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 - MBC 느낌표 선정도서, 보급판 진경문고 5
정민 지음 / 보림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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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리라는 자기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에요.

시가 무엇인지, 한시가 무엇인지, 어떻게 감상하면 되는지 차분하고 조곤조곤 알려줘요.


나온지 10년도 넘은 책이지만 여전히 많이 팔리는데는 이유가 있네요.

수록된 한시는 지은이가 직접 번역해 실은 것인데 아주 맛깔져요.

한시원문은 책 말미에 음과 훈을 달아 따로 실어놓았어요.


지은이는 한시란 숨은그림찾기나 보물찾기와 같다고 설명해요.

참 와닿는 말이에요.

지은이가 한시를 읽어내는(보물을 찾아내는) 솜씨는 감탄을 자아내요.


지은이는 한시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해요.

거꾸로 말해 꾸준히 연습하면 누구나 어느정도는 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기도 해요.

정제되고 압축된 한글자 한글자를 음미할 줄 안다면 긴글도 음미할 줄 알게 되겠죠.


참 좋은 책이에요.

거듭 되풀이해 읽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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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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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말을 인용한 멋진 제목.

지은이 말에 따르면 인문광고쟁이의 책이에요.

강독회 형식으로 편하게 읽을 수 있어요.

읽다보면 얼어붙은 마음이 조금씩 깨져요.


어느새 장바구니를 가득채우고,

배송을 기다리게 만드는 무서운 책이지요.

우리집에도 이 책에 나온책이 서너권은 넘는 것 같아요. 

조심해야 할 책이에요. (대단한 광고쟁이임에 틀림없네요)


다만, 지중해에 열광하는 지은이의 취행이 안 맞을 수도 있어요.

나 역시 3년쯤 지난 후 다시 읽어보니 감흥이 예전만 못해요.

아무래도 20대 젊은이를 겨냥한게 아닌가 싶어요.


한문장, 한문장을 충분히 음미하며 읽는다는 게 무엇인지 알려줘요.

그것만으로도 후회하지 않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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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이르하이루 2018-01-28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저도 이 책을 읽고 고은남의 시집고 사서 읽어보고 강연도 들었죠 또 책은 저에게 너무 먼 장르라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거리감을 줄였습니다 ㅎㅎ 그리고 정말 머리를 탁하니 친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ㅎㅎ 책을 이렇게나 음미해서 읽는 것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 책 덕분에 다른 책들을 색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었죠 글쓴이님의 의견에 동감하여 이렇게 댓글남깁니다
 
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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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인생이에요.

인간의 삶.

원래는 살아간다는 것이었다고 해요.

정말 적절한 제목이지요.


우리는 인간의 삶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어요.

세상에서 제일 귀하다.

어느 누구도 침범해서는 안 된다.

하늘로부터(또는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이다.

등등.


그런데 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그런 말이 필요했던 게 아닐까요?

하루 아침에 스러지는 이슬이나 이름모를 들꽃과 다를게 뭐가 있을까요?

법륜스님도 그런 말을 했던거 같아요.

한마디로 인생 별거 없다.

물론 말은 쉽지만 실로 그렇게 살기는 참 어렵잖아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 그게 뭔지 조금은 알게 되요.


이 책은 참 가슴아픈 이야기에요.

그렇다고 막 꾸며댄 이야기는 아니에요.

어머니 약을 구하러 나섰다가 징용에 끌려간다던가,

노름으로 집을 팔아먹은 덕에 목숨을 구했다던가...(훨씬 많은 얘기가 있지만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정말 어이없는 현실을 묵묵히 담아내요.


어처구니없고 부조리한 세상.

끊임없이 이어지는 불행.

가끔 찾아오는 행복의 순간.

하지만 주인공은 쉽게 좌절하거나 분노하거나 죽을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저 눈물 펑펑 흘리며 하루하루를 살아요.

자의식으로 가득 차 인생을 미화하려는 사람들이 풍기는 악취가 없어요.

(이렇게 더러운 세상이지만)내가 살아낸다고 자랑하지 않아요.

그냥 살아가는 것이에요.


그래서인지 읽으면서 마음이 정갈해져요.

인생을 바로보게 해주는 힘이 있어요.

언뜻 조정래의 아리랑과도 비슷한 느낌인데,

그것보다 순수하고 투명한 느낌이 있어요.

예전에 허삼관 매혈기랑도 비슷한 느낌을 주네요.


가끔 사는 게 힘들다 싶을때면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책이 생겨서 기뻐요.

영화도 있던데 찾아봐야겠어요.

