 수 있을 때에만 그것을 이해하는 거라네그래야 그것을 믿을 수도 있고.”191


하지만 자네는 자네 친구가 속임수를 썼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그의 논문을 읽었지만 문제를 몰랐다는 사실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네회의적이지 않은 사람들자신이 뭘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그런 사람들은 그냥 따라갈 뿐이지그래서 이렇게 추종자들은 남아돌지만리더는 적은 거라네.”200


나는 자네가 어디에 어울리는지 가르칠 수가 없네그건 자네 스스로 발견해야 돼.”204


나는 알 필요가 없어자네가 알아야지이 시험은 스스로 점수를 매기는 걸세그리고 중요한 건 답이 아니야그것으로 무엇을 하느냐 하는 거지.”205

 

파인만의 내면의 기준을 좇았던 사람이다다정다감한 성격은 아니었던 것 같다암투병 중에도 자신의 일(과학자로서 발견을 추구하는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친다하지만 의외의 면도 있다.


여자들은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고나를 지금의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놓았어여자들은 삶의 감정적인 면을 대표하지나는 그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네.”209


어차피 조만간 우리 모두에게 일어나는 일이야모두 죽지단지 언제냐가 문제일세하지만 아를린하고 있을 때는 한동한 정말 행복했네따라서 나는 이미 다 가졌다고 봐아를린이 죽은 뒤에는 내 삶이 그렇게 좋지 않다 해도 상관이 없었네나는 이미 누릴 것을 다 누렸으니까.”211



3. 

파인만의 모습은 지은이의 글솜씨로 버무려져 더욱 맛깔난다. 지은이의 글솜씨를 조금 맛보자. 이과적 유머라고 해야할까


이런 조리법을 보면서 카페테리아 주방과 미생물연구소는 공통점이 많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57

-불결한 햄버거를 보고


나는 파인만의 분석 방법을 적용하여 그를 한 사람의 과학자라고 생각했다그의 분야는 사랑이었으며다윈이나 파인만과 마찬가지로 늘 똑같은 문제를 생각했다그의 경우에는 짝을 찾는 문제였다.”72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어하는 친구를 보고


강한 힘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려면 달아나는 것이 아니라 더 가깝게 다가가야 한다이것은 물리학에서는 새로운 것이었지만칼텍에서 나에게 영향을 주는 인간들이 발휘하는 힘과는 매우 비슷했다.”75

-소립자물리학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말



4.

원제는 파인만의 무지개’인데, 그 대목은 158-159쪽에 등장한다

“데카르트의 수학적 분석에 영감을 준 무지개의 가장 큰 특징이 뭐였다고 생각하나” 

그가 물었다.
“어, 무지개는 사실 원뿔의 일부인데, 스펙트럼의 색깔들을 가진 호로 보이죠. 물방울들이 관찰자 뒤의 햇빛을 받아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그래서?”
“그의 영감의 원천은 물방울 단 하나를 생각함으로써 이 문제를 분석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상황에 적합한 기하학을 적용한 것이죠.”
“자네는 이 현상의 핵심적인 특징을 놓치고 있군.” 
그가 말했다.
“네? 그럼 그의 이론에 영감을 준 것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의 영감의 원천은 무지개가 아름답다는 생각일세.” 


옮긴이가 과학자는 아니다보니 강력을 강력한 힘이라고 번역한 것은 아쉽다그리고 216쪽에서 양자크로모역학으로 번역된 용어는 이 책에서 일관되게 양자색깔역학으로 번역되었던 것이다왜 갑자기? 하지만 이런 사소한 점을 제외한다면 예상대로 번역이 좋았다. 그리고 옮긴이의 말도 참 좋다.


사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꼭 서로의 합의가 요한 것이 아니다어떤 사람을 보고 그를 스승으로 삼겠다고 마음먹으면그 사람의 의사와 관계없이 제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그래서 사숙이라는 말도 생겨난 것 아닐까이렇게 만들기 쉬운데 또 그렇게 흔치는 않은 것이 스승인 것 같다보통 사표가 많지 않아서 그렇다고들 하지만스승을 모시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배우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225

 

5.

초반엔 책장이 술술 넘어가진 않았다. 한참 밑줄을 치며 읽었는데 중반 이후로는 지은이와 파인만, 칼텍의 모습이 어느 정도 눈 앞에 그려지기 시작했다가 다 읽을 때쯤엔 아쉬움마저 느껴졌다. 자신의 삶 앞에 당당하고 솔직한 선배를 만난 듯. 경솔하게 조언하거나 잘난체하지 않으며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가끔씩 이 길이 내 길이 맞나 싶을 때 꺼내보고 싶은 책이다. 


(집에 사다두고 읽지 않은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를 읽어봐야겠다. 가능하면 그의 물리학 강의를 정주행해보고 싶지만 가능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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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유태우 지음 / 삼성출판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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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하다. 

위를 줄여라!

2.
살을 빼는 건 간단하다. 섭취량보다 소모량이 많으면 된다. 

그러기 위해 일단 적게 먹어라. 절반으로 양을 줄이면 된다. 운동보다 적게 먹는게 더 중요하다. 운동으로 소모할 수 있는 열량은 얼마 안 된다. 그러니 운동으로 살을 뺀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운동 후엔 많이 먹게 되어 있다. 운동은 살을 뺀 이후 제대로하면 된다. 

적게 먹기 위해 술을 끊어라. 정 술을 먹어야 한다면 순수하게 술만 마셔라. 적게 먹더라도 물은 많이 마셔라 물은 곧바로 위를 거쳐가기 때문에 위를 늘리지 않는다. 야채를 하루 3개 먹고, 우유를 한잔 마시면 부족한 영양소 없이 충분하다.

먹는 양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지 칼로리를 계산하는건 중요하지 않다. 야채만 먹더라도 양을 줄이지 못하면 결국 다이어트는 실패하게 되어 있다. 하루 3끼를 먹되 동일한 양을 먹어라. 한끼라도 과식을 하면 위는 줄어들지 않는다.

위를 줄이는 데는 3개월이 걸린다. 이후 3개월간 그 생활을 유지하면 그 다음부터는 몸이 알아서 반응한다. 다이어트 과정은 쉽지 않지만 충분한 보상이 뒤따른다. 무엇보다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만들어낸 체중감량은 성취감과 자신감을 주고 지속가능한 몸매관리를 보장한다.

3.
독설도 날린다. 
"(일하는 시간의 10%를 줄이고 자신의 몸에 투자해야 한다) 이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유태우다이어트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47쪽.
"이쯤 되면 "너 틀림없이 암 걸렸다. 빨리 병원에 가봐라"라는 소리를 듣게 된다. 드디어 이 말까지 듣게 되면 속으로 쾌재를 부르면 된다. 바로 목표가 거의 성취되고 있다는 징표이기 때문이다."102쪽.

아쉬운 점도 있다.
"1잔이면 거의 칼슘 500밀리그램을 제공한다."85쪽. 
이미 '우유의 역습'에서 살펴봤는데 흡수량과 상관없이 멸치나 뱅어포보다 우유를 권하는 것은 찬성하기 어렵다. 
"과식을 한번이라도 하면 작아졌던 위장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어 위험하다."116쪽.
그렇다면 뭐하러 하나...

4.
의사답게 간단명료하면서 냉철하다. 
특유의 블랙유머도 재밌었다.
살을 빼고 싶다면 일독할만 하다.

다만, 오래전 책이라 테이프가 딸려있는 건 아쉽다.

시간이 없다면 아래 사항만 참조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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