역시 작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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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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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서평에 겁을 먹고 미루다가 이제 읽게 된 책이에요.

다섯째 아이를 임심하고 낳으면서 불행이 시작되고,

한 가정이 붕괴하는 이야기에요.

다섯째 아이는 평범한 아이가 아니라 괴물로 묘사돼요.

줄거리는 단순해요.


그런데 이 작품만 읽어서는 작가의 의도를 가늠하기 어려웠어요.

그냥 호러물 정도로 읽을 수는 있겠지만,

장르 소설로 분류되지도 않거든요.

그럴 때 민음사 판의 해설이 도움이 될때가 있어요.


이전의 공상 과학 소설과는 다르게 이 소설은 표면적으로는 사실적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그 섬뜩한 효과가 일반독자에게 훨씬 더 직접적으로 닿는다(185쪽)

벤은 아버지가 든든하고 기대고 싶고 가장 큰 기대를 갖는 아들 이름이면서

동시에 어머니에게는 죽음이란 가장 큰 슬픔을 안겨준 존재를 의미한다.

이 소설은 기형아를 낳았을 때 부모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같은

윤리적 딜레마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186쪽)

벤의 기괴함이 우리에게 너무나 충격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데이비드나 다른 아이들처럼 해리엇의 선택을 비판적으로 보려는 자신을 발견한다(188쪽)


특히 188쪽 이하의 해설은 도움이 돼요.

머릿속으로 빙빙 돌던 생각이 조금 정리되는 거 같아요.


결국 이 책을 읽으며 해리엇 또는 데이비드 둘 중 하나의 입장이 될 수밖에 없을 거 같아요.

하지만 어느 쪽이 다른 쪽을 윤리적으로 비난한다거나,

합리적이라 설득하기는 어려워보여요.

그냥 살아가는 수밖에 없는걸까요...

그래도 대화를 멈춰서는 안되겠죠.

서로가 괴물임을 인정할 때 대화는 시작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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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하우스
스티븐 J. 굴드 지음, 이명희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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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 중에 무척 유명한 책이에요.

추천하는 사람도 참 많더라구요.

한마디로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다."


참 재미있게 썼고, 잘 읽혀요.

그래서 그런지 어떤 사람은 한줄이면 될 것을 한권으로 늘려서 팔아먹는다고 비난하기도 하더라구요.

나도 처음에 대충 볼땐 그랬어요.

그런데 손에 연필을 쥐고 꼼꼼히 읽어보니 그런 비난을 받을 책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어요.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논증을 시도하면서 3가지 사례를 드는데,

사례별로도 자세한 논증을 보여줘요(마치 프랙탈구조물을 보는듯해요).

개별 논증은 합쳐져 전체를 구성하고 그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에요.

풀하우스(시스템 전체)라는 제목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져요.


거칠게 설명하면,

오른쪽 꼬리만으로 전체시스템의 경향성을 판단하면 안 된다는 것이에요.

인간은 전체 생물군을 놓고 보면 오른쪽 꼬리에 해당한다고 해요(오른쪽 꼬리라는 말은 본문에 나와요).

그럼에도 모든 생명의 역사가 인간의 탄생을 위해 일직선으로 이어져 있다고,

진화의 최종목적이 인간이었다고,

우리가 가장 성공적으로 진보한 동물이라고 자화자찬한다는 것이지요.

그건 착각일뿐이라는 거에요..


기억에 남는 부분이 참 많은데 몇가지만 간단히 언급할게요.



1. 먼저, 엔트로피에 대한 부분.


"열역학 제2법칙의 기본은 에너지가 조직화된 상태에서 덜 조직화된 상태로 자연적으로 흐른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주는 태엽이 계속 풀려나가고 있다(42쪽)"-스콧 펙의 '끝나지 않은 길' 재인용부분

이건 고등학교때 어설프게 엔트로피 이론을 알 때부터 오랫동안 고민했던 거 같아요.

결국 인류의 미래는, 생명의 미래는 허무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구나...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생명이란, 인간이란 허무에 맞서는 영웅적 존재이기도 해요.


"모든 생명체는 엔트로피와 같은 강력한 힘에 함께 맞서서 밑바닥에 축적된 힘으로 몇몇 선택된 생명을 피라미드 꼭대기까지 밀어 올린다는 것이다. 치약을 아래에서 짜더라도 치약 전체를 밀어 올리는 힘에 의해 아주 적은 양이 그 꼭지에서 나와 그 목적을 달성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힘은 인류를 진화 피라미드의 정상으로 밀어 올린다는 것이다(46쪽)."

그런데 이런 주장은 사실 엔트로피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생긴 오해에 불과해요.

이번에 오해가 명쾌하게 풀렸어요.


"지구는 닫힌 계가 아니다. 지구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태양 에너지로 목욕을 하고 있고, 따라서 열역학 법칙을 조금도 거스르지 않으면서 지구의 질서는 증가할 수 있다(42-43쪽)."

그러니까 '지구에서 생명이 번성하는 것은 엔트로피를 거스르는 것'이 아니란 말이에요.



2. 다음으로 4할타자 부분


넓게 펼쳐진 보자기가 있어요.

그 보자기 가운데를 잡고 들어올리면 보자기는 높이 솟아오르고,

바닥에 닿는 면적은 좁아지겠죠.

그걸 2차원으로 표현하면,

종 모양이 더욱 뾰족해지고 양 극단은 짧아지는 모양이 될거에요.


종 모양이 더욱 뾰족해진다는 것은 야구선수 전체의 기량이 높아진다는 것이고,

양 극단이 짧아진다는 것은 실력의 편차가 줄어든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가장 극단적인 형태인 4할 타자는 갈수록 나오기 힘들어진다는 설명이에요.


사실 이런 설명은 요즘 헬조선을 설명할 때도 유용하다고 봐요.

과연 요즘 젊은이들이 게으르고, 편한 일자리만 찾으려 하는 것일까요?

어쩌면 종 모양이 뾰족해지고 있는 건 아닐까요?



3. 박테리아 부분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4할타자보다 읽기 힘들지만,

제일 재미있는 부분이었어요.


왼쪽 벽(생명체의 크기가 작아질 수 있는 한계) 때문에 생명체의 크기는 더 작아지기 힘들고 커질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커지는 경향은 시스템 전체의 경향이 아니라 아주 일부분의 경향일 뿐이다.

대다수는 원형태를 유지한다.

따라서 생명 전체를 놓고 볼 때 일부분의 경향성이 관찰될 뿐 진보는 관찰되지 않는다.



4. 의문점에 대한 답


4할타자에서 말한 보자기를 들어올리는 힘 자체가 어떤 경향성을 나타내는 건 아닐까요?

그러니까 전반적인 기량이 상승한다는 것이 진보한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그럴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건 생명현상 전체가 아닌 인간사회에서만 나타나는 문화적 현상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생명진화의 경향성과는 구별되어야 해요.

"인류 문화의 유전만이 가진 독특한 라마르크적 유전이 인간의 역사에 자연의 다윈적 진화에는 없는 방향성과 축적 가능성을 부여하는 것이다(310쪽)."


박테리아보다 더 작은 생물은 나타나기 어렵고 큰 생물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

결국 인간은 탄생할 수 밖에 없는 존재 아닐까요?

그건 결과론에 불과해요.

"만약 추첨을 다시 반복하면 당첨 복권은 다른 집단에게 무작위적으로 돌아가고 전혀 다른 집단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301쪽)."


어쨌든 인간의 관점에서 진화란 진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당연한 것 아닐까요?

"인류의 출현은 복잡성을 향한 추진력 같은 것은 존재하지도 않는 예측 불가능한 과정에서 우연하게 발생한 영광스러운 사건이었다(302쪽)."

그러니까 우연은 필연과 구별되어야 해요.


이처럼 책 곳곳에 치밀함이 살아있어요.

반복해서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5. 결론


인간이, 바로 내가 우연한 존재임을 받아들일 수 있는가?


사실 이 책의 핵심주장은 그것이라고 생각해요.

어쩌면 우리는 예외적인 존재이고, 특이한 존재이며 우연적 존재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인간만이, 나만이 특별할 이유는 없잖아요.


"우수성은 특정한 점이 아니라 넓게 퍼져 있는 차이들이다. 그 범위 안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들 중에는 우수한 개체도 있고 덜 적합한 개체도 있다. 우리는 변화로 가득 찬 각각의 자리에서 우수해지기 위해 분투해야 한다. 하지만 이 사회는 끊임없이,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획일적인 평범함으로 이전의 빼어난 것들이 가졌던 풍요로움을 대체하려고 한다. 맥도날드가 지역식당을 밀어내고, 대형 슈퍼마켓 체인점들이 구멍가게들을 내쫓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변이와 다양성 전체를 자연의 현실로 이해하고 방어하는 것은 이러한 풍조에 경종을 울리고 진화하는 시스템에는 필수적인 원료인 다양성과 변이를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322쪽)."


이미 고인이 된 지은이를 흠모하게 되는 책이에요.

강력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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